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약관 자세히? 간소하게? 보험사들 딜레마

기사입력 : 2019.05.14 08:41 (최종수정 2019.05.14 08:41)
 
 
보험회사와 금융당국이 보험상품 약관을 두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소비자가 이해하기 쉬운 약관을 만들 것을 주문하고 있지만 쉽게 만들기 위해서는 자세히 기재해야 해 길어질 수밖에 없다며 난감해하고 있다. 길어지면 또 간소화하라는 주문과 상충된다.

지난 2월 보험개발원에서 개최된 ‘소비자 눈높이에 맞춘 보험약관 마련을 위한 간담회’에서 황선옥 소비자시민모임 상임이사는 보험약관은 지나치게 복잡하고 어려운 전문용어가 많아 읽어도 이해하기 어렵다며 쉬운 용어로의 교체를 제언했다.

황 이사는 “보험약관에 어려운 용어에 대한 설명과 해설이 미흡하거나 누락된 경우도 많다”며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법정상속인이나 연 단위 복리와 같은 단어들은 일반 소비자가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연 단위 복리 계산 방법 역시 일반 소비자는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보험사들은 애매한 부분을 자세히 적으면 소비자들이 이해를 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으나 지금보다 더 방대해진다는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약관이 지금도 베개로 쓸 정도로 두껍다고 하는데 자세히 기재하려면 훨씬 더 길어질 수밖에 없는데 소비자들이 이를 다 읽겠느냐”며 “예를 들어 암보험의 경우 직접적인 암치료에만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기재돼 있는데 암치료 방법이 수십가지가 있다. 이를 다 약관에 적으면 분량이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보험 약관 이해도는 점점 낮아지고 있다. 소비자들이 약관을 더 어려워하게 됐다는 것이다. 약관이 보험사 입장이 아닌 소비자 입장에서 작성돼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하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

보험개발원이 공개한 제17차 ‘보험약관 이해도’ 평가 결과에 따르면 15개 손해보험사 장기보험상품의 약관 이해도는 100점 만점에 평균 62.2점을 받았다. 생명보험사 정기·종신보험은 69.3점을 받았다. 2017년 생·손보사는 약관 이해도 평가에서 각각 69점, 63.8점을 받았는데 오히려 점수가 떨어졌다.

보험약관 이해도 평가는 보험소비자, 보험설계사, 법률 전문가, 보험전문가 등 보험소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관계자들이 보험약관의 내용을 두고 명확성, 평이성, 간결성, 소비자친숙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점수를 부여한다.

보험개발원은 보험약관 이해도 평가위원회와 일반인 평가 점수를 9:1의 비율로 합산해 상품별 최종 점수를 산정했다. 최종 점수에 따라 우수(80점 이상), 양호(70점 이상~80점 미만), 보통(60점 이상~70점 미만), 미흡(60점 미만) 등 4개 등급으로 구분한다.



이보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lbr0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