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제전 빛낸 스토리텔링의 새로운 원형

채향순 연출‧안무의 『사당각시』

기사입력 : 2014.04.25 13:58 (최종수정 2015.02.26 09:38)

[글로벌이코노믹=장석용춤 비평가] 제28회 한국무용제전 개막작, 채향순(중앙대 공연영상창작학부 무용전공 교수) 안무의 『사당각시』는 춤의 독창성, 타 장르와의 크로스오버를 통한 총체적 완성도, 탁월한 춤기량, 비주얼이 돋보이는 군집성으로 춤 제전의 분위기에 맞는 글로벌 아트춤 이었다. 이 작품은 다양한 작품이 출품되었던 지난해 이 제전의 최우수작품상 수상으로 그 진가를 인정받았던 작품이다.

▲사당각시▲사당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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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줍은 일면을 극복하고, 춤이란 무기로 자신의 미학적 취향을 향유하는 채향순은 슬픔을 승화시킬 줄 아는 안무가이다. 새소리 보다 아름다운 노래는 없고, 꽃보다 아름다운 미인은 없다. 그것에 가까이 가려고 하는 노력을 소지한 것이 예술가이다. 악가무(樂歌舞)에 정통한 그녀가 슬그머니 춤판에 상제한 『사당각시』는 현학적 수사나 미학적 상부를 훼손시키지 않는다.

창무(創舞) 『사당각시』는 사성구의 대본으로 남사당패의 애환을 무용극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프롤로그, 암시적 해설이 있는 ‘산 너머 각시, 재 너머 총각’에서 인형놀이는 이 작품의 주제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슬픔을 감춘 유희는 늘 희극적 상황이 진설(陳設)된다. 심도감을 주는 영상은 언덕, 숲, 깊은 산을 배경으로 깐다. 재기(才技)적 동작들이 전통연희와 어울린다.

『사당각시』는 배신의 시대에 부각된 믿음, 다양한 춤 풍년에 있어서의 채향순 춤의 의미, 그녀가 강조하는 상징성, 그녀가 성격화한 인물 탐구, 채향순 춤 풍자의 본질을 진솔하게 보여준다. 그녀의 춤은 탐미적 도도함을 벗어나 민중과 함께하는 춤 전통의 도반이 되기를 원한다. 자신의 춤 행위와 수사에 대한 평결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맹한 춤 수행자이다.

샤막이 걷히고 ‘꼭두각시놀음’ㆍ‘어름’ㆍ‘덧뵈기’ㆍ‘풍물’ㆍ‘버나’ㆍ‘살판’의 여섯 마당이 전개된다. 장편소설이 시처럼 축약된 『사당각시』의 조합은 독무, 이인무, 남성군무, 여성군무, 혼성군무의 진법으로 교차와 혼성의 묘미가 살아난다. 전통 악기의 편제가 주는 리듬감과 의상의 색감, 조명 테크닉 구사는 동물 형상의 탈이 만들어내는 연희적 조형미의 난장을 연출한다.

▲사당각시▲사당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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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부의 연희적 모습이 도래함을 알려주는 연출, 사계에 따른 영상 변화, 국악가요의 등장, 구름과 꽃, 산 같은 자연 이미지의 세트의 운용, 셔레이드 효과 이용 등 호기심이 이는 살아있는 무대를 만들었다. 인위적 조형보다 인간의 체취를 느낄 수 있는 일관성 있는 일체감을 유지한다. 채향순은 전통의 기반위에 현대적 진전을 이루어낸다.

『사당각시』는 전통 음악을 사용하지만 무협을 버금가는 현대적 음감을 차용한다. 안무가 채향순은 사당각시 연이와 도망자 두우를 전형적 주인공으로 설정, 러브 스토리를 전개시킨다. 디테일을 채워나간 방식과 방법론 속에 드러나는 낭만적 서사는 가장(假裝)과 위선을 경계한 그녀 자신의 투사(投寫)적 이미지로 민중의 아픔을 위무하는 섬세한 애정이 깃들어 있다.

질곡의 역사를 살아온 예술가들에게 바치는 헌무(獻舞) 『사당각시』는 ‘도망자’에서는 동물의 왕국에서 볼 수 있는 생존의 법칙을 오방진법춤으로 보여주었고, ‘꽃과 나비의 나날’은 미풍의 느낌으로 다가오는 연인들의 운명적 로맨스를 때론 부드럽게 때론 격렬하게 표현한다. 정공법으로 풀어낸 이 작품은 우리 춤 장르에 대한 애정을 간곡하게 부탁하는 메시지가 들어있다.

전통이라는 신비적 힘을 가진 재료로 누적의 힘을 보여준 『사당각시』는 자신감에 찬 입장을 보여준다. 진리보다 순리를 택한 채향순 춤의 정석은 전위적 변체(變體)로 관객들과 상상력 게임을 하지 않는다. 그녀는 서로 알고, 즐기는 판소리나 농악의 신명같은 전형적 춤 전개 양식은 택한다. 하위모방 양식의 주인공들은 비극적 운명에 속해서도 영원을 추구한다.

▲사당각시▲사당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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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죽음을 초월한다. 「‘세 개의 팽팽한 줄’에서는 가장 극적인 삼각 구도로서 주인공 세 사람의 갈등과 애증이 폭력적 결합과 이완을 반복하며 긴장감을 극대화시킨다. 또한 ‘죽음의 외줄타기’에서는 사랑과 이별의 경계, 그리고 삶과 죽음의 경계가 서로 그리 멀지 않으며 마치 외줄을 타듯 삶의 비극은 우연성에 기인함을 상징화한다.」 해피엔딩은 염원일 뿐이다.

물거품이 되어버리는 잔인한 결말 앞에서도 안무가는 감정의 오류를 범하지 않는다. 동양적 터치는 늘 미련과 한을 남긴다. 주인공은 모반을 꾀하지도 않고 순종적 가치관을 수용한다. 머지않아 ‘사당각시’는 ‘사당부인(Madam Sadang)’으로 진화되고, 해마다 버전을 달리한 이 작품은 길이와 장르의 변화와 개조로 장기 레퍼토리로 발전할 가능성을 선보였다.

안무가는 ‘살아남은 자의 슬픔’에서는 인간의 아픔과 고통이 어떻게 춤으로 극복, 치유되는지에 대한 담론을 제공했고, ‘길은 다시 계속 된다’에서는 남사당의 운명, 아니 모든 예인(藝人)들의 숙명이 고해(苦海)를 감내하고 끝없는 길을 가는데 자리하고 있음을 극적으로 표현한다. 오늘 이 시점에서 새로운 남사당패인 예술가, 특히 ‘춤꾼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묻고 있다.

▲사당각시▲사당각시▲사당각시
▲사당각시▲사당각시▲사당각시
채향순의 미토스(mythos)는 튼실하고, 에토스(ethos)는 애절함과 깊이감을 갖고 있어서, 평범함 속에서 디아노이아(dianoia)를 쌓아간다. 우의적(愚意的) 상징 밑에 깔려있는 정묘하고 아름다운 슬픔의 덩어리는 희생제의(犧牲祭儀)로 자연스런 희극성을 보인다. 관객들의 공감을 불러온 『사당각시』는 통합과 조화의 묘를 보여주며 쾌활을 부르는 작품이다.

▲사당각시▲사당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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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대한민국무용대상 대통령상, 제33회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올해의 최우수예술가상, 제21회 전국전통공연예술경연대회 전체대상 대통령상 수상 등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알린 채향순이 ‘우리춤 축제’, 국수호의 『춤의 귀환』, 한국의집 실연(實演)공연에 이은 『사당각시』 안무는 지난 해 공연보다 정제된 깔끔한 마무리로 춤 관객들의 믿음에 대한 훌륭한 보답을 했다.

/장석용 춤 비평가(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