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한류스타(9)] 이석준 국립무용단 단원…우리의 '춤불' 활활 피워 올릴 화부(畵夫)의 자질 다 갖춰

기사입력 : 2016.08.03 07:58 (최종수정 2017.05.17 15:09)
중학교 3학년까지 축구에 빠져
뒤늦게 국립국악고 무용과 합격
한예종 무용원서 기량 갈고 닦아

창작춤 위해 국립무용단에 지원
2013년부터 정단원으로 활동
카멜레온 같은 다양한 역할 '척척'

윤성주 안무 '제의'에 출연한 이석준.
윤성주 안무 '제의'에 출연한 이석준.
이석준(李碩峻)은 아버지 이종호(국립국악원 무용단 지도위원)와 어머니 이제신(KBS 8기 공채 탤런트) 사이의 1남1녀 중 동생으로 1985년 4월 서울에서 출생했다. 석준의 조부는 안진경 필법을 연구한 서예가 이상봉 선생이다. 여섯 살 위인 누나는 한국무용을 전공했고, 자형은 국악 작곡가 이상현이다. 이쯤 되면 분명 예술가 집안이다.

예술적 분위기 속에서 자신이 스스로 우직하게 할 일을 찾아야 했던 석준은 현명한 처신과 기지, 명석한 두뇌로 학업과 취미에 몰두했다. 모두가 바빠서, 할머니의 자상한 보살핌은 석준이 수련 같은 선량한 마음으로 주변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며 활동하도록 만들었다. 석준은 춤과 삶에 대한 순수와 열정으로 자신의 중심에다가 흔들리지 않는 존귀를 심어 놓았다.

가족들의 은근한 배려가 한지의 결(潔)로 한 겹, 한 겹 붙어 센 장판지가 되고, 석준의 스프링보드를 버티는 강한 쇠밧줄이 되었다. 예가(藝家)에서의 자유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고, 늦게 시작한 부분을 커버할 비책도 준비되어 있었다. 석준의 예술적 질료는 묵향 가득한 한옥의 대청마루 위에 널려 있었다. 먼 기억을 불러오는 그곳에서 지금까지 바르게 걸어 온 것이다.

윤성주 안무 '제의'에 출연한 이석준.
윤성주 안무 '제의'에 출연한 이석준.
최진욱 안무 '적(赤)'에 출연한 이석준
최진욱 안무 '적(赤)'에 출연한 이석준
테로 사리넨 안무 '회오리'에 출연한 이석준
테로 사리넨 안무 '회오리'에 출연한 이석준
그는 서울 용두초교를 거쳐 서울 대광중에 입학하여 3학년 때까지 축구에 빠져 있었다. 때가 이르자, 아버지는 무용학교 입학을 권유했다. 국립국악고 무용과에 합격하면 무용을 하고, 떨어지면 축구를 하겠다고 아버지와 약속을 한다. 어떤 분야에서건 남자답게 최선을 다하겠다는 전제하에 입시준비를 한 결과 운 좋게도 합격하여 늦깎이 무용학도로 정규 무용교육을 받게 된다.

자신이 원한 길은 아니었지만 춤 강도가 세질수록 석준은 춤에 매력을 느꼈고, 국악고의 특징인 ‘재학 중 경연대회 불참가’ 방침으로 벗들보다 뒤늦게 배운 춤을 따라잡기 위해 학습에 몰두했다. 부담 없이 연습에 매진한 결과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에 수시합격을 하고 1998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한다. 나날이 기량이 향상되면서 석준에게 춤은 늘 짜릿한 전율로 다가왔다.

시간의 여행자, 석준은 그 길에서 만난 사람들, 작품의 풍경들, 정제된 인연을 순탄하게 이어오고 있다. 고운 심성에서 비롯된 순종의 미덕을 습득한 석준은 집중의 힘에서 분출되는 미세한 심리연기와 춤사위는 물론 운도 좋은 편이다. 결국 자신을 일깨운 것은 자신의 내면을 깊이 냉철하게 들여다 본 것이다. 자신의 힘으로 세상을 개척해 나가고자 하는 독립심이다.

김매자 안무 '심청' 중 심봉사 역을 맡은 이석준
김매자 안무 '심청' 중 심봉사 역을 맡은 이석준
김매자 안무 '심청' 중 심봉사 역을 맡은 이석준
김매자 안무 '심청' 중 심봉사 역을 맡은 이석준
석준의 멘토인 아버지의 권유에 따라 국립국악원 무용단에 입단하여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인턴 1년과 준단원 2년을 거친다. 국악원 무용단 정단원 시험이 다가와 있던 시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청춘의 반항’을 감행하면서 가족들의 의지와는 다른 국립무용단 시험을 본다. 심사위원들은 국악원 정단원을 마다하고 국립무용단에 지원한 것을 의아하게 생각했다.

석준은 국악원 무용단에서의 경험도 소중하지만 대학 때부터 늘 ‘창작춤’에 관심이 많았고 창작춤을 추어왔으며 이번 기회가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국립무용단 지원을 감행한다. 지인들은 우려했고 아버지도 반대했다. 석준 역시 상황이 절박했고, 떨어지면 무용을 관두겠다는 극단적 생각으로 열심히 준비하여 합격했고, 2013년부터 국립무용단 정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한예종에 재학 중인 2007년 제37회 동아무용콩쿠르 일반부 금상을 수상한다. 그는 아름다운 추억을 안고 2008년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을 졸업한다. 2009년에는 석준의 가족이 출연하는 가족예술단 ‘예그리나’의 일원이 된다. 석준은 겸손하여 최고작이 될 수 없다면 올리지 말자는 생각으로 아직 자신의 안무작을 내지 않고 오로지 춤꾼의 역할만 생각하고 있다.

김매자 안무 '심청' 중 심봉사 역을 맡은 이석준
김매자 안무 '심청' 중 심봉사 역을 맡은 이석준
윤성주 안무 '묵향' 중 '난'역을 맡은 이석준
윤성주 안무 '묵향' 중 '난'역을 맡은 이석준
석준의 어릴 적 꿈은 한국무용수로 성공해서 MBC ‘무릎팍 도사’에 나가는 것이었다. 지금 석준의 소박한 목표는 소소하지만 제일 어려운 ‘생활에서 뒤처지지 않고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무용수’가 되는 것이다. 국립무용단 무용수 이석준, 그는 국립무용단의 무용수로서 인정받는 일원이 되는 1차 목표를 이룬 다음, 다음 목표를 이어갈 것이다.

그는 국립무용단에 입단하여, 실로 놀라운 주역으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 내었다. 김매자 안무의 『심청』(2016) 중 ‘심봉사’ 역, 윤성주 안무의 『묵향』(2013, 2014) 중 ‘난(蘭)’ 역, 윤성주 안무의 『제의』(2015), 최진욱 안무의 『적(赤)』(2015), 프랑스 칸 댄스페스티벌 개막작으로 주요 4인 무대에 데뷔한 테로 사리넨 안무의 『회오리』(2015, 2016)에 출연했다.
다이아몬드 1캐럿을 얻기 위해서는 250t의 자갈과 바위를 캐야 한다고 한다. ‘가변의 무한성’의 춤을 향해 질주하는 석준이 춤에 들이는 노력은 다이아몬드를 캐는 작업과 유사하다. 자신의 땀방울로 아름다운 광채를 만들고자 하며, 인상 깊은 연기로 공연이 생동감을 얻고 조화를 이루기를 바란다. 석준은 작품에 따라 카멜레온 같은 다변성을 흡착하는 기교가 있다.

윤성주 안무 '묵향' 중 '난'역을 맡은 이석준
윤성주 안무 '묵향' 중 '난'역을 맡은 이석준
윤성주 안무 '묵향' 중 '난'역을 맡은 이석준
윤성주 안무 '묵향' 중 '난'역을 맡은 이석준
심봉사 역을 맡았을 때, 캔버스 위의 화선지가 되어 간결하고 담백하게 군중속의 고독을 묘사해 냈다. 한 시간이 넘는 스토리로 짜인 판소리 가락에 자신의 개성을 쏟아 붓고, 담백하고 진솔하게 연기한 석준의 춤은 ‘몸이 춤의 중심’이며, 주인공은 시간을 희롱하며, 동시대의 우울을 담을 수 있어야 함을 궁상 떨지 않고 상큼하게 보여준다.
이석준, 주제를 몸으로 낚아채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이는 한국 한국무용수이다. 그가 출연한 모든 작품을 살펴보았던 나는 그가 우리 춤불을 화려하게 피워 올릴 화부(畵夫)의 모든 자질을 다 갖추고 있다고 확신한다. 장마가 끝난 뒤 마주하는 정갈함으로 비춰지는 이석준은 우리춤의 빛나는 재원으로서 국격을 높이는 한류 스타가 될 것이다. 건투를 빈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