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에 집중할 수 있는 조직문화 만들어야 혁신 성공

[이승우와 함께하는 변화혁신(8)] 혁신은 '지금 이 순간(The Now)'에 시작된다

기사입력 : 2015.03.18 08:18 (최종수정 2017.02.07 00:35)

 
 
장밋빛 청사진보다 구성원들 역량 판단이 우선

선배들의 '왕년타령'은 환경변화에 대한 불만

한국의 조직문화에서 회식(會食)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사전적 의미로는 ‘여러 사람이 모여 함께 음식을 먹는 모임’으로 풀이될 수 있지만 실제 회식 현장은 단순히 밥만 먹는 자리가 아니다. 조직 구성원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친목을 강화하고, 혹시나 그동안 쌓였던 앙금이 있으면 이를 시원하게 털어내는 소통의 자리로 여겨진다.

아무래도 한국 사회가 조직 내 위계를 많이 따지다 보니 낮 시간에 미처 하지 못했던 속 깊은 이야기들이 술 한 잔과 함께 쏟아져 나오기도 한다. 그래서 퇴근길 직장인들의 단골 음식점에는 오늘도 한바탕 왁자지껄한 소리가 그칠 줄을 모른다.

그러나 이렇듯 긍정적인 면에도 불구하고 직장인들이 회식에 대해 갖는 부담감은 점차로 커지고 있다. 요즘 젊은 세대의 직장인들은 회식 자체를 아예 스트레스라고 여기는 경우도 있다. 그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여전히 회식의 적(敵)으로 남아있는 소위, ‘꼰대’라 불리는 선배들의 ‘왕년타령’이다. 실제로 지난 1월 어느 취업 포털에서 직장인 37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80% 이상이 회식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그중 29.4%가 바로 '불편한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기'였다고 한다.

지금의 상황 피하려는 경향

누가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자칭 고참이라며 풀어놓는 이야기의 대부분은 ‘왕년에 내가 ~했는데’로 이어지는 식상한 레퍼토리다. 처음에 한두 번 들어주는 것은 좋은데 문제는 회식 자리가 있을 때마다 카세트 테이프를 틀어놓은 듯이 ‘왕년이야기’가 끊임없이 반복된다. 결국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슬그머니 자리를 피한다.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전화를 받는 척 연기도 한다. 좋은 말도 한두 번이지 계속해서 반복되는 왕년타령은 듣는 사람을 지치고 짜증나게 만들 뿐이다.

늘 과거의 자기 자랑을 늘어놓는 사람들의 성향을 살펴보면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지금 상황에 닥친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회피하려는 모습이다. ‘지금까지 나는 꽤 잘해왔는데 굳이 새로운 것으로 바꾸고 싶지 않다’라는 암묵적인 저항의 표현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런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과거의 좋았던 순간을 들춰내며 새로운 조직 환경의 변화에 간접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둘째, 늘 화려했던 과거를 내세우는 사람은 지금의 초라해진 자신의 모습을 들키게 될까봐 전전긍긍 하는 경우가 많다. 산업화시대에는 열심히 일하면 실적도 쌓고 조직에서 인정도 받았는데, 오늘날 디지털 시대는 단순히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통하지 않는다. 열심히 하는 것보다는 잘하는 것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회사 생활에서 살아남는 것도 불안하고, 뛰어난 스펙으로 무장한 실력 있는 후배들이 치고 올라오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하다. 늘 노심초사하는 마음이 있다 보니 자연스레 과거에 자신이 쌓아온 성과를 드러냄으로써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도록 노력한다. 지금의 자신을 지키기 위해 자기방어인 셈이다.

셋째, 습관적으로 ‘왕년타령’에 집착하는 사람은 자신이 처한 현실에 직면하는 것에 심리적인 불안과 두려움을 느낀다. 이는 조직 내에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과도 연결된다. 과거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현재의 시점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풀어가는 시야를 좁게 만든다. 그러다보니 번번이 외통수에 걸려들게 되고 결과가 나아지기는 어렵다. 결국 원하는 목표 달성이 어렵게 되면서 마음속에 불만만 쌓여갈 가능성이 높다. 현실에 직면해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사람이 한 단계 더 성장하기는 불가능하다.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 커

직장 회식에서 있을 수 있는 ‘꼰대’ 선배의 모습을 예로 들었지만, 실제로 기업의 조직문화를 들여다보면 이렇듯 과거에 발목이 잡혀있는 사람들이 주도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설렘보다는 불안과 두려움이 앞선다. 피하고 싶고, 덮어두고 싶고, 웬만하면 그냥 넘어가는 것에 익숙하다.

이런 성향을 보이는 사람이 많은 조직에서는 ‘혁신’이라는 말 자체를 꺼내기가 어렵다. 집단적인 저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고 자칫하면 조직 내 불만만 야기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과거형’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많은 조직은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간단한 방법은 업무실적과 인사고과 등 조직 내 규율에 따라 냉정하게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책임을 묻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조직에 또 다른 갈등 요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경영악화 등 긴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쉽게 적용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바로 ‘지금 이 순간’, 즉 현재에 직면할 수 있도록 자극과 동기 부여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현재 자신이 수행해야 할 역할(Role)과 책임(Responsibility)에 대한 분명한 인식을 갖도록 해주어야 한다.

과거의 경험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내가 무엇을 느끼고, 생각하는지를 자각함으로써 스스로 태도와 행동을 바꿀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심리치료의 분야에 있어서 형태치료 이론(Gestalt psychology)의 개발자인 독일의 프리츠 펄스는 인간이 ‘지금 여기(Here and Now)’를 인식하고 자기 자신에 대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심리상담의 핵심 원리라고 했다.

인간이 살아가는 힘의 원천은 바로 지금 ‘현재’에 있으며 이는 과거에 못했던 일에 대한 후회에 빠져있거나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 끊임없이 결심하거나 계획을 수립하는 등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고 지금 상황에 집중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왜?’라고 하는 질문보다는 ‘무엇을’, ‘어떻게?’라고 하는 구체적인 질문을 통해 현실에 직면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고 했다.

조직원에게 힘과 용기 줘야

따라서 미래지향적인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더더욱 현재(The Now)에 집중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이상적인 혁신의 그림을 그리기 전에 조직 구성원이 그것을 달성할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는가를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혁신이 실패하는 주된 이유는 지금의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할 능력도 없으면서 장밋빛 청사진만 보란 듯이 내놓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승우 변화혁신연구소 소장
이승우 변화혁신연구소 소장
이러한 진단을 통해 혁신 가능성을 파악한 후에는 조직 구성원들이 현실에 직면할 수 있는 힘과 용기를 길러주는 것이 필요하다. 갈수록 심해지는 내외부적 경쟁 속에서 현재의 자신을 제대로 알고 지식과 경험을 통해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역량을 쌓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업무능력 향상이 아니라 혁신을 중장기적으로 이끌고 나갈 수 있는 역량을 갖춘다는 차원에서 최고경영자(CEO)의 관심 아래 전략적으로 추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는 직장에서의 회식이 스트레스가 아닌, 휴식과 성장의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함께 수고해준 동료들과 오늘의 즐거움을 나누고, 내일의 희망을 이야기하는 시간으로 채워지면 좋겠다. 과거의 추억은 아름답지만 과거의 추억에만 빠져있는 일부 ‘꼰대’들 때문에 미래의 꿈을 안고 조직에 들어온 후배들의 현재가 우울해져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승우 변화혁신연구소 소장(www.ci21.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