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14 (수)

보조금 경쟁 또다른 주범은 제조사

기사입력 : 2014-01-10 16:57

-미래부 판매장려금 자료 요구에 삼성전자 거부

[글로벌이코노믹=허경태 기자] 휴대폰 제조사가 판매점이나 이통사에 지급하는 판매장려금을 두고 제조사들과 매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가 한창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유법) 제정에 앞서 미래부는 제조사들에게 판매장려금 자료를 요구했으나 '영업기밀'이라며 거부당했다. 통신사들은 보조금 경쟁 주범은 사실 제조사의 판매장려금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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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는지난연말과도한보조금경쟁을벌인이동통신3사에사상최대과징금을부과했다.이경재위원장이과징금부과를결정하며의사봉을두드리고있다.


10일 미래부와 통신업계, 휴대폰 제조업체 등에 따르면 지금 미래부와 삼성전자를 비롯한 휴대폰 제조업체들은 휴대폰 제조원가 자료의 공개 여부를 놓고 설전을 벌이는 중이다. 지난해 11월 미래부는 '단유법 수정안' 제12조 ‘휴대폰 제조사는 정부에 휴대폰 판매량·매출액·출고가·장려금 등의 자료를 제출토록 한다’는 규정을 들어 제조사에 관련 자료의 제출 의사를 타진했다.

■미래부 "자료 내놔!" VS 제조사 "영업비밀인데..."

하지만 제조사는 “휴대폰 판매량·매출액·출고가·장려금 등은 ‘영업전략을 파악할 수 있는 영업비밀’이라 해당 조항을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영업비밀을 외부에 제출 또는 공개하면 사업 수행이 어렵다는 논리다.

제조사들은 정부가 해당 자료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을 믿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매년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이 원가자료 같은 영업비밀 공개를 요구하고 있는 데다 참여연대가 정부를 상대로 이통사 요금 원가자료를 공개하라는 소송을 벌여 1심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은 상황이라 제조사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한 제조사 관계자는 "법무팀을 통해 확인한 결과, 휴대폰 판매량·매출·출고가·장려금은 법적으로 영업비밀에 해당된다"며 "관련한 판례 등은 없었다"고 밝혔다. 또다른 업체 관계자는 “제조사가 얼마의 장려금을 얼마만큼 주는지는 영업비밀”이라며 “이를 보면 경쟁사 담당자들이 해당사의 영업전략을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휴대폰 판매량·매출·장려금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국가기밀인 대통령 기록물도 공개되는 마당에 그럴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주장에 대해 미래부는 해당자료가 영업비밀도 아니고 공개되지도 않는다는 입장이다. 미래부 홍진배 통신이용제도과장은 “제조사로부터 제출받는 자료는 원가자료가 아니라 판매량, 장려금 규모 정도”라며 “최소한의 필요정보를 제출토록 하는 것인데 영업비밀이 공개돼 사업에 차질이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래부 한 관계자는 “휴대폰 판매량·매출·출고가·장려금 자료가 공개돼 글로벌 사업에 차질이 있다는 (제조사의) 주장은 터무니없다”며 “삼성전자는 얼마 전까지도 매월 국내 휴대폰 판매 대수를 집계해 자랑삼아 발표하다가 60% 넘는 내수시장 점유율로 독과점 비난을 피하기 어렵자 이를 중단했다”고 비난했다.

■통신업계, 판매장려금이 복합판매점에는 바로 지급되는데 "왜 우리만 범인?"

통신사들은 고질적 문제인 보조금은 단순히 통신사가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고 항변한다. 판매장려금은 일정 기준이 있기보다는 판매량 등에 따라 차등지급되며 때로는 재고를 털어야 할 경우에도 판매점이나 이통사에 조건부로 지급되고 있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보조금에는 제조사 판매장려금과 통신사 지급 영업비 등이 혼합돼 있다”며 "제조사 판매장려금이 복합판매점에는 바로 지급되는 등 시장질서를 흐리고 있지만 통신사만이 보조금 경쟁의 주범으로 돼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제조사들이 비인기 품목을 털어내야 할 경우 장려금 비중을 높이고 인기 품목에는 낮추는 등 장려금 지급에 기준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통사들은 제조사 판매장려금도 규제를 받아야 한다며 미래부 입장에 동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판매장려금 노출->휴대폰 출고가 인하->보조금 경쟁 감소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제조사 중 LG전자와 팬택도 미래부의 자료제출 요구에는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삼성전자다. 글로벌 경쟁에서 영업기밀이 노출되면 좋을 것이 없으며 정부가 과연 자사의 영업기밀을 노출시키지 않을지를 믿지 못하겠다는 논리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자사 판매장려금을 노출해 추가 규제를 받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자료를 제출하면 판매 규모 등이 드러나고 향후 판매장려금에 정부 간섭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올 상반기 단유법이 제정돼도 영업기밀 제출을 둘러싼 삼성전자와 미래부의 공방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월 임시국회에서 단유법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은 하반기에나 이뤄질 것으로 보여져 시간은 충분하다는 게 양측의 공통된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