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당사자는 물론 자녀에게도 큰 상처…더욱 더 심사숙고해야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142회)] 이제는 ‘이혼예비학교’가 필요하다

기사입력 : 2018.07.18 11:06 (최종수정 2018.07.18 11:06)

1980년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Kramer vs Kramer)는 외아들의 양육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부부의 다툼을 소재로 한 수작(秀作)이다. 이 영화에서 아버지 역을 맡아 열연한 더스틴 호프만(Dustin Hoffman)은 남우주연상을, 그리고 어머니역을 맡은 메릴 스트립(Meryl Streep)은 여우조연상을 수상할 정도로 명연기를 펼친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광고회사에 다니는 일중독자 테드는 어느 날 아내 조안나의 가출에 당황한다. 조안나는 테드와 일곱 살 난 아들 빌리의 부속물로만 살 수는 없다고 당당하게 독립을 선언한다. 이때부터 살림하고 아이를 키우느라 제정신이 아닌 테드는 결국 회사에서 쫓겨나게 되지만 아들과의 단란한 생활을 회복하게 되어 안정감과 행복을 느낀다. 이때 자립의 기반을 마련한 조안나가 나타나 빌리의 양육을 주장하며 법정소송을 건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테드는 양육권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아무데나 취직을 하는데, 이것이 재판에서는 무능한 아버지로 비쳐져 아내에게 양육권을 빼앗긴다. 아이를 데리러 온 조안나는 아버지와 함께 진정으로 행복해하는 아들을 보고 눈물을 흘리며 발길을 돌린다.”

​한국 사회 이혼에 대한 생각 변화
이혼 금기 사회적 편견도 많이 악화

이 영화의 끝부분에서 아들이 아버지와 헤어지는 것이 가슴 아파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많은 사람들에게 큰 공감과 애잔한 마음을 불러일으켰다. 이 영화가 개봉되었을 당시, 대부분의 관람객들은 우리와는 다른 서구의 가족문화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고, 이들 부부에 대해 아쉬움과 반감을 드러냈다. 한국의 관객들이 이해하기 어렵고 아쉬워한 점은 “그렇게 자식이 소중하면 지금이라도 부부가 서로 양보하면서 같이 살지”라는 것이었다. 자식을 통한 가족의 연속성(連續性)을 강조하는 한국의 전통문화에서는 서로 합치려는 노력을 하기 보다는 서로 자신이 양육하겠다고 법정다툼을 벌이는 것이 이해도 안 되고 못 마땅한 것이었다.

이 영화가 개봉된 지 거의 40년이 지난 지금 한국 사회는 이혼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이혼을 금기시하는 사회적 편견도 많이 약화됐다. 이혼하는 사람은 인격적인 결함이 있는 사람으로 치부하는 경향도 많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결혼은 아직도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이고 섣불리 판단할 수 없는 중대사다. 마찬가지로 이혼은 당사자는 물론이고 그 자녀들에게도 큰 상처를 남기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더 심사숙고해야 할 사안이다.

‘행복한 결혼생활의 원인은 하나이지만, 불행한 결혼생활의 원인은 수백가지이다’라는 말도 있듯이, 어느 부부도 처음부터 이혼을 생각하고 결혼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이혼으로 결혼생활을 끝낼 결심을 하게 되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많은 난관에 직면한다. 부부간에 이혼하게 되는 심리적 원인은 여러 가지다. 그 원인이 부정을 저지른 상대방에 대한 ‘처벌’일 수도 있고 또는 잘못된 결혼이라는 것을 깨닫고 ‘취소’하는 것일 수도 있다. 또는 신체적이나 심리적인 폭력을 휘두르는 배우자로부터 ‘탈출’일 수도 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원인이 있을 것이다.

​이혼 인격적 결함 치부 경향도 줄어
불행한 결혼 생활 원인은 수백가지

우리 사회도 서구 사회와 마찬가지로 이혼이 보편적인 현상이 되었다. 당사자는 물론 자녀들과 관계된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상처를 덜 받을 수 있도록 이혼교육이 필요하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우리 사회도 서구 사회와 마찬가지로 이혼이 보편적인 현상이 되었다. 당사자는 물론 자녀들과 관계된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상처를 덜 받을 수 있도록 이혼교육이 필요하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이혼을 함부로 생각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중요한 변수는 ‘자녀’다. 부모의 이혼을 통해 자녀가 경험하게 되는 심리적 상처는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동시에 부모의 이혼으로 인한 영향이 평생을 지속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상담에서 만난 한 여성은 계속되는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면서도 이혼하지 않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울면서 말했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이혼했어요. 그 일 때문에 너무 괴로웠어요. 저는 그것을 보면서 앞으로 결혼하면 절대로 이혼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어요. 또다시 내 자녀들에게 그런 고통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게 제가 남편에게 매 맞으면서도 이혼하지 않는 이유예요.”

자녀는 부모가 이혼하는 이유도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막연한 불안과 슬픔 또는 죄책감 같은 정서적 고통을 당하게 된다. 또 갑자기 변한 가족환경에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 부담을 갖게 된다. 더욱이 부모의 재혼으로 새로 만나게 되는 낯선 양부모와 형제자매와의 관계 설정 또한 쉽지 않은 문제다. 부모의 이혼 과정에 무방비로 노출된 아이는 대부분 자존감이 낮고, 대인관계를 맺는 것을 회피하거나 거부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백년해로(百年偕老)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이혼도 결혼생활의 한 부분이 된 현재 더 이상 이상(理想)만을 강조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이제는 상당수의 부부가 결국 이혼과 재혼으로 결혼생활을 이어간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사자는 물론 자녀들과 관계된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상처를 덜 받을 수 있게 미리 ‘이혼교육’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혼 때 예상못한 많은 난관에 직면
자녀 상처 덜 받게 '이혼 교육' 필요

종교기관이나 사회단체에서 새로 가정을 이루려는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결혼예비학교’ 등을 개설해 원만한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미리 교육하는 것은 참으로 필요하고 시의적절한 것이다. 이런 교육을 통해 결혼생활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어려움을 미리 알아보고,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탐구해보는 것은 원만한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종교기관이나 사회단체에서 ‘이혼예비학교’를 개설하는 것도 신중히 검토해보아야 할 시점이 되었다. 대부분의 종교는 이혼을 ‘죄악시(罪惡視)’하고, 가능하면 결혼을 유지하도록 권유한다. 심지어는 강요까지 한다. 이혼을 바람직하지 못한 것이라고 치부하기 때문에 공익을 위하는 사회단체에서조차 애써 관심을 기울이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제는 이혼은 보편적인 현상이 되었다. 그렇다면 죽음과 같은 다른 사안에 대한 대처와 마찬가지로, 어쩔 수 없이 소극적으로 끌려가기보다는 교육이 앞장서서 불필요한 상처를 줄이고 고통스러운 과정을 단축시킬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이혼예비학교’는 이혼을 조장하기 위한 것이 결코 아니다. 마치 ‘죽음교육’의 목적이 잘 죽는 이유나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오히려 죽음에 대한 교육이 결국 ‘잘 사는 것’을 일깨워주는 효과를 가져오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혼교육은 결국 결혼생활을 슬기롭게 하도록 일깨워주는 것이다. 이혼이 당사자뿐만 아니라 자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는 일이고, 절대 섣부르게 판단할 사안이 아닌 것을 깨닫게 해줌과 동시에 불행한 결혼생활의 실제적인 심리적 원인을 깨닫게 해주어서 결혼생활을 복원할 수도 있게 만드는 것이다.

이혼 당사자에 대한 교육과 더불어 그 자녀들에 대한 심리적 상담과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상담 중에 만난 내담자들 중에는 어렸을 때 부모가 이혼한 것에 대해 불필요한 죄책감과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부모가 이혼했다는 사실을 수치스럽게 여기고 숨기고 사는 경우가 많다. 부모의 이혼을 자신에 대한 ‘거부’로 받아들이는 경우, 또다시 거부당하는 느낌을 감당할 수 없어 한평생 이성(異性)과의 교제를 피하고 고립된 생활을 자초하는 경우도 있다. 또 부모의 이혼을 자신의 잘못으로 여기는 경우, 불필요한 죄책감으로 시달리며 자신을 처벌하는 삶을 살아갈 수도 있다.

한성열 고려대 교수
한성열 고려대 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 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명의 심리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 ‘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한성열 고려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