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전설'을 불러오는 仙遊의 舞士

[춤밭을 일구는 사람들(74)]조재혁(한국무용가, 국립무용단 단원)

기사입력 : 2014.02.13 13:02 (최종수정 2017.02.07 00:33)

자유 영혼과 우주 신비 탐구하는 춤 시인으로 변신

고향 진도 서해리는 춤을 눈 뜨게 한 자연학습장

정승희 김현자 국수호에게 춤의 품격과 비법 체득

리얼리티 추구로 자연스럽고 깔끔한 구성과 독창성 빛나

▲사도
▲사도
[글로벌이코노믹=장석용 문화비평가] 푸른 하늘을 닮은 싱그러움이 감도는 영롱한 빛, 그 빛의 기운으로 춤을 추어 온 춤판의 보석 같은 존재, 조재혁은 '달의 궁전'의 선인(仙人) 같다. 그의 눈에서는 청보리밭 기운이 살아 있고, 그의 발길에는 '몽유도원(夢遊桃園)'의 신비스러움이 번진다. 신비스러움을 불러오는 그의 예술 춤은 클래식과 현대 어느 쪽으로 견주어도 천상의 오묘한 조화를 보여주는 듯하다.

조재혁(曺才赫)은 1978년 9월 7일 서울 안암동에서 그를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아버지 조규일(曺圭一)과 어머니 하영단(河永丹) 사이에 출생했다. 용암의 분출로 솟아오른 듯 열정의 춤꾼인 그는 '불의 사나이'에서 연마되어 선인의 춤을 추고 있다. 춤본에서 단련된 그는 이제 자유 영혼과 우주의 신비를 탐구하는 춤 시인이 되어간다.

부드러운 그의 춤 선은 달콤한 오렌지 향을 불러오고, 그의 춤사위는 겸손과 온유의 수줍음으로 묵향의 선비의 기품이 서려있다. 그의 순수와 관대는 호감을 불러오고, 그는 자신이 출연한 작품에서 안무가가 원하는 이상으로 자신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낸다. 선량을 추어내는 그이지만 그는 역동과 너스레를 떨 줄 아는 다재다능 한 춤꾼이다.

유년의 추억, 형 진혁(眞赫)과 보낸 진도 서해리는 그의 춤 눈을 뜨게 한 자연학습장이었다. 바다는 기다림으로 인내를 가르쳐 주었고, 바람은 부드러움과 격정을 동시에 일깨워 주었다. 조재혁은 바닷내를 이은 인천 남부초등, 관교중, 인항고,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실기과 예술사, 전문사를 졸업하고 한양대학교 무용학과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가야
▲가야
조재혁은 춤을 사랑하는 김수진(金秀眞)을 아내로 맞아 '선유동 일기'를 쓰고 있다. 순수와 진실의 '청춘 쌍곡선'은 부드러운 미풍에 흔들리며 밝은 희망을 주고 있다. 흔들리며 반짝이는 이들의 이야기는 조재혁의 춤 색깔에 영향을 미치고, 그의 춤에 윤기를 보탠다. 그들의 아름다운 '별헤는 밤'이 있는 한 조재혁의 춤결은 고결할 것이다.

조재혁은 적극적인 자세, 감사하는 마음, 긍정적인 자세로 매사에 임한다. 스승으로 정승희, 김현자, 국수호를 거치면서 춤의 품격과 비법을 체득하고, 춤의 진정성에 매료된다. 늘 그가 있는 춤 공연장은 믿음과 기대감이 밀려온다. 순종으로 일구어낸 춤밭의 진정한 춤꾼, 그의 종횡무진의 춤 행적은 그의 담대한 기록이자 미래의 소중한 국가의 문화 자산이다.

조재혁의 대표 출연작은 김현자의 춤-'그 물속의 불을 보다'(올해의 작품상, 안무상 수상작)―주역(2002), 윤성주 창작춤-'悲오이디푸스'-주역(2003), 정승희의 춤-'Images'-주역 (2003), 국립무용단 정기공연 '바다'-김현자 안무(2003), '비어있는 들'-김현자 안무(2003), '매화, 창에 어리다'-김현자 안무(2005), 국수호의 춤-춤극 '아! 고구려'-주역(2006), 'soul 해바라기'-배정혜 안무(2006, 2007, 2008), '춤, 춘향'-주역-배정혜 안무(2007, 2008), '사도 세자이야기'-주역-국수호 안무 (2007, 2012), 춤극 '가야'-주역-국수호 안무(2009), 국수호의 춤–'월인, 달의사람들'(2010, 2011), '명성황후'-주역-국수호 안무 (2010) 대한민국무용대상 대통령상수상작, 김승일의 춤-'사슴의 망울'-주역(2011), '우리 춤 모음'(2012), '그대 논개여'-주역-윤성주 안무(2012,2013), 60주년 특별기획공연 '도미부인'-주역(2012), '단'-안성수 안무(2013), '신들의 만찬'-주역-윤성주 안무(2013)에 걸쳐있다.

▲고구려
▲고구려
조재혁의 대표 안무작들은 리얼리티 추구로 자연스럽다. 깔끔한 구성과 독창성이 돋보이는 그의 작품들은 보는 관점에서 느끼는 공감성 때문이다. 그는 최승희 춤에서 비롯된 신무용 형태의 춤을 추었지만 이제 현실을 반영하는 춤이 더욱 자연스러운 춤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한다. 그는 전통을 바탕으로 춤의 현대화 작업을 진행해 왔고 앞으로도 연구에 매진할 것이다.

세종문화회관 특별기획공연 낙랑공주와 고구려 호동왕자의 슬픈 러브스토리를 모티브로 한 '낙랑공주'는 안무가 국수호의 안무 트루기를 닮아있는 춤극이다. 춤의 흥미를 돋우는 설화와 희로애락을 담은 이 춤은 우리 춤에 대한 외연을 확장시키고 조재혁이 우리 고전에 대한 탐구와 자료수집 분석에 집중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순수 시적 서정으로 엮은 2005신진예술가 선정작 '정화된 구름(purified cloud)'은 1장 '눈물', 2장 '아담과 이브', 3장 '앳어 스네일스 페이스', 4장 '정화된 구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미니멀한 무대로 느림의 미학이 돋보이며 마지막에 김현자 선생의 생춤을 바탕으로 엑스타시즘이 절정을 이룬다. 자연과 인간이 하나 되는 순수의 시대를 창출해내는 안무력이 돋보인다.

▲고구려▲고구려
▲고구려▲고구려
서울무용제개막초청작 '사랑, 노을 되어 지다'는 사랑에 대한 인간 본성을 춤으로 보여준 작품이다. 원색의 의상으로 사랑의 열정과 냉정을 상징하는 이 작품은 사랑의 싹틈에서 숙성, 성숙으로 이어지며, 빠른 타악의 템포와 리듬을 바탕으로 한국 춤사위를 현대적으로 변화시켜 한국 정서와 음양의 조화를 남녀 간의 사랑으로 표현한 현대작품이다.

동아무용페스티벌 초청작 '상상'은 우리가 현실과 이상에서 상상해낼 수 있는 것들을 춤으로 가정해 본 작품이며, 춤 작가 12인전 '신들의 정원'에서는 안무코디네이터로서 자신의 상상을 더욱 확산시키며 역량을 발휘한다. 금년 1월 17일, 18일 공연된 국립무용단 컬렉션 '이상증후군'에서의 조안무는 이상의 시적 상상력에 춤의 극적 상상력을 배가시키는 역할을 하였다.

▲그물속불을보다
▲그물속불을보다
조재혁은 33회 동아 무용 콩쿠르 일반부 대상, 2006년 7회 아시아 태평양 후쿠오카 국제무용 콩쿠르 시니어 1위 및 심사위원 특별상, 2008년 10회 나가노 국제무용 콩쿠르 컨템포러리 부문 1위, 2003년 25회 서울 무용제 연기상 수상, 2005년 문화예술진흥위원회 신진예술가 선정, 2006년 PAF 춤 연기상 수상, 2012년 올해의 무용 예술가 춤 연기상 등 화려한 경력을 소지하고 있다.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 기획공연. 흥겨운 한마당(2000, 미국 LA, 시카고), 한일고전예능제–일본 NHK방송(2001, 일본 도쿄), 베이징 무도 학원, 한국예술종합학교 합동공연(2002, 중국 베이징), 디딤 무용단 춤극 '고구려'(2006, 일본 오사카), 디딤무용단 춤극 '고구려'(2006, 캄보디아), 국립무용단 '코리아환타지'(2007, 중국 하얼빈), 국립무용단 '코리아환타지'(2007, 러시아 모스크바), 국립무용단 '코리아환타지'(2007, 터키이스탄불, 앙카라), 국립무용단 '코리아환타지'(2008, 태국 방콕), 국립무용단 '춤 춘향'(2009, 중국 홍콩), 국립무용단 '소울 해바라기'(2011,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립무용단 '소울 해바라기'(2011, 벨기에 브뤼셀), 국립무용단 '코리아환타지'(2013, 독일 베를린), 국립무용단 '코리아환타지'(2013, 터키 아다나)의 해외공연 기록이 있다.

▲사도▲사도▲사도▲신들의만찬
▲사도▲사도▲사도▲신들의만찬
조재혁은 김현자의 '생춤', 국수호의 '오셀로', '티벳의 하늘', 피나 바우쉬의 '숨'(nefes), '카페뮬러', 빔 반데케부스의 '몸이 기억하지 않는 것, 얼굴이 붉어지는 것'(What the body does not remember, Blush), 디비에잇(DV8)의 '이것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까, 이상한 물고기'(Can we talk about this, Strange fish) 등의 작품에 감동받았다고 한다.

▲오이디푸스
▲오이디푸스
조재혁, 거부할 수 없는 믿음의 춤으로 시대의 아티스트로서 우뚝 선 그의 앞에 총체적 춤의 질서를 바로잡을 경쟁의 동인(動因)이 부여된다. 축자적, 기술적, 형식적, 원형적, 신비적 양상을 새롭게 꾸밀 의무감도 따른다. 부여된 과업을 짐이라 여기지 않고, 행복이라 여기며 새로운 세계를 열 그의 시대를 기다려본다. 장도에 무운(舞運)을 빈다.

/장석용 문화비평가(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