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무용가 정현진 인물탐구] 즐기며 무대 빛내는 빈틈없는 춤 연기

정현진 ‘컴퍼니 J’ 예술감독

기사입력 : 2015.01.07 09:33 (최종수정 2015.02.26 01:12)

휴학 불사 학적 바꾸는 대모험

자신만만하고 뜨거운 향학열

현대무용계 든든한 재목으로

▲정현진안무의'FATAL'
▲정현진안무의'FATAL'
[글로벌이코노믹 장석용 객원기자] 정현진(鄭炫鎭, Hyun Jin, Jung)은 1977년 2월 26일 아버지 정재관, 어머니 전분자 사이의 2남1녀 중 둘째로 부산에서 태어났다. 풍요로운 땅과 대지의 기운을 받고 자란 그는 예(禮)와 현대를 끌어안으면서 단술을 사랑하듯 춤을 사랑해왔다. 고2 때 어느 전체 조례에서 교장선생님의 선배들의 춤 활동과 수상에 관한 말씀에 자극을 받고 이때부터 현진은 춤에 매진한다.

현진은 당시 학원에서 춤 교습을 받게 되었고, 이때 만난 춤 선생이 지금의 세종대 김형남 교수다. 주말이면 심야버스로 부산과 서울을 오가며 춤을 배우며 향학열을 불태웠던 그는 경성대에 입학하게 되었고, 스승 남정호 교수가 한예종으로 전근하자 휴학도 불사하고, 한예종으로 학적을 변동하는 대모험을 감행하였고 오늘날 현대무용계의 든든한 인재로 성장하였다.

▲정현진안무의'FATAL'▲정현진안무의'FATAL'▲정현진안무의'FATAL'
▲정현진안무의'FATAL'▲정현진안무의'FATAL'▲정현진안무의'FATAL'
그는 연포초등, 성동중, 부산 동천고교를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창작과에서 학사와 전문사(2011∼2013)를 졸업했다. 정현진은 대학 졸업 후 유럽을 거쳐 뉴욕으로 가게 된다. 어학 실력이 미천하여 여러 악조건 가운데에서도 오히려 그것이 자신에게 행운을 가져다주었다. 그는 2004년부터 2010년까지 트리샤 브라운 댄스컴퍼니 무용수로 활동하게 된다.

그는 유럽, 미국, 아시아의 주요 극장에서 트리샤 브라운의 많은 레퍼토리에 출연했으며, 귀국 후 매년 신작을 활발하게 발표하고 있다. 최근 스페인 마스단자 안무콩쿠르(18MASDANZA, 2013.10)와 이탈리아 단자 우르바나(Danza Urbana)에 초청되어 『Turn of the Dawn, 뒤바뀐 새벽』(2014.09, 볼로냐)을 안무, 출연했고, 금년엔 한국현대무용진흥회로부터 댄스비전 베스트 댄서상(2014)을 수상했다.

현재 국내외 무용계로부터 주목받고 있는 안무가 정현진은 2014부산국제무용제 AK21국제안무가육성공연 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즐기면서 춤추는 현진은 보랏빛 열정으로 더 다양한 춤을 만들어내기 위해 ‘Company J’를 창단했다. 그는 본질적이고 근본적인 움직임에 집중하며 세련된 작품들을 직조해낸다. 현진의 인간적 장점은 성실하며 평화를 추구한다는 점이다.

▲정현진안무의'MIX&MATCH'▲정현진안무의'MIX&MATCH'
▲정현진안무의'MIX&MATCH'▲정현진안무의'MIX&MATCH'
그는 유럽, 아시아, 미국의 주요 극장에서 트리샤 브라운 무용단의 레퍼토리 작품 『PRESENT TENSE, 현재 시제』, 『Astral Convertible, 별의 전이』, 『Set and Reset, 설정과 재설정』, 『Groove and Countermove, 쾌조 대항의 춤』, 『Geometry of Quiet, 정적의 기하학』, 『Canto pianto, 울음소리』, 『and I love my robots, 그리고 나는 나의 로봇을 사랑해요』, 『Foray foret, 약탈자 될 것 같은』, 『EARLY WORK, 이른 작업』 외 다수 작품에 출연했다.

정현진은 2007년 8월 ‘더 텔레그래프, The Telegraph’ 이스민 브라운(Ismene Brown)의 표현대로 「어떤 캐릭터나 스페이스에 이질감 없이 잘 빠져들고 어우러진다. 걱정이 필요 없고 늘 일관성 있는 중요 메인 무용수이다.」 대가족 일원으로서 자기의 역할 찾기를 일찍 배웠던 덕분이다. 부족한 영어 청해(聽解)에도 주변에 민감하지 않고 춤에 몰입했다.

그의 주요 안무작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 창작산실 우수작 『FATAL, 치명적인』(2014.12,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자체 기획공연 『Carpe Diem, 카르페 디엠』(2014.04,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국제현대무용제(모다페, MODAFE) 초청작 『뒤바뀐 새벽』(2013.05,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모다페 초청작 『다섯 가지의 법칙』(2012. 05,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이다.

『FATAL』은 금년 12월 공연예술 창작산실 우수공연 선정작이다. 나무판을 맞추는 여인, 느긋하게 세상의 위선과 미모지상주의를 비판한다. 드릴링은 성형의 또 다른 상징이다. 옴므 파탈(Homme Fatale), 저항할 수 없는 외모를 내세워 여성을 유혹하는 치명적 매력을 가진 남자, 외면적 우위에 있는 남자무용수 2명, 다른 매력이 넘치는 남자무용수 1명, 이 사이에서 자신의 매력을 보여주며 그 사이를 오고 가는 여자무용수. 연주자(DJ)가 라이브 세트를 들고 나와 무대를 아우르며 음악을 조절한다.

▲정현진안무의'다섯가지법칙'▲정현진안무의'다섯가지법칙'
▲정현진안무의'다섯가지법칙'▲정현진안무의'다섯가지법칙'
그는 자연스럽게 극에 개입하며 신적인 존재처럼 그들을 통제한다. 드릴링은 사운드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위트 있는 소재의 참신함과 현실감의 조합은 매력으로 다가온다. 외모 출중의 남성무용수들은 동성애로 번지고, 부족을 극복하고자하는 의도치 않은 매력을 발산하는 남성의 사랑을 받아들이는 여성, 남성의 소중함을 인정한다.

『Carpe Diem』, 2014년 6월 초연된 이 작품은 ‘Carpe diem, quam minimum credula postero.’의 라틴어의 통쾌한 정의, ‘이 시간을 만끽하라, 미래에 대한 기대는 최소로 하고.’는 우리나라의 노래 ‘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의 현대무용 버전이다. 미래라는 미명하에 현재의 삶, 낭만과 즐거움을 포기해야만 하는 이들에게 지금 살고 있는 이 순간이 무엇보다도 확실하며 중요한 순간임을 일깨워준다. 젊은이들은 과거에 얽매이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정작 제일 중요한 현재를 즐기지 못하고 있다. 현재에 만족하고 ‘흐르듯이 멈추듯이’ 열심히 살아가다보면 저절로 멋진 삶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낙천적 사고의 작품이다. 작품은 흥겨우며, ‘죽은 시인의 사회’의 충동이 에너지가 됨을 떠올리게 한다.

▲정현진안무의'뒤바뀐새벽'▲정현진안무의'창작산실'
▲정현진안무의'뒤바뀐새벽'▲정현진안무의'창작산실'
『뒤바뀐 새벽』, 2013년 5월 초연된 이 작품은 2010년 제34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 박민규의 <아침의 문>을 모티브로 만든 작품이다. 「축 늘어진 타원형의 문을 열고서 나는 머리를 집어넣는다. 바람이 분다. 시원하다」. 안무가는 죽음과 탄생에 얽힌 근원적 생명의 가치를 통해 이 시대가 안고 있는 삶의 가벼움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새롭게 형상화하여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어 놓는다. 새벽, 이 시간 즈음 되면 그때서야 안무가는 자야 되지 않을까를 생각한다. 정현진은 영혼이 잠식당하는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는 자신의 현재를 투사시킨 ‘뒤바뀐 새벽’의 짝 김요셉과의 버디 댄스, 일체성 있는 ‘불면’의 상징을 구체화시킨다.

『다섯 가지의 법칙』(2012년 5월 초연)은 다섯 가지 움직임으로 보여주는 경우의 수 조합, 구성의 미학, 움직임 간의 유기적 구성을 보여준다. 론도처럼 반복적으로 순환하는 움직임이 주는 신비로움, 이 작품은 움직임 구성에 관한 작품이다. 5명의 무용수들은 각자 개인의 움직임 Part1-5가 있다. 이 다섯 가지의 Part를 ‘경우의 수’처럼 여러 가지 조합으로 구성한다.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분석, 재구성하여 보여준다. 음악은 피아노 라이브로 연주된다.

▲정현진안무의'창작산실'
▲정현진안무의'창작산실'
정현진의 최근의 의미 있는 작업의 일면, 부산국제무용제 AK21국제안무가육성공연 『단순과 복잡』(2014. 06, 부산문화회관 중극장) 안무 *우수상 수상, 제16회 서울세계무용축제 SIDance Who's next 『Being and Time』(2013. 10, 강동아트센터 소극장 드림) 안무 및 출연, 제16회 서울세계무용축제 SIDance 춤추는 도시 『Being and Time』( 2013. 10, 합정 메세나폴리스) 안무 및 출연, MOVE Art and Dance since 1960s(MOVE : 1960년대 이후 미술관 무용전) 『Floor of the Forest』( 2012. 06 - 2012. 08, 국립현대미술관 제 1전시실 및 제 1원형전시실)은 그의 다양성과 집중과 선택을 보여주는 예이다.

▲정현진안무의'까르페디엠'▲정현진안무의'까르페디엠'
▲정현진안무의'까르페디엠'▲정현진안무의'까르페디엠'
귀국 후 갑자기 막혀버린 무대, 그 가운데 그가 얻은 졸업작품의 『Mix & Match, 믹스 앤 매치』(2011)의 안무 자리는 너무나 반가운 커넥션 자리였다. 이후 안무공간은 넓어졌고, 이때의 기억으로 빚은 작품들과 무대는 절호의 찬스에 해당되는 야심작들이 되었다. 현대무용가 정현진은 자신의 에러와 미안함을 깨끗한 인정과 엄청난 연습으로 메꾼다. 이 시대의 빛나는 안무가 정현진, 자신만만과 ‘의리적 열성’으로 현대무용사를 살찌게 채울 재목임이 분명하다.

/글로벌이코노믹 장석용 객원기자(문화비평가,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