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어주는 노기자] 유럽 경제·사회·문화 꿰뚫어 보며 기르는 '생각의 틀'…'유럽넛셸'(조영권 지음/나녹)

기사입력 : 2017.03.13 15:43 (최종수정 2017.03.13 15:43)
 
 
[글로벌이코노믹 노정용 기자] 미래를 향해 뛰는 청년이나 경영자들은 세상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그 통찰력은 여행, 독서, 수집, 운동, 미술, 음악, 영화, 커피, 와인 등을 통해서 나온다.

하지만 국내 교육의 현실은 세상을 바라보는 균형감각과 글로벌 세상에 필요한 지식과 지혜를 가르치는 것과 한참 거리가 멀다. 치열한 입시경쟁 속에서 과중한 학업 부담 때문에, 그리고 이어지는 취업에 대한 압박 때문에 글로벌 시민으로서의 자질을 기르는 데 실패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생각할 시간조차 갖지 못한 채 '영혼' 없이 기계적으로 살아가는 탓에 생각하는 방법을 모르고 있다. 루소, 볼테르, 칸트, 괴테, 바이런, 빅토르 위고 등 인류의 지식문화유산을 풍성하게 한 대가(大家)의 이름과 그들이 남긴 저서나 명언은 알아도 왜 그들을 알아야 하는지를 모르고 있는 것이다.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 이사와 한국지속가능성장포럼 부회장을 맡고 있는 조영권 씨가 미래를 향해 뛰는 청년과 경영자들을 위해 유럽의 정치·경제·사회·문화를 총체적으로 녹여낸 '유럽넛셸'(나녹)을 펴냈다. 유럽의 대가를 가능한 한 시대 순으로 소개하면서 그때의 시대 상황과 사건, 그리고 그 시대의 문학과 예술 작품을 유기적으로 다루어, '생각의 틀'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된다.

저자 자신도 암기 위주의 수동적인 수업방식으로 인해 세상을 살아가면서 통찰력을 얻는 데 가장 중요한 '생각의 틀'을 갖지 못한 데 대한 반성으로 시작한다. 우리 나라에서 열심히 공부했지만 유럽이나 미국 교육이 추구하는 창의적 사고, 비판 능력과 상호의사 소통 능력이 크게 부족해 유학시절 큰 어려움을 겪었다.

저자는 "사람이 살면서 누구나 접해야 하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등을 유기적으로 융합하는 책은 왜 없는지 의문이 들었다"면서 "인간과 세상의 움직임에 대한 이해가 요구되는 오늘날, 세계의 상황을 통찰할 수 있는 시각과 함께 무엇보다 인생을 풍요롭게 즐길 수 있는 '생각의 틀'을 제시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말했다.

'유럽넛셸'은 책 제목 그대로 껍질에 쌓여 우리가 잘 몰랐던 유럽의 정체를 하나 하나 껍질을 벗기며 속살을 보여준다. 예컨대 숨이 멎을 정도로 아름다운 카프리 섬에서 로마의 황제들이 자행한 일탈의 역사를 들려주며 이간의 욕망의 끝은 어디인지, 왜 자연의 아름다움 앞에서 창조주의 섭리를 깨닫고 경건한 마음을 갖지 못하는지를 되묻는다.

카프리섬에서 만날 첫 인물은 그곳에서 은밀한 시간을 보낸 로마의 티베리우스 황제다. 줄리어스 시저가 그 다음에 등장하는데, 2000년이 지난 지금도 시저는 끊임없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저자는 시저는 독재자이면서도 왜 선망의 대상이 되었을까. 그가 꿈꾸었던 로마제국은 유럽과 더 나아가 후대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로마제국 이후 신성로마제국 황제와 가톨릭을 대표하는 교황이 협력과 갈등의 관계를 계속했는데 왜 그랬을까 등의 질문을 던지며 유럽의 근간을 설명해나간다.

프랑스인이 자랑스러워하는 유산인 와인의 문화도 거슬러 올라가면 루이 14세와 관련이 있다. 그는 베르사유 궁전 파티에서 술, 그것도 와인을 즐겼는데 세계인의 비즈니스 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와인은 전혀 어려운 주제가 아니라며 별도의 '와인 섹션'을 추가해 와인에 관심이 있는 누구나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이탈리아가 프랑스에 와인의 자리를 내준 반면에 그들만의 고유한 카페 문화를 만들어 커피의 종주국이 된 이야기도 흥미롭다. 커피 왕국 스타벅스도 2017년에야 이탈리아에 진출할 정도로 이탈리아의 커피 문화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며, 영국은 커피 대신 차를 즐기는 나라가 되었다.

이 책은 유럽 문명을 49개 주제로 나누어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넘나들며 전개해 나간다. 그것이 내포하는 시의성을 영화, 뮤지컬, 미술 작품, 그리고 소설의 내용에 접목시켜 재미를 더하고 있다. 책은 비록 처음부터 결론까지 연결해서 기술했지만 독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주제를 선택해서 읽어도 상관이 없다.

유럽문화의 핵심 콘텐츠를 콕 집어 서술한 이 책은 당신의 교양지수를 높이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이 책이 유럽의 전부는 아니기 때문에 '생각의 틀'을 만들었다면, 그 틀을 토대로 지식과 교양을 쌓아가는 것은 당신의 몫이다. 그럼에도 친절한 유럽문화여행 안내서인 이 책은 오랜 세월 겹겹이 쌓여온 유럽의 껍질을 벗기고 그들의 생각과 문화, 예술과 실체를 알아채는 데 유용한 도구임에 틀림없다.

유럽을 여행하기 전 먼저 이 책으로 유럽문화여행을 떠나보자. 아는 것 만큼 보인다고 했으니 이 책을 읽고 유럽 여행을 간다면 유럽의 껍질이 아닌 속살까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노정용 기자 no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