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장은의 재즈다이어리(7)] 재즈피아니스트 배장은이 본 영화 '라라랜드'

기사입력 : 2017.03.07 08:01 (최종수정 2017.03.07 08:01)
영화 '라라 랜드'는 역시 흥미로웠다. '라라랜드'를 보러온 수많은 관객들을 향해 무언으로 외치고 싶었다. "저도 재즈해요!!" 웃기라고 하는 소리 맞다. 나는 '라라랜드'의 열풍이 한풀 꺾이고 최근에 이 영화를 봤는데 평이 좋다는 사람들이 많아서 이 영화 역시 '위플래쉬'의 과장과 처절한 예술혼 어쩌구 저쩌구 재즈에 관한 것인가 했지만, 첫인상은 달랐다.

샤방샤방한 할리우드라는 배경과 재즈라는 음악과의 조화로 이루어진 뮤지컬이 왠지 모를 비현실적인 세계를 암시하는 듯했다. 남자의 직업은 인기있는 대중 음악을 하는 사람도 아니었고 노는 것을 좋아하는 그런 한량도 아니었으며 단지 현실 감각이 없는 진실된 마음을 갖고 최고의 재즈 음악인을 꿈꾸는 세바스찬. 자존심과 자부심은 대단하지만 본인이 사랑하고 연마한 음악에 대한 믿음과 진정한 재즈를 몰라주는 현실의 사이에서 힘들어한다.

'그래, 그게 바로 나야!! 나!!' 아마도 우리 세계에서 재즈인들이 겪는 공감되는 점들이 아닐까 싶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징글벨을 연주하라는 클럽의 매니저를 무시한 채 자기가 연주하고 싶은 연주를 화려하게 하고는 해고 당한다. 온갖 열정을 다하여 연주를 하고 난 후 썰렁한 분위기를 온몸으로 체험에 본 자만이 아는 그 싸함…. 가끔 친절한 웨이터나 웨이트리스들이 박수를 쳐주기도 한다. 그리고 해고. 그 장면에 내 눈길을 사로 잡은 것은 피아노 위에 올려 놓은 팁자(Tip Jar). 나도 항상 연주하기 전에 매니저에게 둥근 어항이나 통이 큰 유리 병을 받아 피아노 위에 올려 놓곤 하였다.

영화 '라라랜드'
영화 '라라랜드'
아무것도 안 들어 있으면 정말 아무도 팁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내 지갑에서 1달러나 혹은 5달러, 어떤 고급스러운 곳에서는 10달러, 20달러 짜리라도 마구 집어 넣어서 고객들의 팁을 유도 한다. 어쨋든 그 장면을 보고 예전의 추억이 떠올랐다. 뮤지션들의 성공은 (재즈 뮤지션들 포함) 바로 계속해서 음반을 만들 수 있는 여건이 주어지면 그 음악과 함께 관객들과 소통하는 투어를 다니면서 공연을 하는 것이다. 그 공연의 수익금은 바로 밴드 유지비와 다음 음반의 작업과 준비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아무리 대박을 낸 음악가라고 해도 그 음악인이 열정적이고 미래를 지향하는 음악인이라면 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창작과 성공과 성장의 욕구에 대해서는 자유롭지 못하리라. 아마 경쟁일 수도 있다. 살아남기 전쟁! 경쟁에서 지면 사라지기 때문이다. 살아남는 음악인이 되려면 꼭 하고 싶은 음악만 할 수는 없다. 그것이 직업으로 연결되고 직장으로 연결되고 보수로 연결된다면 프로 의식이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자신의 아티스트적인 존엄성과 자존감을 내버릴 필요는 없다.

하지만 자기 자신의 자존심만을 생각하며 그것을 필사적으로 지키려 할 때 생기는 부작용이 적지 않다. 그 자존심을 지키며 음악을 해도 살아가는 데 별 문제가 없는 사람은 아주 아주 극소수의 사람들뿐이다. 음악을 곧 잘 하는 많은 다수는 그들이 되기를 희망하며 자존심을 내세울 수도 있지만, 눈을 감고 가만히 생각해보자. 그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가능한 일인지를. 가능한 일이라는 느낌이 오면 계속 하면 되는 거다. 끈기를 가지고 내려놓지 말고….

그리고 생각해 봐야 하는, 나의 결정이 특히 사랑하는 가족을 포함한 모두를 위해 좋은 것인지, 자신의 아티스트적인 중심을 지키며 대중이 원하고 필요한 것을 들어주는 것도, 약속을 이행하는 것도, 듣고 싶어하는 것을 들려주는 것도, 마지막으로 음악을 좋아해서 듣는 사람들을 한층 업그레이드 된 음악으로 대중에게 전달하며 어떤 의미에서 교육하는 것도 모두 창작하는 음악가들의 몫이다.

배장은 재즈피아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