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혜진, "나에게 춤은 '삶'이자 '놀이'"

[장석용의 무용산책] 한국무용가 유혜진(임학선댄스위 정단원) 집중 분석

기사입력 : 2014.11.05 10:38 (최종수정 2015.02.26 02:10)

억지로 춤 추지 않고 삶의 이유를 작품 주제로

두 눈엔 예인의 광채가…

▲관계자출입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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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진(兪惠眞)은 1979년 9월 전라남도 순천시 풍덕동에서 아버지 유병용(공무원), 어머니 이지수 사이에서 1남 1녀 중 막내(오빠 유동재)로 태어났다. 순천 북초등, 연향중, 광주예고, 성균관대 무용학과, 동 일반대학원 석사‧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성균관대 겸임교수, 계원예고 강사, 성균관대 유가예술문화콘텐츠 연구소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초등학교 3학년 때, 무용반 교사에게 발탁되어 무용을 시작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석 달간 연습으로 학예발표회에 참가했는데, 어린 소녀에게는 솜사탕처럼 달콤하고 설레는 사건이었다. 주위의 칭찬은 그녀로 하여금 춤에 대한 애착을 더하게 만들었다. 그 당시 순천에는 무용학원이 한 군데 밖에 없었다. 학원은 집과 거리가 멀어 버스를 타고가야 했다.

▲관계자출입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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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몸이 허약한 편이어서 부모님의 반대가 매우 심했다. 부모님은 동네 아파트 근처에 무용학원이 생기면 교습을 시켜주겠다고 그녀를 설득했고 하는 수 없이 그녀는 그 꿈을 접어야 했다. 초등학교 3학년이 끝나갈 무렵 그토록 바라던 무용학원이 아파트 단지에 거짓말처럼 생겼다. 너무 기뻐서 이 사실을 부모님께 말씀드렸지만 부모님의 반응은 시원찮았다.

그녀는 반란을 일으켰다. 친구 한명을 데리고 무작정 무용학원을 찾아간 것이었다. ‘무용을 하고 싶은데 부모님이 안 시켜 주세요’라고 말하는 당돌하고 어린 그녀가 귀여웠는지 무용학원 선생은 무용복을 선물로 주면서 그냥 학원에 오라고 하셨다. 한 소녀의 춤에 대한 집념이 ‘오늘의 그녀’를 만든 것이다. 열정이 부모님의 허락을 얻고, 첫 스승 송춘과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두점사이의거리
▲두점사이의거리
▲두점사이의거리
▲두점사이의거리
그녀의 두 눈은 예인의 광채를 발한다. 그녀는 송춘 선생 밑에서 한국무용, 현대무용, 발레 할 것 없이 모든 춤을 섭렵하게 된다. 중학교 3학년까지 송춘은 친딸 이상으로 그녀를 보석처럼 아끼고 사랑으로 지도해 주었다. 한 소녀의 눈물겨운 춤 성장기, 고등학교 때 기숙사 생활도 마다않고, 부모와 떨어져 생활하는 고행도 감행한 잔잔한 감동으로 와 닿는다.

서울의 예고를 가고 싶었지만 서울에 친척이 하나도 없었다. 부모님은 어린 그녀가 너무 일찍 서울로 올라가는 것을 원치 않아서 집과 가까운 광주예술고등학교(수석입학)에 입학했다. 송춘도 같은 해 광주예고에 출강, 그 덕분에 낯선 환경에서 잘 적응, 훌륭하게 고등학교 3년을 잘 보낼 수 있었고 성균관대 예술학부 무용학과에 입학했다.

▲버릴心
▲버릴心
▲버릴心
▲버릴心
그녀가 성균관대에 입학하던 1998년 춤 인생의 나침반이 되어준 마지막 스승, 임학선 교수도 성균관대에 부임했다. 지방 고등학생이다보니 그녀에게는 다양한 무용공연 관람 기회가 별로 없었다. 그녀가 대학에 와서 가장 놀랐던 점은 서울에는 무용공연이 무수히 많다는 것이었다. 또한 어린 시절부터 이런 문화를 접하며 자란 친구나 선·후배들이 많이 부럽기조차 했다.

1998년은 임학선 교수의 춤작가 데뷔 20주년이 되는 해였다. 운 좋게도 대학교 1학년 때 문예회관 대극장(지금의 아르코대극장)에서 ‘임학선 춤작가 데뷔 20주년 기념공연’에 출연(임학선 안무 『민들레 왕국』)하게 되었다. 동기들의 눈치를 많이 받아 힘들기도 했지만 열심히 춤을 추며 성공적 대학생활을 영위했다. 대학졸업 후, 그녀는 2년 동안 무용학과 조교를 하였다.

▲사랑니
▲사랑니
▲사랑니
▲사랑니
대학졸업 후, 2년 동안 무용학과 조교를 하며 ‘임학선댄스위’ 정단원으로 지금까지 임학선 교수로부터 춤을 배우고 있다. 그녀는 시간이 흐를수록 단체에 대한 소중함과 소속되어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하고 뿌듯하게 생각한다. 임학선 교수와 만나면서 부터 ‘태극구조의 기본춤’을 배우면서 춤의 이론적 체계를 잡아갈 수 있었다. 막연했던 움직임이 글로 표현되는 것과 같은 임학선의 가르침은 정확하고 치밀했다.

‘댄스위’ 단원으로서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임 교수의 다수의 레퍼토리 작품에 출연하였고, 대표작 『공자』 공연에 여러 번 출연하였다. 방배동 두리춤터에서 공연했던 융·복합공연 임학선 안무의 『Bird's eye view』(2011, 2012)의 협동안무를 맡기도 했다. 문묘일무 연구원으로 연구의 초기단계부터 참여, 석·박사 논문의 주제로 삼는 계기가 된다.

그녀의 주요 안무작은 작품명 속에 주제가 들어있는 『사랑니』, 『지금 여기』, 『버릴心』, 『영자이야기』, 『문득』, 『청어』, 『관계자출입금지』, 『Bird's eye view』, 『두 점 사이의 거리』, 『지금 가고 있어요』, 『뛰는 사람들』이다. 주제에 대한 작은 명상들이 뛰어난 그녀는 춤과 결합되면 유혜진의 안무작 속의 유혜진 춤, 그 춤은 지울 수 없는 빛을 발한다.

▲영자이야기
▲영자이야기
스물일곱부터 계원예고에 출강, 십여년 동안 학생들에게 춤을 지도하고 있다. 그녀는 ‘가르치는 것이 천직’이라고 믿을 정도로 즐겁고 행복한 생활을 보내고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제자들이 많아진다는 점에 뿌듯하고 감사해 한다. 현재, 그녀는 성균관대 겸임교수로 대학생들 지도도 하고 있다. 오늘도 정도의 춤꾼은 또 다른 비상을 꿈꾸고 있다.

유혜진은 최근 십여년 동안 젊은 안무가로 활동하며 많은 안무작을 발표했다. 그녀는 처녀작 『사랑니』(한국무용협회 주최 2006젊은 안무자 창작공연,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를 시작으로 2014년 『뛰는 사람들』 까지 10편이 넘는 안무작을 발표했다. 그녀의 안무작들의 대부분은 그녀의 일상, 살아가면서 느끼거나 깨닫게 되는 삶의 이유들을 작품의 주제로 삼는다.

▲영자이야기
▲영자이야기
어려서부터 단 한 번도 억지로 춤을 추지 않은 그녀의 춤은 그녀의 삶 자체였고, 놀이였다. 그 힘들다는 입시도 그녀에겐 즐거움이었다. 단 한 번도 춤추는 것을 후회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이제 그녀는 자신이 가는 춤길에 대한 고민을 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걸어가는 듯, ‘인생은 미친 듯이 행복하다가 죽을 만큼 고독한 것’임을 실감하며 다시 또 한걸음 내딛는다.

유혜진의 수상경력은 2013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선정 <주목할 예술가상>, 2011 (사)무용문화포럼이 선정한 안무가 시리즈 ‘최우수작품상’, 춤과 사람들 주최 2007 젊은 작가전 ‘최우수작가상’, (사)한국무용협회 주최 2006 젊은 안무자 창작공연 ‘우수안무상’ 수상에 달한다. 차근 차근 자신의 목표를 향해 자신의 좌표를 설정하는 그녀는 성공의 길에 진입하고 있다.

▲지금여기
▲지금여기
▲지금여기
▲지금여기
그녀는 대학입학 이후 지금까지 늘 배우는 자세로 임하며 춤 작업을 뿌듯하게 여기고 있다. ‘열심히 최선을 다하다 보면 길은 열린다’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살아간다. 아직도 그녀의 삶과 춤 길은 현재진행형이다. 조금 더디거나 조금 빠른 것에 연연하지 않고 묵묵히 그녀의 길을 걸어간다. 그렇게 그녀의 춤은 성장하고 있다. 대견이라는 단어는 이럴 때 쓴다.

/장석용 기자

▲청어
▲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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