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전문가' 앞에 당당하게 설 수 있게 전문성 갖춰라

[이승우와 함께하는 변화혁신(12)] 고용환경 변화의 시대, ‘자기 브랜드’로 생존하라

기사입력 : 2015.04.29 12:21 (최종수정 2017.02.07 00:35)

 
 
한국 고용시장 환경 급변…회사 떠나도 자생적 삶 가능하게 준비해야

조직에 근무할 때 타의 추종 불허할 정도로 실력 갖춰야 이직도 가능해

2010년 봄 미국의 명품배우 조지 클루니가 주연을 맡은 ‘Up in the air’라는 영화가 개봉을 했다. 그리고 당시만 해도 한국 사람들에게는 아주 낯설기만 했던 주인공의 직업이 소개된다. 바로 ‘해고전문가’이다.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회사의 의뢰를 받고 퇴직 대상자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해고통보를 하고, 법적으로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며, 해고자들의 감정적 분노까지 다독여준다. 회사에서 해고를 당한 사람들이 회사에 대한 감정이 좋을 리가 없고, 때로는 법적 소송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기에 능숙한 해고전문가를 통해 회사 측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모습이 나타난다. 로맨스를 가미한 휴먼드라마로 결말에 이르기는 하지만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 이후 구조조정의 물살에 빠진 기업과 근로자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가상의 소재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자본주의가 최고로 발달한 미국의 경우라서 한국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2015년 대한민국의 오늘, 바로 우리가 처해있는 현실을 보면 오히려 ‘해고전문가’들이 더 왕성하게 활동할 시기가 그리 머지않은 것도 같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노사정위원회를 중심으로 이어져온 정부와 재계, 노동계 간의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협의가 결렬된 가운데 ‘대타협’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중 핵심 쟁점이 된 사안은 근로자의 해고 요건을 완화하는 취업규칙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노동시장의 고용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정부의 개혁안에 따라 정책이 현실화될 경우 기업 내 저성과자를 선별하고 구조조정의 대상으로 삼을 가능성이 커질 것은 분명하다.

안 그래도 최근 기업의 명예퇴직, 희망퇴직으로 인해 많은 직장인들이 회사를 떠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도래할 고용환경의 변화는 한국사회의 미래에 또 다른 고민을 던져준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기껏해야 40대 후반, 5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조직을 떠난 직장인들이 재취업보다는 극심한 경쟁구도의 자영업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20년 이상의 직장생활 결과가 치킨집이나 프랜차이즈 사업 외에는 할 것이 없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들려온다. 중년층의 실직과 재취업 곤란은 노후의 가정경제를 위태롭게 만든다는 차원에서 사회문제로 확대될 가능성도 더욱 커진다. 이와 같이 고용의 선순환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와 재계에서 추진하려 하는 ‘노동시장 유연성’의 확대는 노동계가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구조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이렇듯 고용시장에서의 환경 변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는 지금 과연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의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자의든 타의든간에 조직을 떠나는 상황을 맞는다면 어떻게 ‘제2의 인생’을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바로 그것이다. 일명 ‘자기 브랜드’를 갖고 있는가의 문제다. 어느 순간 회사 조직을 벗어난다 하더라도 자생적으로 자신의 삶을 지켜낼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는가의 문제이다. 일반적으로 직장인들이 쉽게 착각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 바로 직장생활 동안 경험하는 수많은 관계들이 자신을 중심으로 맺어지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자신이 권한을 갖고 있고, 자신의 능력이 뛰어나서 거래처 등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유지된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는 대단한 착각이다. 자신의 어깨 위에 놓여있는 회사의 간판을 떼어내었을 때 여태까지 맺어온 관계가 물거품처럼 사라져 버리는 것은 현실에서 너무도 흔한 일이다. 사업상의 거래는 회사라는 조직을 상대로 이뤄지는 것이지 개인을 보고 이뤄지는 경우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직을 떠난 이후의 미래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조직을 벗어나는 순간 다가드는 불안감과 고독은 깊어갈 수밖에 없다. 평범한 개인이 얼마나 무기력한 존재인가를 뼈저리게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어깨가 처진 중년의 고독은 그 우울함이 더욱 깊어만 간다.

 
 
그렇다면 시대변화를 극복해 낼 자신의 브랜드는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고민이다. 크게 보면 의외로 답은 간단하다. 첫째, 조직에 근무하는 동안 맡은 업무에 대해서는 타의 추중을 불허할 정도의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다. 자신의 의지나 능력과는 상관없이 회사의 경영여건 악화에 의해 조직을 떠나게 되는 경우 오히려 동종업계나 유사업종에서 더 좋은 조건으로 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 회사 측 입장에서는 경력자의 업무경험을 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고 노하우를 습득하기까지의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기업들의 채용실태를 보더라도 대규모 공채선발을 줄이고 필요 시 소규모로 경력사원을 채용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기업이 많아지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현상을 반영한다. 둘째, 조직생활의 경험을 바탕으로 나만의 차별화된 전략적 브랜드를 보유하는 것이다. 회사 조직을 떠난 후 반드시 동종업계로 이직할 필요는 없다. 창업을 통해 새로운 영역에서의 도전을 시작해 볼 수도 있다. 아예 기존과는 다른, 자신이 정말로 원하던 일을 할 수도 있다. 그 일을 제대로 수행할 자신의 역량만 보유하고 있으면 된다. 이는 전문 분야에 대한 학위가 될 수도 있고, 전문자격증이 될 수도 있다. 아니면 회사생활 중에 얻은 현장 중심의 경험일 수도 있고, 거래처와의 절대적인 신뢰관계일 수도 있다. 실제로도 그 사람에 대한 믿음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로 인정받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를 막론하고라도 현명한 직장인이라면 ‘회사생활, 그 다음’의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자신의 상황에 맞는 어떤 브랜드를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방향에 맞추어서 회사 내에서의 경력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물론 남들보다 조금 더 노력하고 자신의 삶에 투자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남들과 차별화된 브랜드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전부터도 직장인들의 자기계발을 위한 공부 열기는 뜨거웠지만 2014년 모 취업포털에서 직장인 78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직장인 10명 중 4명은 바쁜 와중에도 일과 공부를 병행하는 소위, ‘셀러던트’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게 추가적인 공부를 하는 이유 중에 가장 많았던 답변은 28.5%를 보인 ‘자기계발’이었고, 뒤이어서 24.1%가 ‘이직을 위해서’라고 답했다. 단순히 ‘막연한 불안감’ 때문이라고 응답한 직장인도 13.6%로 나타났다.

이승우 변화혁신연구소장
이승우 변화혁신연구소장
이미 시작은 되었지만 앞으로의 한국사회가 겪게 될 고용환경의 변화는 그 속도와 방향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기가 어렵다. 2014년을 기준으로 할 때 30대 그룹의 순익 규모가 지난 5년 전과 비교해서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고, 그나마도 순이익의 81%가 실적이 좋았던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소수의 특정 기업에 편중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전체적인 기업실적의 부진이 이어질수록 직장인들의 고용여건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 와중에도 물론 잘 성장하는 직장인도 있겠지만 더욱 치열한 경쟁과 내부적인 갈등을 피해갈 수는 없다. 앞으로도 상황이 별로 나아질 것 같지는 않다. 어떻게든 자신만의 독특한 브랜드를 잘 만들어 내서 능숙한 ‘해고전문가’ 앞에 당당하게 설 수 있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이승우 변화혁신연구소장(www.ci21.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