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잠재력 미실현 땐 의미 없어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143회)] 가장 인간다운 질문

기사입력 : 2018.07.31 14:26 (최종수정 2018.07.31 14:26)

어느 날 개 한 마리가 오랜만에 뼈다귀를 얻었다. 집에 가서 편하게 맛을 음미하며 먹으려고 개울위의 다리를 건너던 개가 밑에 또 다른 개가 뼈다귀를 물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 뼈다귀까지 뺏으면 두 개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으르렁 거리며 개울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 바람에 입에 있는 것까지 떨어뜨려 결국 하나도 얻지 못했다.

이 이야기는 어린이들이 즐겨 읽는 이솝 우화에 나오는 ‘욕심쟁이 개’의 줄거리이다. ‘우화(寓話)’는 말 그대로 동물 또는 식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사람과 꼭 같이 행동하게 함으로써 그들이 빚는 유머 속에 교훈을 나타내려고 하는 설화(說話)이다. 그 제목에서도 이미 나와 있듯이 이 우화의 일차적인 교훈은 욕심을 부리지 말라는 것이다. 개는 욕심을 부리다가 결국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던 뼈다귀까지 잃어버렸다고 일깨워주고 있다.

하지만 이 우화에는 훨씬 더 깊은 뜻이 있다. 즉, 욕심쟁이 개는 개울에 비친 개가 자신인 것을 몰랐다는 것이다. 만약 그 개가 자신인 줄 알았다면 뼈다귀를 물고 있는 모습을 보며 오히려 흐뭇했을 것이다. 그리고 개울에 뛰어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당연히 자신이 입에 물고 있던 뼈다귀를 잃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이 우화의 진정한 의미는 자신이 누구인지를 정확히 모르면 결국 큰 낭패를 본다는 것이다.

​동일한 잠재력 가지고 있다고 해도
실현되는 모습 동일한 것은 아니다

현대 상담심리학에 큰 공헌을 한 칼 로저스(Carl Rogers, 1902. 1. 8~1987. 2. 4.)는 모든 생명체는 가지고 태어난 잠재력(潛在力)을 실현하려는 생래적인 본성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한다. “구술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물”이라는 말도 있듯이, 잠재력은 실현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동일한 잠재력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해도, 실현되는 모습이 동일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동일한 잠재력을 지닌 콩이라도 옥토에서 자라는 것과 어두운 광에서 물만 주고 키우는 것과는 서로 다른 모습으로 성장한다. 옥토에 심은 콩은 잘 자라 많은 결실을 맺지만 광에서 자란 콩은 콩나물로 자라난다.

나는 누구일까. 이 질문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계속해서 던지며 그 해답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나는 누구일까. 이 질문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계속해서 던지며 그 해답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옥토에서 자란 콩만 잠재력을 실현하고 광에서 콩나물로 자라는 콩은 잠재력을 실현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둘 다 옥토와 광이라는 환경에서는 그렇게 성장하는 것이 제일 잠재력을 실현하는 것이라는 점에서는 서로 동일하다. 결국 잠재력이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과정은 잠재력 그 자체와 환경과의 상호작용에 달려있는 것이다. 옥토에 콩을 심어놓고 콩나물로 자라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망한 일이다. 마찬가지로 광에서 물만 주고 키우면서 결실을 맺기를 바라는 것도 헛된 일이다.

이 명백한 사실에서 중요한 것은 모든 생명체의 현재의 모습에 대한 ‘무조건적인 긍정(肯定)’이다. 즉 현재의 모습은 그런 환경에서 최대로 잠재력이 실현된 모습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그 모습을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무조건적인 긍정이 바로 일체의 생명에 대한 ‘경외심(敬畏心)’이다. 무조건적인 긍정은 현 상태에 대해 절대적인 만족을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비록 부족하고 불만족스러운 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먼저 현재의 상태가 잠재력이 최대한 발휘된 상태라는 것을 받아들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로저스에 의하면, 모든 생명체가 공유하는 잠재력의 실현 본성과는 별도로 인간에게만 독특한 특성이 발달한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는 다르게 ‘자기개념(自己槪念)’을 형성한다. 즉,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과 대답을 만들어간다. 인간만이 자신에 대한 생각, 즉 자기인식을 가지고 있다. 자기인식(自己認識)은 ‘주변의 인간이나 물체, 환경으로부터 자신의 존재를 구별하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자기인식이 가능하려면 먼저 자신은 주변의 다른 환경이나 대상으로부터 분리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자신의 존재에 대한 깨달음이 있어야 비로소 자기개념(自己槪念)이 형성된다.

옥토의 콩은 잘 자라 많은 결실
광에서 자란 콩은 콩나물로 자라

좁게는 눈앞에 있는 대상과 그리고 넓게는 환경과 분리된 존재로서 자신을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자기개념이 형성되기 시작한다. 즉, ‘너’와 ‘나’가 분리되어 있다고 인식하면서 어린이는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개념을 형성하기 시작한다. 이제는 하나의 독립된 개체로서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자신이 누구인지를 아는 것이 생존에 필수적인 과제가 된다. 인간을 ‘만물의 영장’이라고 부를 수 있는 소이는 바로 ‘자기개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자기개념을 형성하게 되면 이 자기개념에 맞게 살아가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에 대한 정확한 자기개념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개념이 확실하지 않다는 것은 실현할 자기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기개념이 없는 동물은 단순히 본능에 따라 살아갈 뿐이다. 하지만 인간에서는 본능뿐만 아니라 자기개념에 따라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려는 본성 또한 가지고 있다. 이 점이 다른 동물과 다른 점이고, 인간이 만물의 영장인 소이(所以)이기도 하다.

잠재력 구체적으로 실현되는과정
잠재력 자체·환경·상호작용에 달려

2001년 간암으로 별세한 동화작가이기도 한 정채봉 시인의 『날고 있는 새는 걱정할 틈이 없다』 라는 잠언집에는 「너는 누구인가?」라는 제목의 글이 있다.

그녀는 차를 타고 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큰 화물트럭이 덮치면서 꽝 소리가 났다. 그 순간 그녀는 모든 것이 아득해졌다.그녀는 누군가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너는 누구인가" 그녀는 자신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그리고 주소를 댔다. 들려오는 소리가 다시 물었다. "나는 너희 사회에서의 그런 분류 형식을 묻지 않았다.

'너는 누구인가'라고 물었다." 그녀는 대답했다. "네, 저는 사장의 부인입니다. 남들이 저를 가리켜 사모님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러자 들려오는 소리는 말했다. "나는 누구의 부인이냐고 묻지 않았다. '너는 누구인가'라고 물었다." 그녀는 다시 대답했다. "네, 저는 1남 1녀의 어머니입니다. 딸아이는 특히 피아노에 천재적인 재능이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어떤 신문사 주최의 음악 콩쿠르에서 상을 받아 오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도 들려오는 소리는 계속 물었다. "나는 누구의 어머니냐고 묻지 않았다. '너는 누구인가'라고 물었다." 그녀는 침이 마른 혀로 대답했다. "저는 교회를 다니고 있습니다. 간혹 불우이웃돕기에도 앞장섰습니다. 저희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은 저를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들려오는 소리의 질문은 그치지 않았다. "나는 너의 종교를 묻지 않았다. '너는 누구인가'라고 물었다."그녀는 응급실에서 깨어나면서 중얼거리고 있었다."내가 누구인지 좀 가르쳐 주세요. 내가 누구인지……."

진정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죽을 때까지 ‘나는 누구인가?’를 물어야 하고, 또 물을 수밖에 없다. 그 물음을 그칠 때 우리는 동물과 같아지기 때문이다.

한성열 고려대 교수
한성열 고려대 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 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명의 심리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 ‘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한성열 고려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