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삼모사 교육정책…일선교사 목소리부터 들어라

[이승우와 함께하는 변화혁신(9)] 교육혁신의 중심에는 '교사'가 있어야 한다

기사입력 : 2015.03.25 08:40 (최종수정 2017.02.07 00:35)

 
 
정권 바뀔 때마다 흔들어 놓고 정책당국 일방통행

교육전문가 교사 소외시킨 교육혁명 애초부터 한계

해마다 3월 새 학기가 되면 가장 바빠지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학교현장의 교사들이다. 새로 얼굴을 접하는 아이들을 파악하고 생활지도 및 교실환경을 구성하는 학급경영계획을 수립한다. 그리고 과목별 수업운영과 평가, 체험활동 등의 교육과정 운영계획을 준비하느라 바쁘다. 또한 중요한 역할이라 할 수 있는 학부모 상담을 비롯해서 각종 위원회 활동과 학교행정 참여 등 교실수업 이외에 맡아야 할 역할도 있다. 이렇듯 교사라는 직업은 단순히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교육활동 전반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운영하고, 결과를 평가하는 단계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직접 챙기는 역할을 한다.

교육 현장의 최일선에서 열심히 책임을 다하는 교사의 모습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좋은 수업을 통해 지식과 교양을 전수하고, 원만한 학급경영을 통해 아이들이 온전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디딤돌의 역할을 수행한다. 교사라는 직업이 단순히 급여를 받고 회사에 출근하는 직장인이라기보다는 뭔가 우리 사회에서 다른 가치로 인정받는 상징성을 갖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따라서 교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물론 교사의 역량 개발을 위한 국가의 정책적 지원은 계속적으로 필요하다. 이는 교사 개인에 대한 지원이라기보다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학교 현장에서 직접 교육의 가치를 구현하는 교사들이 교육의 미래지향적 방향성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상당부분 소외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매번 정권이 바뀌거나 사회적 이슈가 발생할 때면 교육의 정책적 변화를 요구하는 다양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시대가 원하는 교육목표의 상(像)이 달라짐에 따라 그만큼 요구 사항이 달라지는 것은 일면 당연하다. 그러나 그렇게 중대한 의사결정의 과정에 과연 일선교사들이 제기하는 교육현장의 목소리가 얼마만큼 전달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그저 청와대와 교육부 등 정책당국에서 시키는 대로 따라가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라면 우리 아이들 앞에서 당당하게 설 수 있는 선생님의 모습은 더욱더 작아질 수밖에 없다.

시간을 거슬러보면 1995년 김영삼 정부 시절에 발표된 ‘5·31 교육개혁’에서 이미 이전의 획일적 교육관행을 다양화하려는 새로운 교육체제가 마련되었다. 이후 교육의 관점을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시킴으로써 교육의 자율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노력은 계속 이어졌다. 뒤이은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이명박 정부, 그리고 지금의 박근혜 정부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교육정책은 매번 다른 옷으로 갈아입으며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다. 그러나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높아졌고, 특히나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로부터 온전한 지지를 얻기가 힘들었다. 중·장기적인 계획에 따른 정책의 일관성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이기도 했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학교 현장의 교사들을 그저 지시하고 관리하는 통제의 대상으로만 생각해왔던 이유도 크다.

 
 
이렇듯 교육개혁을 위한 정책추진 과정에서 현장 교사의 중요성을 간과해온 모습은 얼마 전 한국 교육의 벤치마킹 대상 1순위로 여겨진 핀란드의 사례를 볼 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핀란드의 전 국가교육청장인 에르키 아호가 쓴 ‘핀란드 교육개혁 보고서’에서, 그는 교육개혁의 성공 요인으로 교사의 역할을 매우 비중 있게 제시하고 있다. 1960년대 이후 40년 이상 추진된 교육개혁의 중심에는 교사의 열정과 헌신, 그리고 전문 역량이 크게 기여했다고 한다. 교육개혁의 동반자로서 교사의 참여를 확대하고 자질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투자를 지속함으로써 국민들로부터 공교육의 신뢰를 지켜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교사양성제도나 사회적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양 국가 간의 절대적인 비교는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결국 교사가 살아야 교육이 산다고 하는 정책적 신념이 훗날 얼마나 큰 열매를 맺을 수 있었는가를 생각해보면 오늘날의 한국 교육에 전하는 시사점이 크다. 교육 현장에서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실천하는 교육전문가인 교사가 소외된 채로 그려지는 교육정책의 그림은 시작부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편 이와 더불어 대한민국의 발전적 교육혁신을 위해 학교 현장의 교사들이 귀담아들어야 할 국민들의 요구도 있다. 미래사회의 주인공인 우리 아이들이 온전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제대로 가르치는 교사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교사 스스로가 교수 역량을 개발하고 전문성을 향상시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제자가 스승보다 더 낫다고 하는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보편적으로 배우는 사람은 가르치는 사람의 수준을 넘어서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에 빠르게 변하는 시대환경 속에서 더 빠르게 진화하는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잘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모든 교사들이 갖는 공통적인 숙제로 남아있다.

공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다양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지만, 그중 핵심은 바로 교사들의 역량개발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미래의 꿈나무인 우리 아이들을 온전한 사회인으로 길러내는 최전방의 롤모델이 바로 교사들이기 때문이다. 인격과 능력이 아직 성숙되지 않은 아이들이 바라보는 교사의 모습은 우리 사회의 거울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그렇기에 교사의 자기혁신은 계속되어져야 한다. 교육대학, 사범대학을 거쳐 임용시험 등 일정요건을 통과한 후 교사의 자격을 얻게 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식과 정보의 유효기간은 소멸해 갈 수밖에 없다. 심지어는 교사로 부임한 초년 시절에 가졌던 열정과 자존감마저 상실해가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교사 스스로가 자신의 역량 수준을 진단하고 더 높은 단계로 성장하기 위해 쏟는 노력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필수조건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실적 고민을 풀어가기 위한 방법으로서 교사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한 상호 협력적 학습의 무대가 지속적으로 마련될 필요가 있다. 교육에 대한 열정으로 함께 모여 토론하고 서로 배우고 가르쳐주는 동료장학의 문화가 학교 현장에 더욱 확산되어야 한다. 때로는 학교라는 공간을 벗어나 다른 산업에 종사하는 전문가들과의 교류와 소통을 통해 학교에서 배운 지식이 사회에서 어떻게 쓰이는지를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 교사는 우리 아이들이 학교 문을 나와 사회라는 관문으로 들어가기까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안내자의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이승우 변화혁신연구소장
이승우 변화혁신연구소장
오늘날 한국 사회는 앞으로의 미래를 창조해나갈 성장 동력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가, 아니면 과거로 퇴보할 것인가의 기로에 서있다고 할 수 있다. 기술이 진보하고 문화의 다양성이 확대되며 국제사회에서의 경쟁도 날로 심해져간다. 사회의 변화 속도가 빠를수록 교육에 대한 기대와 요구도 많아진다. 따라서 교육도 사회가 원하는 변화의 요구를 외면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교육은 변화에 반응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시대의 변화를 선도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당장 눈앞에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가 원하는 미래상은 교육으로 구현되기 때문이다. 그 교육혁신의 중심에 교사가 서야 한다.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중심을 잡고 지탱할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의 교육정책은 현장에서 이를 실천하는 교사와의 동반자적 관계 설정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또한 교사는 이를 능히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 더 많은 열정과 노력을 쏟아야 한다. 숫자로 보이는 핀란드의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수준이 어느 순간에 저절로 얻어진 우연의 결과가 아니었다는 것을 제대로 알고 배울 필요가 있다.

이승우 변화혁신연구소장(www.ci21.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