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때 특정지역서 특정정당 후보 몰표, 집단사고 위험에 빠진 한국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155회)] 문제 해결 위한 휴리스틱의 명암(明暗)

기사입력 : 2019.02.27 15:42 (최종수정 2019.02.27 16:42)

국가적으로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외교적 혹은 경제적 정책을 수립할 때 정부가 자주 내세우는 근거는 많은 국민들이 찬성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그 정책에 반대하는 측에서 내세우는 명분 또한 많은 국민들이 반대한다는 것이다. 결국 어느 한 쪽 또는 양쪽 다 과장하고 틀린 주장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왜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는 것일까? 물론 특정 목적을 위해 여론을 유리하게 이끌어가기 위한 책략일 수도 있다. 하지만 소수의 정책입안자들은 실제로 대다수의 국민들이 자신들과 같은 생각을 한다고 믿기도 한다.

문제해결(problem-solving) 활동은 전형적으로 너무나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동시에 주의 집중을 위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도록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종종 인지적 지름길(mental shortcut)을 사용하는데, 그렇게 하면 복잡하게 보이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보다 더 단순한 판단을 할 수 있다. 이런 지름길들은 사람들이 그들의 인지 도식을 환경에서 정보를 활용하는 데 도와준다. 이런 인지적 지름길을 휴리스틱(heuristic)이라고 부른다. 'heuristic'은 사전적으로는 어떤 사안 또는 상황에 대해 엄밀한 분석에 의하기보다 제한된 정보만으로 즉흥적이고 직관적으로 판단하고 선택하는 인지적 추론 방식을 의미한다.

제한된 정보로 결론을 내릴 때 우리 추론이 틀릴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집단사고의 함정을 벗어날 수 있다. 오클랜드 지역 공립학교 교사들이 과밀학급 해소와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제한된 정보로 결론을 내릴 때 우리 추론이 틀릴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집단사고의 함정을 벗어날 수 있다. 오클랜드 지역 공립학교 교사들이 과밀학급 해소와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다니엘 카네만(Daniel Kahnemam) 프린스턴 대학교 심리학 및 행동경제학 교수와 그의 동료들은 다양한 상황에서 사람들이 제한된 정보를 가지고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을 연구하였다. 이 과정을 인지적 '휴리스틱(heuristic)'이라고 부른다. 우리말에 좋은 대용어가 없기 때문에 사회과학에서는 그냥 휴리스틱이라고 부른다. 자주 사용하는 휴리스틱 중에 '가용성(可用性)' 휴리스틱이 있다.

'가용성' 휴리스틱을 이해하기 위해 일단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답을 해보자. '현재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남학생 중 얼마나 흡연을 할까?' 또는 '기혼자 중에 얼마나 외도를 했을까?'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하자.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도 한번 대답을 해보시기 바란다. 과연 몇 %나 흡연을 할까? 또는 기혼자 중에 몇 %나 실제적으로 외도를 할까? 이런 질문들은 대개 특정 사안이 발생할 빈도나 가능성을 물어보는 것이다.

​경제정책 수립할 때 내세우는 근거"
많은 국민들이 찬성하고 있다" 포장

물론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현재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모든 남학생들이나 기혼자를 대상으로 전수(全數) 조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는 그런 일을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결국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정보를 이용하여 추론을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질문들에 대답하는 일반적인 방식은 마음에 떠오르는 예들을 이용하는 것이다. 만약 담배를 피는 고등학생을 많이 알고 있다면, 아마도 우리는 "상당히 많은 학생들이 담배를 필 것이다"라고 대답할 확률이 높다. 반면에 자신이 알고 있는 대부분의 고등학생들이 흡연을 하지 않는 경우에는 "적은 수의 학생만이 흡연을 할 것이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외도하는 기혼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드라마를 보면, 외도를 하다가 발각된 남편이나 부인이 하는 변명 중 대표적인 것이 "대부분의 한국 기혼자들이 한두 번 바람을 핀다"는 것이다. 물론 이 대답은 곤혹스런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하는 변명이지만, 실제로 당사사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끼리끼리 모인다"는 속담도 있듯이, 이 사람 주위에는 실제로 외도를 하는 사람이 많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조적으로 자신이 외도를 한 적이 없거나 또는 주위에 외도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경우에는 "외도하는 사람은 실제로는 많지 않다"라고 추론할 것이다.

이처럼 쉽게 기억할 수 있는 예들을 이용하거나 혹은 쉽게 기억할 수 있는 정보의 양에 근거해 추론을 하는 것을 '가용성' 휴리스틱이라고 부른다. 대부분의 휴리스틱과 마찬가지로 가용성 휴리스틱을 사용하는데 많은 인지적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 거의 반자동적으로 결론을 추론하게 된다. 주위에 흡연하는 고등학생이 많이 알고 있다면 특별한 의식적 노력 없이도 "대부분의 학생이 흡연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특정목적 달성 위해 '여론몰이' 전략
제한된 정보로 빠른 결론 내려 이용

사실상 많은 경우에 가용성 휴리스틱을 사용하여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다. 결국, 어떤 사안에 대한 예들이 쉽게 마음에 떠오른다면 그것은 보통 그런 사안이 실제로 많이 일어나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흡연하는 학생이 많다면 당연히 주위에서 흡연하는 학생을 접할 기회가 많을 것이고, 그런 경우 고등학생의 흡연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쉽게 예가 떠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용성은 종종 빈도를 알아내는 데 좋은 참고자료가 된다.

그러나 또한 특정 현상이나 사안에 대해 실제적인 빈도를 변경시키지 않은 채 단지 가용성을 높이거나 낮출 수 있는 인지적 편향(偏向)을 일으킬 수 있는 여러 요인들이 있다. 예를 들면, 흡연을 하는 고등학생일 경우, 주위에 함께 흡연하는 친구들이 많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질문을 받자마자 흡연하는 고등학생들을 쉽게 마음에 떠올릴 수 있다. 이런 인지적 편향 때문에 당연히 거의 대부분의 고등학생이 담배를 필 것이라고 추론하게 된다. 대조적으로, 흡연하는 것에 대해 엄격한 처벌을 하기 때문에 주위에 흡연하는 학생이 한 명도 없는 학교에 다니는 학생의 경우에는 실제로 흡연하는 학생의 비율보다 훨씬 적은 학생이 흡연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가용성 휴리스틱은 '얼마나 많으냐?' 또는 '얼마나 자주 일어나느냐?' 등과 같은 질문을 받았을 때 기억 속에서 얼마나 쉽게 예들을 불러올 수 있느냐에 근거해서 대답하게 된다. 가용성 휴리스틱스를 사용하면 쉽게 결론을 추론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그 결론이 쉽게 틀릴 수도 있는 오류를 범할 수도 있다.

의견 다른 사람 적극적 도움 받아
자신의 추론 타당한지 항상 검증을

가용성 휴리스틱은 일상생활 속에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선거 때마나 특정 지역에서 특정 정당의 후보에게 거의 몰표가 나오는 현상의 배경에는 바로 가용성 휴리스틱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만나는 사람들이 거의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당의 후보를 지지하는 경우, 다른 지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주위에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는 경우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정당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결론내릴 수 있다.

정당마다 특정한 결론을 내린 후 대다수의 국민들이 자신들을 지지한다는 판단을 내리는 것은 물론 정치적인 목적을 가진 선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다고 믿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서로 모일 확률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는 당연히 집단사고(集團思考, group-think)에 빠질 위험이 높아진다.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사람은 자기와 생각이 같은 사람만 주위에 두는 것이 매우 위험하다. 그러면 가용성 휴리스틱에 의해 자신의 견해에 실제보다 더 많은 사람이 동조한다는 착각에 빠질 수 있고 전체 조직에 큰 해를 끼칠 수 있는 정책을 입안하거나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가용성 휴리스틱은 다른 휴리스틱과 마찬가지로 제한된 정보를 가지고 애매한 상황이나 사안에 대해 유용하게 쓰인다. 합리적이고 정확한 추론을 위해서는 시간과 정보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세상은 때로 판단을 재촉하기도 하며, 경우에 따라 판단오류가 수반하는 비용이 그리 크지 않을 때도 있다. 신중한 검토가 불가능하거나, 또는 굳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도 많이 있다. 그래서 제한된 정보로 빠른 결론을 얻기 위해 다양한 휴리스틱을 사용한다. 하지만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우리의 추론은 틀릴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추론이 어디에 근거해서 이루어졌는지를 확인하고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아야 한다. 그래야 올바른 결정을 내릴 확률이 높아지고, 위험한 집단사고의 함정을 벗어날 수 있다.

한성열 고려대 교수
한성열 고려대 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 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명의 심리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 ‘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한성열 고려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