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심이란? 종교·교리에 대한 다양한 요인 복합적 내재돼 있어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154회)] 신앙은 어떻게 발달해 가는가?

기사입력 : 2019.02.13 13:56 (최종수정 2019.02.13 13:56)

종교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대화 중에는 “신앙심이 깊다” 라든지 “믿음이 별로 없다”면서 특정인의 신앙심의 정도를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신앙심이 ‘신이나 초자연적 절대자를 믿고 따르는 마음’이라면 당연히 그 마음의 강도가 강할 수도 있고 얕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신앙심이라는 것이 단편적인 것이 아니라 믿음체계, 행동, 종교나 교리에 대한 인지적 이해의 정도 등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내재되어 있는 심리적 현상이기 때문에 일반인들의 평가에는 자신의 주관적인 판단이 강하게 작용한다는 점이 염려되기도 한다.

에모리(Emory)대학교 신학대학의 파울러(James Fowler, 1940-2015) 교수는 피아제(Jean Piaget)의 인지발달이론이나 콜버그(Lawrence Kohlberg)의 도덕관 발달 이론의 도움을 받아 ‘신앙발달(faith development)’에 대해 체계적으로 연구하였다. 피아제나 콜버그 등 인지발달을 중시한 이론들과 마찬가지로 그는 ‘신앙’도 전생애에 걸쳐 발달하며, 이 발달은 체계적으로 이루어진다고 주장하였다. 신앙발달의 단계를 이론화했고, 경험적인 연구를 통해 자신의 이론을 검증하였다.

그는 먼저 ‘신앙(faith)’과 ‘믿음(belief)’을 구별하였다. 그에 의하면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혼란스러운 세상으로부터 일종의 질서를 확립하여야만 한다. 그렇게 하는 과정에서 사람은 자신이 믿고 살아갈 수 있는 체계적인 의미를 발견하거나 만들어나간다. 이런 의미에서 “신앙은 사람들의 세상살이에 질서를 유지시켜 주는 ‘가치와 힘의 중심(centers of value and power)’을 알아차리고 헌신하는 방식”이다. 다른 말로 하면 “신앙은 인간 존재의 궁극적 조건(ultimate conditions)들을 파악하고, 그것들을 자신의 반응과 주도성과 행위를 조성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포괄적인 이미지로 통합하는 것”이다.

보편적 신앙의 단계까지 신앙을 성숙시킨 테레사 수녀. 세상에서 통용되는 차이나 차별을 뛰어넘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헌신했다.
보편적 신앙의 단계까지 신앙을 성숙시킨 테레사 수녀. 세상에서 통용되는 차이나 차별을 뛰어넘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헌신했다.

파울러에 의하면 신앙은 다음과 같은 7단계를 거쳐 발달해나간다.

1. 0단계 : 원초적-미분화된 신앙

이 첫 단계는 영아기에 시작되는 신앙의 형태로서, 신앙이라고 부를 수 없는 ‘전(前)-단계’이다. 부모 및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의 상호성 안에서 형성되는 언어 이전의 단계라고 파울러는 설명한다. 이것은 돌봄과 상호 교환과 상관성의 기본적 의식 안에서 형성된다. 비록 이 시기가 신앙의 단계라고 부를 수 없는 원시적인 형태이긴 하지만, 앞으로 건강한 신앙을 발달시켜 나갈 심리적 초석을 마련하는 단계이다.

2. 1단계: 직관적-투사적 신앙

3세에서 7세에 어린이들이 가지는 신앙적 특징은 환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고, 자기-중심적이라는 것이다. 이 단계의 신앙은 어린이들이 부모 등과 같이 밀접한 관계를 가지는 어른들이 보이는 신앙의 실례들이나 분위기, 이야기 등에 의해 강력하고 지속적으로 영향 받을 수 있는 환상으로 가득찬 모방적인 단계이다. 이 시기에서의 위험성은 바로 이 상상력이 지나쳐 어른들이 주입하는 억제될 수 없는 공포 혹은 파괴적인 이미지들에 사로잡히게 되는 것과, 반면 금기나 도덕적 교리적 기대를 강요함으로 상상력을 악용하게 되는 것이다.

​신이나 초자연적 절대자 믿음이라면
그 마음의 강도 강할 수도 약할 수도
신심에 대한 주관적 판단 강하게 작용

3. 2단계: 신화적-문자적 신앙

이 단계의 신앙은 초등학교 시기 및 그 이후에서 나타난다. 이 시기에서는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조작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인지적 능력이 발달한다. 이 시기에는 신화와 실재를 구분할 수 있고, 환상과 사실을 구분할 수 있다. 이 단계에서는 다른 사람의 관점 속으로 들어갈 수 있고, 설화 및 이야기 안에서 삶과 의미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이 단계에서는 직관을 믿지 못하고, 진리는 외부적인 기준에 의해 결정된다. 문자 그대로의 도덕을 따르려 하고, 상징적 의미들은 구체적이다.

4. 3단계: 종합적―인습적 신앙

이 단계의 신앙은 특별히 청소년 초기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인지적으로는 형식적 조작기로 접어들면서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서 추상적 생각과 개념들을 사용하게 된다. 그리고 일상세계는 가족, 친구, 사회 등으로 급격히 확대되고, 언론매체 등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갑자기 확대되는 넓은 세계에는 종합적으로 사고해야 할 다양한 요인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일관된 방향이 필요하게 된다. 이렇기 때문에 이 시기에는 신앙은 가치나 정보들을 종합해야 한다. 따라서 지금까지 의심없이 받아들였던 권위들과 심각한 충돌을 일으키게 되고, 이전에는 신성하고 파기될 수 없는 것으로 생각되었던 종교적 교리나 의식(儀式)들과 갈등을 일으킨다. 그리고 자신 나름의 가치를 형성하고 그것에 의해 종합하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5. 4단계: 귀납적―반성적 신앙

청년들에게 주로 많이 나타나는 이 단계에서는 중요한 변화가 일어난다. 즉, 피할 수 없는 긴장에 직면하는 것이다. 그것은 귀납적이고 성찰적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 우리의 삶 속에서 지금까지 무비판적으로 형성된 가치와 신념에 대해 묻고, 검사해 보고, 교정하는 것이다. 이런 직면은, 예를 들면, 집단의 일원으로 행동할 것인지 아니면 개인적으로 활동할 것인지에 대해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 또는 절대성을 믿을 것인지 아니면 모든 것이 상대적이라는 것을 믿을 것인지 등의 여부를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 등이다. 이전에는 중요한 타인들의 상호 인격적 관계에 근거하여 그 정체성과 신앙 구성들을 유지하였지만, 이제는 더 이상 다른 사람들에 대한 자신의 역할(들)이나 의미(들)의 구성에 의하여 정의되지 않는다.

6. 5단계: 결합적 신앙

이 단계는 주로 중년기 또는 그 이후에 나타난다. 이 단계는 자기와 진리의 본질인 모순성 사이의 양극적인 긴장을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삶 속의 대립되는 부분 또는 양극성의 포용과 통합하는 것은 인지적으로 성인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긴장을 회피하지 않고 직면하면서 삶 속에서 모순들을 통합하게 된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소위 인식론적인 겸손을 발달시켜야 한다. 진리는 더 이상 양자 간의 선택이 아니라, 상대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결과로, 이제는 모순적인 진리를 편하게 수용할 수 있고, 개인적으로나 신앙적으로 이분법적으로 사고할 필요가 없게 된다.

혼란스런 세상서 일종의 질서 확립
가치와 힘의 중심 알아 차리고 헌신
'신앙(faith)' '믿음(belief)' 구별해야

7. 6단계: 보편적 신앙

소수의 사람들만이 이 단계에 도달한다. 이 단계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현재의 삶과 궁극자와의 일치된 삶의 불일치가 초래하는 간극을 극복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 단계에 도달한 사람들은 ‘궁극적 환경’과 하나됨을 느끼고, 모든 존재를 다 받아들이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이들은 인간이 나눈 범주들을 극복하고 ‘세상을 통일하고 변형시키는’ 힘과 더불어 살아간다고 믿는다. 이 단계에 도달한 사람들에게는 세상에서 통용되는 차이나 차별은 의미가 없고, 그런 차별과 차이를 뛰어넘는 본질적인 힘을 믿는다. 동시에 그들은 세상을 그런 공동체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그들의 헌신에 힘입어 세상은 조금씩 변화되어 간다. 하지만 그들은 또한 그 노력 때문에 처벌을 받기도 한다. 간디(Mahatma Gandhi)나 링컨(Abraham Lincoln), 마틴 루터 킹(Martin Luther King Jr.), 테레사 수녀(Mother Teresa) 등이 이런 단계에 도달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들 중 테레사 수녀를 제외한 세 분이 암살당했다는 사실은 이런 단계의 신앙을 가지고 현실 속에서 실천하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파울러의 신앙발달 이론은 신앙 연구의 한 획을 그었다고 할 만큼 큰 공헌을 하였다. 그의 연구에 의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3단계의 신앙에 머무르고 있다. 이 결과에 근거해 특정 종교들에서 행해지는 신앙교육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안겨 주었다. 하지만 그의 연구는 특정한 종교에 대한 신앙의 독특성과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계를 지니고 있다. 신앙은 경외, 공포, 근심, 기쁨, 보상, 축하, 구속, 그리고 황홀경 등과 같은 종교 신앙경험의 독특성과 특수성도 고려해야 한다. 아쉽게도 그의 이론은 지나치게 인지적 전통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종교 경험을 다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

한성열 고려대 교수
한성열 고려대 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 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명의 심리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 ‘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한성열 고려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