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Biz 24] 뉴욕 중산층, 초대형 개발프로젝트로 도심서 내몰리고 있다

'허드슨 야드'는 무모한 도시개발의 상징…富집중 가속화

기사입력 : 2019.06.10 15:24 (최종수정 2019.06.10 17:45)

‘허드슨 야드’ 프로젝트의 그랜드 오프닝 모습.
‘허드슨 야드’ 프로젝트의 그랜드 오프닝 모습.
뉴욕에 부유층을 위한 초대형 개발프로젝트가 중산층을 뉴욕에서 내몰고 있다.

뉴스위크는 최근호(6월 11일자)에서 지난 3월 뉴욕시 맨하탄에서 추진되는 재개발 프로젝트가 초대형 오피스 빌딩과 쇼핑몰 및 초부유층만 살 수 있는 아파트단지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허드슨 야드’라고 이름지어진 이 프로젝트는 맨하탄 서쪽 허드슨강에 접한 땅으로 한 때 철도부지였던 광대한 부지에 고급브랜드와 펜트하우스, 최신 오피스빌딩 등 복합시설을 짓는 공사다.

이 프로젝트는 개발업체인 백만장자 스티븐 로스가 총 공사비 250억 달러를 쏟아부을 계획이다. 이 개발업자는 북미사상 최대 도시재개발의 금자탑이라고 자랑한다. 그럴만한게 펜트하우스 하나의 가격이 320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과 전문가들은 “이 프로젝트는 기본적으로 초대형 오피스빌딩과 쇼핑몰, 초부유층만이 살 수 있는 맨션 복합체”라며 “이는 2대에 걸친 뉴욕시장의 무위무책이 초래한 시정위기로 민간부문에 의한 개발이야말로 뉴욕을 활성화하는 최선의 길이라고 믿는 나쁜 가설, 돈이야말로 모든 것을 얘기한다는 신념의 산물”이라고 비판했다.

개발업자인 로스는 “사람들이 거기서 살고, 일하고, 놀이도 할 수 있는 장소가 있으면 거기에 최고의 인재들이 모인다. 따라서 이 프로젝트가 뉴욕에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허드슨 야드’의 평판은 좋지 않다. 이 프로젝트는 고급 지향의 무모한 도시 개발의 상징이며, 소수의 부유층과 기타 많은 시민의 분단을 심화시킬 뿐이다. 부의 재분배는커녕 부의 집중을 한층 가속화하는 대용품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대도시의 이같은 프로젝트에 역풍이 불고 있다.

뉴욕 퀸즈구의 이스트강을 접한 광대한 대지에 제2의 본사를 지으려는 아마존닷컴의 계획은 지역 주민과 정치인의 맹렬한 반발에 백지화됐다.

기업 유치를 위해 지자체가 제공하는 인센티브(세금 감면 등)가 지역에 미치는 불이익은 고용 창출 등의 혜택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부유층 대상의 거대한 재개발로 중산층에게 충분한 고용과 주택을 제공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 볼티모어나 보스턴 등 미국의 많은 대도시에서 몇 년전부터 그 경관과 분위기를 확 바꿀 재개발이 진행돼왔다.

물론 방치돼온 유휴지 활용과 노후화된 도로와 생활인프라 개선이라는 합당한 이유가 있고 재개발로 기업이 들어오면서 새로운 일자리가 늘고 세수도 증가한다는 개발의 명분도 충분하다.

하지만 폐해도 엄청나다. 초대형 재개발이 이루어지면 거기의 상점이나 음식점 등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임대료의 상승으로 인근에 살 수 없게 되고, 멀리 이주할 수 밖에 없다. 일을 계속하려면 높은 교통비를 감내하며 통근하는 수밖에 없었다.

뉴욕대학 퍼먼 부동산·도시정책 연구소에 따르면 뉴욕 시내의 연봉 중간 값의 80% 정도를 버는 가구에서 2000년에는 재개발 지구 주변의 빈 건물의 77%이상을 빌릴 수 있었다. 하지만 2014년에는 50% 이하로 감소했다.

미국내 많은 도시에서 주택 소유 비율이 급락하고 도시에서 집을 살 수 있는 가구는 계속 줄어들었다. 2000년부터 2015년까지 워싱턴에서 부동산 가격의 중앙값이 228%나 급증했다. 오리건 주 포틀랜드에서 130% 상승했다.

이러한 변화는 전문가들에게도 충격이었다. 개발업자들은 부유층용 주택외에는 짓지 않는데 뉴욕 맨하탄과 같은 지가가 높은 장소에서는 그 밖의 방법으로는 돈을 벌 수 없기 때문이다.

해결책은 재개발사업을 진행하고자 하는 업체에게 시가 중산층을 위한 주택공급을 의무화하는 등 인센티브를 정당화하기 위해 저렴한 주택을 늘리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한 런던과 파리 등처럼 부유층의 거주를 하지 않는 부동산구매에 무거운 과세를 지게 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500만 달러의 맨션을 구입하는 부자가 세금부과를 별로 신경쓸 것 같지 않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정치가 아니라 시장이다. 10년 전 플로리다와 애리조나에서 일어난 주택위기가 좋은 선례다. 주택이 남아돌면 개발은 멈추고 부동산 가격은 하락한다. 재개발 지역에 호화 쇼핑몰이 들어서고 고급브랜드가 입점해도 승산이 없다면 출점을 단념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중산층용 주택이 들어서고 부유층과 중산층이 함께 공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는 보장이 없는 게 미국의 현실이다.



박경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jcho101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