2021.04.24 (토)

저가폰 활성화 선결조건은 제조사들 인식 전환

기사입력 : 2014-01-03 17:02

[글로벌이코노믹=정소현기자] 계속되는 경기 침체로 저가 스마트폰(이하 저가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수요, 가격경쟁력, 단말기 품질, 제조사들의 인식 등을 고려할 때 보급 확대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고사양, 고가 ‘프리미엄폰’이 주도하는 국내 통신시장 상황에는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해외시장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는 저가폰이 국내에서 유독 기를 펴지 못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휴대폰 제조사들이 굳이 저가폰을 만들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조사들은 수요에 의해 움직이는 시장 원리에 따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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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관계자는 “다양한 가격대의 단말기를 출시 중이고 우리 기술력이나 경쟁력으로 굳이 저가, 저사양 휴대폰에 주력할 이유는 없다”며 “저가형 스마트폰은 중국 등 신흥국 시장 상황에 따른 일부 회사들의 판매전략일뿐”이라고 주장했다.

고급형 저가폰이라는 구글의 레퍼런스 휴대폰 ‘넥서스5’로 큰 성과를 거둔 LG전자 역시 “저가폰 수요가 적을뿐 보급형 단말기를 출시중”이라며 “ ‘넥서스5’와 같은 고사양 저가폰을 추가 출시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결국 소비자 선택에 따른 결과라는 주장이다.

국내 제조사들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내 모바일시장 자체가 소비자 선택 폭이 넓지 않다고 지적한다. HMC투자증권 황성진 수석연구위원은 “국내 저가폰은 ‘알뜰폰(MVNO) 사업자들이 주도하는 일반 휴대폰’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제조사 주력제품이 ‘하이엔드’에 쏠려 있어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고가 최신폰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소비자 구매심리에 민감한 판매 대리점들도 전문가들 지적에 동의한다. 의왕시의 휴대폰 대리점주 J씨는 “저가 스마트폰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우선 출고가부터 잡아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말기 모델에 따라 보조금이 다른데 프리미엄폰에 대한 지원이 훨씬 많다. 사양에 따른 가격 차이는 그렇다쳐도 소비자가 부담할 비용을 생각하면 고사양 프리미엄폰이 훨씬 싸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삼성 저가폰 ‘갤럭시S 윈’과 팬택 프리미엄폰 ‘베가 시크릿 업’은 모두 쿼드코어 CPU를 장착했다. 시크릿업이 배터리가 1개 더 많다. 둘의 가격대는 ‘갤럭시S 윈’이 55만원대, ‘베가 시크릿 업’이 95만원대로 40만원 차이가 나지만 베가의 경우 보조금을 적용하면 70만원대로 떨어진다.

여기에 공장 출고가에서 지원금을 뺀 할부원금까지 따지면 매달 최대 20만원대로 줄어든다. 문제는 40만원이 더 싼 갤럭시S윈의 비용 부담이 베가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배터리 수가 적은 갤럭시S윈이 더 비싼 경우도 있다.

또다른 휴대폰 대리업 업주 N씨는 “저가폰 구매자 대다수는 모델보다도 특정 브랜드 제품군 내 최저가 단말기를 구매한다”며 “가격 대마다 사양 차이는 있지만 현재 가격으로는 국내 저가폰을 권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통사들 역시 보조금을 많이 지급해야 하는 프리미엄폰보다는 저가폰의 보급 확대를 환영하는 입장이지만 국내 저가폰이 가격 대비 품질이 떨어진다는 데는 동의한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그간 출시된 저가폰의 라인업을 살펴보면 ‘넥서스5’를 제외하고는 가격 대비 품질이 떨어진다”며 “보조금 없이도 잘 팔리는 넥서스5를 보듯 결국 좋은 상품은 소비자들이 먼저 알아보는 법”이라고 말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알뜰폰의 경우 국내 유명 제조사에서 출시된 단말기라도 통신사 보조금을 받지 못해 가격 경쟁력에서 더욱 밀릴 수밖에 없다. 문제는 제조사들이 저가형 스마트폰을 단순 프리미엄폰과 맞먹는 사양임에도 억지로 가격을 떨어트려야 하는 상품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인도나 베트남 등에 진출한 중국 저가폰 제조사들이 ‘Z폰’ 등으로 국내 시장을 노리고 진출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국내 제조사들이 저가폰에 대한 인식과 관점을 전환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 국가(지난해 10월 기준)인 중국의 경우 이동통신회사와 자국 업체들이 값싸고 성능이 뛰어난 저가폰의 제조와 보급에 주력한 결과, 2012년 스마트폰 소매 판매량이 전년 대비 84% 늘어난 3억5000만대나 늘었다.

황 연구위원은 “최근 알뜰폰 가입자 수가 200만명을 넘고 저가폰 활성화를 위한 정부 정책이 시행을 앞둔 가운데 국내 모바일 시장은 프리미엄 시장에서 저가폰 시장으로 넘어가는 일종의 과도기라과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