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의 새로운 원형 제시한 차수정의 대안적 창작무

[무용리뷰] 차수정 안무의 『공감』

기사입력 : 2014.10.25 16:55 (최종수정 2015.02.26 02:18)

2014 순헌무용단 기획공연, 차수정(숙명여대 무용과 교수) 안무의 『공감』(10월 16일~19일 국립극장 달오름)은 전통 춤의 바람직한 보존과 정체성을 찾아가는 춤들로 구성된 차별화된 공연으로 마법적 리얼리즘의 놀라운 연희 유형과 양식을 보여주었다. 나흘 간 진행된 공연은 두드러진 기량으로 관객 모두를 경탄시켰다.

최상품 춤을 만들어가는 도반인 가천대학교 연기예술학과 교수 이영일의 흔적 있는 연출, 거꾸로 그림을 그린 화가 고정두의 즉흥 필화(筆畵), 미세한 음감까지 끌어올리는 사물놀이패(타악그룹 진명)와 악기(행드럼, 가야금, 대금, 아쟁, 피리, 해금)의 적극적 춤 해석, 소리의 현장음악이 어우러진 이번 공연은 절대적 ‘공감’과 느낌의 ‘공명’을 이끌어 내는 수작(秀作)이었다.

▲나비살이춤
▲나비살이춤
이번 순헌무용단의 작품 ‘공감’은 최근 한국 무용계가 겪고 있는 현실적 불황을 이겨나갈 수 있는 미래적 가능성의 힘을 느낄 수 있었으며 한국 춤계의 발전적 변화에 대응하는 시대성에 부응한 공연이었다. 앞으로 순헌무용단의 작품활동과 공연내용들이 한국 춤계에 발전적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는 공연이었다.

여섯 개 장의 춤은 고색창연한 전통의 모습을 털고, 회색빛 현대 도시의 한 가운데에서도 전통 춤이 생존해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일깨워주었다. 시대에 따라 새로운 원형이 만들어지는 단순한 이치를 터득한 안무가는 감출 수 없는 넘쳐나는 ‘끼’를 마음껏 발산하였다. 차수정의 우리 춤은 심리학과 인류학, 신화, 비유의 어설픈 인용의 차원을 추월한다.

문학(해설과 장르 호환적 문자사용), 춤(전통과 창작), 회화(즉석 그림), 연극(연희), 영상(가변적), 음악( 분위기에 따른 연주와 소리), 전통(과거와 현재의 연결)을 총합한 순환은 색과 빛의 조화로 집중을 끌어오는 종합예술로서의 춤을 자신감 있게 펼쳐보였다. 차수정의 춤현학(舞衒學)은 순응에서 온다. 이 도덕적 불문율은 순헌왕후의 기본 생활태도였다.

시월의 천지신명께 고하는 춤은 등불을 든 궁녀들이 좌우에서 등장하면서 시작된다. 그 가운데 왕비가 등장하며 ‘태평무’의 연행이 고도의 연출과 합류한다. 온유와 평정으로 즐거움을 주고 순수로 치장된 동인(動因)으로서의 상징은 자족감을 준다. 상상력의 극대화, 우리에게 익숙한 이 땅의 만백성의 시름을 덜어주고 재앙을 소멸하고자하는 염원이 시작된다.

흙을 상징하는 바닥에 놓인 천, 파종, 왕비는 흙 밟기로 의식을 거행한다. 춤 자체에 대한 해석과 아울러 상징체계로서의 춤은 연대기적 춤 전개로 실타래가 풀리듯, 수맥을 관통하듯 감동을 뿌리며 막힘없이 진행된다. 이 순헌무용단의 브랜드 가치를 인지한 관객들은 몰입과 집중으로 이 무용단의 우주 포용적 춤 작업에 ‘공감’과 존중의 예를 표한다.

우리의 전통춤, ‘태평무’, ‘소고춤’, ‘살풀이 춤’, ‘부채춤’, ‘장고춤’, ‘북춤’은 문학적 시제(詩題)를 달고 화사한 모습으로 전통춤 작업의 본연의 임무를 수행한다. 플롯과 이야기에 대한 유기적 연결도 이 작품을 주목하게 만든다. 인접예술에 대한 진지한 성찰은 우리 춤의 향방에 대한 해답, ‘무엇’과 ‘어떻게’를 부드럽고도 설득력 있게 체계적으로 제시한다.

가을밤에 꿈꾸는 낭만적 서사, 공연은 시종(始終)을 등불과 꽃비로 수미쌍관의 절대적 미감을 견지, 안무, 연출, 조명, 음악 전반에 걸친 세련된 균형감각을 소지한다. 밝음과 원색으로 채색한 ‘꿈’은 집단 최면으로 빠져들었던 이른 시기의 헐리우드나 유랑극단을 떠올린다. 최근, 이번 공연과 같은 ‘미모’와 ‘춤’, ‘생각’의 깊이, 연행 모두가 아름다운 공연은 그 유례를 찾기 힘들다.

▲난의그윽한향기
▲난의그윽한향기
▲난의그윽한향기
▲난의그윽한향기
‘난의 그윽한 향기’, 가을이 완연한 밤, 산책을 나온 왕비(차수정)가 보름달을 보며 나라의 번영과 풍년을 염원하는 ‘태평무’이다. 기존 한 명 궁녀의 단순한 보조를 우회한 다중 보조(등불 8명, 파종 2명, 임장 2명)의 파격, 흰색 바탕 천과 밤색 천의 색감, 반딧불이 느낌의 가을을 침화시키는 등불, 밤벌레의 울음소리, 화폭에 난이 그려지며 진행되는 춤, 느린 호흡으로 가야금을 탄다. 자연스런 손사위, 발 디딤새에 보태지는 표정연기로 세련되고 우아한 춤은 조명의 신비감 조성, 세밀한 음을 구상해내는 음악과 더불어 극상의 판타지를 연출한다.

▲달빛안의마음
▲달빛안의마음
‘달빛 안의 마음’은 과장없이 부드러운 춤결을 유지하던 앞 장의 분위기를 유지하며 춤이 끝나면서 등불이 왕비를 인도하며 넘어온다. 대금이 선도하는 분위기, 극진연기, 4인무에서 6인무로 진법을 바꾸면서 아낙네들은 왕비가 보고 소원을 빌었던 둥근 달을 보며 한 낮에 힘들었던 일과를 잊고 흥겹고 기분 좋게 춤을 춘다. 둥근 달과 대비되는 작은 북, 소고를 가지고 신명을 불러오는 흥겹고 기분 좋게 추는 ‘소고춤’이다. 원색의 적색, 황색, 자색 등의 한복 저고리와 치마의 의상과 사물과 태평소로 조합된 사운드에 맞춘 연기는 흥의 절정감을 보인다.

‘나비 살풀이춤’은 생사를 넘어 보지 못할 사람을 그리워 할 때 나비로 환생 한다는데 모티브를 얻은 살풀이장단에 이름을 붙인 ‘살풀이춤’이다. 장면전환에도 조명의 급 암전을 가져오지 않는 춤은 이 무용단의 특징 중 하나이다. 깊이감을 가져오며 피리와 가야금이 교대한다. 가야금 선율에 따라 영상으로 비춰지는 그림, 꽃이 피어나고, 그 위에 앉은 나비를 두 손으로 올려 차수정은 사랑하는 이에 넋을 나비에 비유, 그림속의 나비를 하늘에 날리며 망자의 행복을 기원하며 ‘나비 살풀이춤’을 진행한다. 분홍치마, 저고리의 살풀이 의상, 상상을 뛰어넘는다. 바닥에 이미 깔려있는 살풀이 수건 사용, 기존 춤과 다른 방식을 사용한다. 그윽한 춤의 깊이감, 애절함, 추상의 물결로 ‘내안에 이는 바람’을 숭고한 아름다움으로 표현한다.

▲화조풍월
▲화조풍월
▲화조풍월
▲화조풍월
‘화조풍월’은 서양 악기 행드럼을 사용, 꽃향기를 춤사위로 변하는 광경을 연출해낸다. 내 눈 안에 녹을 듯 한 여인들, 나무에 빨간 열매가 맺는다. 신비감을 돋우는 은근한 앰버 조명, 부채를 든 여인, 조명 갑자기 하이키로 바뀌면 여인들 하나씩 등장한다. 자연과 이치의 조합을 상징하는 ‘부채춤’의 미학이 펼쳐진다. 셋 하나 셋 등의 배열과 조합, 진법 운용은 가는 세월의 아쉬움을 담아 꽃길에 담겨있는 청춘을 묘사해낸다. 이 작품은 쉽지 않은 가변의 여성 내면심리를 동·서양의 교차적 이미지로 표현, 몽환의 ‘화조도’(花鳥圖) 분위기를 창출한다. 한지부채 위에 곱게 그려진 꽃과 나비가 선율에 따라 나와 아름답게 노니는 모습이 춤으로 상징화된다.

‘소리의 풍류’는 농악놀이 중 ‘설장구’의 개인놀이를 경기 충청제 양도일 선에서 박은하로 이어지는 가락과 춤을 바탕으로 재 안무한 작품이다. 장구의 장단에 맞추어 소리로 이어지는 춤과 음악이 우리 선조의 풍류로 전해지는 것을 상징화하여 안무한 것이다. 가야금 가락을 타고 춤은 하늘로 오른다. 장고춤이 진행되고, 녹아드는 연주에 춤은 한걸음 앞서는 빼어난 무공(舞功)을 보여준다. 이른 나이에 고수가 되어진 그 까닭이 밝혀지며, 탁월한 무대장악력으로 황홀에 빠지게 만든 공연은 기합에 이를 만큼의 신명이 있다. 늘 그러하지만 차수정과 제자 오인의 공동춤은 기량과 협동의 조화로운 전범(典範)으로 여겨진다.

▲춤을위한합주
▲춤을위한합주
▲춤을위한합주
▲춤을위한합주
‘춤을 위한 합주’에서 흥겨운 춤가락과 함께 춤과 소리가 타악기의 놀음이라는 장르로 재안무 되어져 움직임은 즉시 소리로 표현된다. 날라리가 요란하게 선도하며 대단원의 분위기를 돋우어 나가면 무대 전면의 그림이 완성된다. 사물을 주조로 한 코리안 오케스트라는 잔치분위기를 연출한다. 그 분위기와 맞추어 그림에 세부 그림이 추가된다. 열네 명의 출연진 전체가 피날레 분위기를 연기해내며 격정적 춤을 춘다. 하늘에서는 꽃비가 뿌려지고 전체 출연진이 기꺼이 꽃비를 맞는다. 불후의 명작이 또 한편 창작되었다. 이미 알려진 전통을 재료로 하여 춤의 금맥을 찾아낸 것이다. 순헌무용단의 진가가 다시금 입증되는 순간이었다.

‘한지위의 춤’에 이은 ‘공감’은 ‘우리춤 풀이’의 탁월한 해석의 한 풍경이다. 안무가의 의식과 구성에 따라 춤이 어떻게 재생산되고, 미학적 승급을 가져오는가를 보여주었다. 들뜸과 가라앉힘, 느림과 빠름, 춤사위와 주변의 어울림으로 제목에 확실히 부합되는 공감을 불러왔다. 차수정의 ‘심중의 외침’이 의미하는 소중한 가치는 자유로운 상상과 클래식한 보수에 있다.

차수정, 번뜩이는 상상력으로 춤의 상부구조로 무섭게 질주하는 안무가이다. 그동안 수련해온 비법, 비장의 속살을 내보이고 있다. 디지털 숲에서 아날로그적 낭만을 몸소 껴안는 정열의 춤꾼이다. 의도적 겸손함에도 찬연히 빛나는 열정과 고품격 작품 수준은 관객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인정되고 있다. 그녀의 안무가 어떻게 변할지 앞으로의 행보에 기대감이 인다.

/장석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