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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한상윤, 돼지의 친근함 통해 유쾌하게 삶의 행복을 그리다

기사입력 : 2016-02-04 08:02

작품 속 돼지, 가족이며 연인…사랑과 친절을 만드는 상징

가볍지만 진지하고 유머러스…그 속에 또 따스함까지 스며

우리는 행복을 꿈꾸고 산다. 새해가 되면 하는 모든 결심들은 우리의 행복한 삶이라는 목표와 결부되어 있다.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겠다는 것도, 저축을 더 하겠다는 것도, 솔로를 탈출하겠다는 것도 모두 행복을 위한 것이다. 이쯤되면 행복은 만족한 삶의 결과로 우리에게 주어지는 심리적 고양상태가 아니라 만족스런 삶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자 목표가 되는 것 같다. 그런데 행복의 전제조건은 누구에게나 다 같지 않다. 어떤 이는 사회적 성공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어떤 이는 가족의 안녕과 평화, 화목을 우선시한다. 경제적 안정에서 행복을 찾는 이들도 있다. 새해가 되어 행복을 설계하고 서로의 행복을 빌어주는 지금, 우리에게 행복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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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윤 작 '사랑합니다 우리가족', 광목에 채색, 금박
한상윤은 ‘행복한 돼지’를 그리는 작가다. 일본과 한국에서 각각 풍자만화와 한국화를 전공한 그의 그림은 활짝 웃고 있는 더없이 행복한 돼지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전통수묵화와 풍자적이고 해학적인 만화가 만난 그의 그림은 ‘행복’이라는 주제를 명쾌하고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입꼬리가 올라간 돼지들의 입 속에 목젖은 하트를 그리며 사랑을 드러낸다. 실제로도 돼지는 생긴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부와 재물’, ‘다산’을 상징하는 등 우리에게 친근하고 좋은 의미를 지니고 있는 동물이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뚱뚱한 모습 때문에, ‘게으름’, ‘탐욕’, 때로는 ‘더러움’을 상징하기도 한다. 돼지꿈은 길몽이며, 우리는 중대사에 돼지머리를 놓고 그 머리에 돈을 꽂으며 앞으로 길할 것을 기원하기도 한다. 또한 서유기에서 저팔계는 인간의 면모를 가장 닮은 심볼로 등장한다. 유학시절 동물 만화를 접하면서 한때 130㎏에 육박하는 몸무게로 뚱뚱한 모습으로 살았던 한상윤이 자신의 모습과 쉽게 연결되는 돼지를 그린 것은 친숙한 이미지로 현대인을 대변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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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윤 작 '봄바람에 마음도 살랑살랑', 182.5x73cm, 장지에 분채, 석채,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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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윤 작 '가을이다 사랑도 익어가네', Acrylic on Canvas, 100x80.6cm, 2015
시사만평 만화가가 되려고 고등학교 때부터 만화를 전공했다는 한상윤은 일본에서 풍자만화와 일본 채색화를 공부하며 풍자적인 작품을 시작했다가 한국에서 만화붐은 사그라들고 순수미술시장이 커지는 것을 보고 좀 더 자신이 그리고 싶은 것을 맘껏 그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사람들에게 풍자와 시사로 날카로움을 주려했던 그가 선택한 것은 사람들을 웃게 하고 밝아지게 하며 같이 느낄 수 있는 ‘행복’이었다. 비판적인 것을 드러내기 보다는 좀 더 배려하고 서로 존중해주며 자신의 개인적인 느낌을 표현하고자 친근한 돼지의 모습으로 행복을 그려내고 싶었다는 한상윤에게 ‘행복’이란 ‘좋아함’이랑 같은 뜻으로 표현된다. 자신이 행복하게 작업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드러내는 그의 돼지 작품은 그가 바라는 행복이자 돼지에 그 자신의 모습이 반영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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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윤 작 'Prince', 광목에 혼합재료, 53x45.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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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윤 작 '커피 한 잔의 여유', 광목에 혼합재료, 53x45.5cm
재산과 복의 상징이면서도 탐욕과 더럽고 게으르며 우둔한 동물의 상징이기도 한 돼지는 한상윤의 작품 속에서 자본주의의 행복을 대변하는 동물이 된다. 어떤 세상의 어려움이나 고뇌 없이 해맑고도 즐거운 ‘행복한’ 표정 그 자체인 이 돼지들은 말끔한 모습으로 골프를 치고 명품 브랜드의 로고가 선명한 옷과 가방, 구두를 착용하고 있으며, 꽃과 함께 여유 있게 웃고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몸은 살이 쪄 우둔한 것이 아니라 운동을 통해 건강하고 강한 근육으로 거듭난다. 이 돼지들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찌보면 이상화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듯 보인다. 한상윤은 이런 돼지들을 특유의 만화적 필치를 드러내는 굵고 빠른 외곽선과 원색에 가까운 화려하고 밝은 색, 화면을 가득 채우는 구도로 행복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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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윤 작 '사랑합니다 우리가족', 장지에 분채, 석채, 금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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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윤 작 '소처럼 일한 자는 웃는다', 장지에 분채, 석채, 금박, 140x100cm, 2013

보통 만화의 구조는 이야기와 그림이 합쳐진다. 대부분의 만화에서 이야기는 언어(글자)로 표현되거나 만화 영화일 경우 소리로 많이 표현이 된다. 한상윤 작가의 그림은 돼지를 소재로 하여 밝은 색조의 화면으로 즐겁고 유쾌한 이야기를 대부분 텍스트 없이 회화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리치오도 까뉴도(Ricciotto Canudo)가 선언한 ‘제9의 예술 만화’와 ‘제2의 예술 회화’가 만나 자유롭게 행복을 그려내는 한상윤은 대중적인 만화적 이미지와 호방한 동양화의 필치로 부와 건강, 가족과 안락함이 주는 행복을 즐겁게 그려낸다. 그의 돼지들이 드러내는 명품 로고와 고민 없이 밝은 웃음, 그리고 번쩍이는 금빛 화면들은 풍자와 시사라는 날카로움은 잃었지만 대신 삶의 즐거움이란 기쁨을 얻었다. 행복을 위해 그림을 그리고 보는 사람의 행복을 기원하고 그 행복을 사랑과 웃음, 기쁨으로 표현하는 것. 그것이 한상윤의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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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윤 작 '마음의 여행으로', Acrylic on Canvas, 73.1x60.4cm,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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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윤 작 '행복한 가족', Arylic on canvas 석채, 2015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은 『행복의 정복(Conquest of Happiness)』에서 인간 사이의 사랑을 행복의 중요한 조건으로 설명하고 있다. “인간에 대한 따뜻한 관심은 사랑의 일종이다. 인간에 대해서 따뜻한 관심을 가진다는 것은 다른 사람을 지배하고 소유하기를 원하며, 언제나 명확한 반응이 되돌아오기를 바라는 사랑과는 전혀 다르다. 이런 사랑은 불행의 원천이 되는 경우가 많다. 행복을 가져오는 사랑은 다른 사람들을 관찰하기를 좋아하고 개인들의 특성 속에서 기쁨을 느끼는 사랑이며, 만나는 사람들을 지배하려고 하거나 열광적인 찬사를 받아내려고 하는 대신, 그들의 관심과 기쁨의 폭을 넓혀주려고 하는 사랑이다. 이런 태도로 다른 사람들을 대하는 사람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원천이 될 것이며, 그 대가로 친절을 되돌려 받을 것이다.”
사실 한상윤 작품 속의 행복은 명품백도, 골프도, 금박도 아닌 사랑일 것이다. 그림 속의 돼지들은 따뜻한 가족이며, 사랑스런 연인, 상대방의 성공을 시기와 질투 없이 축하해주는 동료, 차 한잔을 나눌 수 있는 벗이다. 혼자 있을 때조차도 이 돼지들은 사랑과 친절, 관심과 배려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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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윤 작 '근하신년 원숭이', 화선지, 수묵담채, 2015
‘사랑합니다’를 내세우며 행복을 그리는 한상윤의 작품은 팝적인 가벼움과 회화적인 진지함, 만화적인 유머러스함 속에서 밝게 웃고 있다. 그러나 한상윤이 그리는 동양화에서는 행복을 넘어서는 조용한 명상이 있다. 새해를 여는 원숭이의 표정에는 2016 한 해에 대한 설렘과 두려움, 의지와 기대가 함축되어 있다. 원숭이처럼 진지하던 돼지처럼 행복하던 한상윤의 작품을 꿰뚫는 하나의 정신은 ‘행복을 밝히는 따스함’이다. 실제 우리의 삶이 그다지 부유하지도 그다지 건강하지도 그다지 성공적이지도 않다면, 그렇다면 그림 속의 행복으로 위안을 삼고 같이 웃을 수 있는 그런 따스함이 한상윤의 작품 속에는 있다. 그리고 그 행복은 우리에게 전염이 된다. 밝게 그리고 유쾌하게.

● 작가 한상윤은 누구?
교토세이카대학교 예술대학 풍자만화과와 동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동국대학교 한국화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5 일본 텐노지학관 전람회 우수상(2005), 제8회 서울미술대상전 대상(2010), 제1회 A&C 미술상 산토리니 서울 특별상(2011)을 받았으며, 한국과 일본에서 14회의 개인전을 가지고 국내외 다수의 아트페어와 단체전에 참가했다. 현재 매일경제 TV ‘아름다운 TV 갤러리’ MC와 새누리당 중앙청년위 청년문화콘텐츠 위원장 등 활발한 대외활동과 함께 꾸준한 작품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 필자 전혜정은 누구?
미술비평가, 독립 큐레이터. 예술학과 미술비평을 공부했다. 순수미술은 물론, 사진, 디자인, 만화, 공예 등 시각예술 전반의 다양한 전시와 비평 작업, 강의를 통해 예술의 감상과 소통을 위해 활동하고 있으며, 창작자와 감상자, 예술 환경 간의 ‘상호작용’을 연구하고 있다. <아트씨드프로젝트(ART Seed Project): 시각문화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국민대 대학원 등에서 전시기획, 미술의 이해 등을 강의하고 있다.

전혜정 미술비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