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 끌어낼 열린 공간 주고 마음껏 뛰어놀게 하라

[이승우와 함께하는 변화혁신(11)] 개방성과 다양성의 문화가 ‘혁신의 플랫폼’ 만든다

기사입력 : 2015.04.15 08:43 (최종수정 2017.02.07 00:35)

 
 
시장주도 글로벌 기업 대부분 개방형 네트워크 활용 혁신 창출

조직 내부서도 스스로 책임지며 일할 수 있는 문화 만들어가야

2010년 봄, 나른한 주말 오후 소파에 누워 여유롭게 케이블방송 채널을 돌리던 때가 떠오른다. 여기저기 볼 만한 것을 찾던 중에 강한 호기심으로 채널을 고정시킨 프로그램이 있었다. 바로 21세기 혁신의 아이콘으로 부상한 스티브 잡스와 애플사의 스토리를 담은 내용이었다. 애플사의 제품이 소개되었고 정보기술(IT) 분야의 여러 전문가들이 ‘아이폰’의 출시에 따른 시대의 변화를 이야기했다.

그러나 당시 한국에서는 아직 얼리어댑터(early adopter)를 중심으로 사용자층이 제한적이었고 시장에 출시된 지도 얼마 되지 않았기에 스마트폰에 대한 나의 관심은 그리 높지 않았다. 당시 사용하던 휴대폰으로도 통화는 충분히 가능했기에 꼭 비싼 돈을 주고 스마트폰을 구매할 필요성도 느끼지 않았다.

애플의 ‘아이폰’을 소개한 방송 프로그램이 끝나갈 무렵 나는 기존에 쓰고 있던 휴대폰을 다시 꺼내 보았다. 그리고 월요일이 되자마자 인근의 영업점에서 스마트폰 구매신청서에 사인을 했다. 이전 휴대폰의 사용약정기간에 따른 위약금을 내야 하는 것이 아깝기는 했지만 거리낌없이 지불을 하고 생애 첫 스마트폰을 손에 넣었다. 스마트폰을 사용해 본적도 없고 나에게 어떤 도움이 될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일단 지르고 본 선택이었다. 그러나 단순한 호기심에 따른 충동구매는 아니었다. 나름대로 그 선택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애플의 기술력을 뒷받침했던 개방성과 다양성에 기반을 둔 ‘혁신의 플랫폼’이었다.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촉발된 IT산업의 새로운 변화는 모바일의 강점을 최대한 부각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의 활용이었다. 실생활에서 필요한 ‘앱’을 스마트폰에 탑재해 언제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게 됨으로써 전화 통화가 가능한 주머니 속의 컴퓨터를 갖게 된 것이다. 이렇듯 기존의 휴대용 전화기에서 스마트폰으로의 활용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핵심 요인인 ‘앱’의 개발에 있어 애플이 보여준 전략은 그 자체로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바로 전 세계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애플이 구축한 혁신의 플랫폼 안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이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관심이 있는 많은 사람들을 매료시켰고, 그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몰입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그림=문지현 기자
그림=문지현 기자
애플사가 2007년 고객들에게 제공한 소프트웨어 개발툴(SDK, Software Development Kit)은 그 자체로 미래혁신의 씨앗을 심었던 열린 공간이었다. 전 세계의 전문적인 개발자들로부터 초등학교 학생들에 이르기까지 일상생활에서 유용한 아이디어를 SDK를 활용하여 소프트웨어로 개발했다. 전문가들은 상업적으로 가치가 있는 유용한 ‘앱’을 개발하기도 했고, 러시아의 어느 초등학생은 수업시간에 쉽게 구구단을 외울 수 있는 ‘앱’을 개발해서 친구들과 함께 활용하기도 했다. 말 그대로 전 세계의 다양한 창의성이 한 곳으로 모이게 되는 플랫폼의 역할을 톡톡히 하게 된 것이다.

애플은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에 의해 개발된 애플리케이션을 무료 또는 유료로 거래할 수 있는 앱스토어(Appstore)를 구축했다. 이러한 개방형 네트워크 전략을 통해 2010년 말에 이미 애플 앱스토어에 30만 건이 넘는 ‘앱’이 올라오게 되었고, 이는 스마트폰의 무궁무진한 확장성을 담보하는 디딤돌이 되기도 했다. 그러한 혁신문화의 기반에서 탄생한 스마트폰에 대한 품질과 브랜드에 대한 신뢰감이 크게 작용한 것은 당연했다. 이는 당시의 한국 사회에서 논의되었던 혁신문화의 방향성과는 관점이 조금 다른 것이었다. 변화와 혁신의 시작점을 어느 곳에 둘 것인가에 대한 시각의 차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21세기의 시작과 함께 글로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며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ies) 기반의 정보화 사회를 선도하기 위한 한국 기업들의 노력은 실로 대단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넘어서는 과정에서 기업의 혁신 드라이브는 더욱 가속화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조직 최상층의 경영진으로부터 내려오는 Top-Down 방식의 의사소통 방식에 익숙하다보니 고객과 지역사회, 그리고 글로벌 네트워크의 다양성을 활용하는 것에 소홀한 측면이 많다. 인재 발굴과 육성 전략에 있어서도 소위 말하는 ‘엘리트’ 중심의 인력운용 체제를 고수하는 성향이 강하다.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이 밝힌 ‘천재경영’은 그간의 한국 기업의 조직문화에 자리잡은 핵심인재에 대한 생각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 한 명의 천재가 10만명을 먹여 살린다고 하는 ‘천재경영’의 관점에서 보면 소수의 핵심 인력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와 육성이 매우 중요함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천재’들을 길러내는 기업과 사회의 문화적 토양이 아직도 마련되어 있지 못하다는 데에 있다. 창의성을 발현할 수 있는 인재발굴을 위한 혁신의 플랫폼을 설계하기보다는 이미 일정 수준에 올라있는 인재를 영입함으로써 현상을 유지하려 하는 안전한 선택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환경 변화가 더욱 급속하게 진행될 미래사회에서 어떤 스타일의 기업이 더욱 강한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인가는 관심을 갖고 지켜볼 만하다. 그러나 이미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이 전 세계적인 개방형 네트워크를 활용한 혁신 플랫폼을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어느 정도 방향을 예측해 볼 수는 있다. 다양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바탕으로 가정기기, 자동차, 웨어러블 장치, 건강관리 시스템 등 일상생활 대부분의 영역에서 혁신적 산출물을 만들어 내는 구글(Google), 그리고 단순한 소셜네트워크를 넘어 전 세계 정보산업의 중심으로 자리잡고자 하는 페이스북(Facebook)의 미래혁신 전략도 결국은 개방형 플랫폼의 구축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또한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외부 환경과의 개방성뿐만 아니라 조직 내부의 직원들에게도 열린 공간에서의 자율과 책임을 강조하며 스스로 일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는 개개인이 갖고 있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가운데 창의성이 발현될 수 있다는 신뢰에 근거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창출된 성과에 대해 공정하게 보상함으로써 일에 대한 더욱 강한 몰입을 이끌어내는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승우 변화혁신연구소장
이승우 변화혁신연구소장
21세기를 변화시킨 혁신의 아이콘을 꼽으라면 누가 뭐라 해도 애플사를 설립한 ‘스티브 잡스’라고 말할 수 있다. 그의 아이디어를 통해 발전된 다양한 IT 디바이스들은 오늘날의 현대인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해 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성장의 측면에서도 애플은 지난해 4·4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분기실적 사상 최대인 49%의 점유율을 기록했고, 시가총액 역시 지난 2월에는 세계 증시 사상 최고가인 7746억9000만 달러(약 860조원)를 돌파했다. 지금까지의 획기적인 성장도 놀랍지만 앞으로의 성장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가 더 궁금해지기도 한다. 이렇듯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하게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애플의 혁신요인에 대해 분석하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한 혁신의 원동력이 무엇을 통해 구체화되었는가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기업이 시장에서 존속할 필요가 있는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고, 이는 열린 공간에서 고객을 이해하고 소통하며 혁신의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앞으로 한국 기업이 어떻게 개방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며 혁신을 이뤄낼 수 있는 문화적 토양을 만들어갈 것인가가 숙제로 남는다.

이승우 변화혁신연구소장(www.ci21.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