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Biz 24] 한수원 '원전 입찰 참여' 발표에 카자흐스탄 "사실 아니다" 언론플레이?

신규원전 건설 사업제안서 제출 사실 공개하자 "깜짝 놀라...입찰 발표 안했다" 부인 정재훈 사장 현지방문도 '단순 만남' 해명...대선 이후 정국 불안정 '원전 쟁점화' 꺼려

기사입력 : 2019.06.12 17:18 (최종수정 2019.06.12 17:18)

지난 3일 한국수력원자력 정재훈 사장(오른쪽 5번째)이 카자흐스탄을 방문해 국부펀드 삼룩카지나의 에너지담당 CEO 알마사담 삿칼리예프(오른쪽 4번째) 등 현지 관계자들과 면담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지난 3일 한국수력원자력 정재훈 사장(오른쪽 5번째)이 카자흐스탄을 방문해 국부펀드 삼룩카지나의 에너지담당 CEO 알마사담 삿칼리예프(오른쪽 4번째) 등 현지 관계자들과 면담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한국수력원자력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지난달 말 카자흐스탄 신규 원전사업 수주를 위해 사업참여 제안서를 제출했다고 밝혔지만, 정작 카자흐스탄 정부는 입찰을 발표한 적이 없다고 공식 부인해 '입찰참여 진위'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한수원이 지난달 말 국내 언론에 배포한 자료에서 '지난 3월 발주처인 카자흐스탄원자력발전(KNPP)의 요청으로 신규 원전 2기를 짓는 EPC(설계·조달·시공) 사업에 참여하겠다는 의향서를 제출했고, 이어 지난달 31일 입찰 참여사들의 기술력과 재무상태 등을 평가하는 절차인 원전사업 제안서(TPO)를 KNPP에 제출했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한수원 발표를 근거로 국내 언론에 카자흐스탄 신규원전 입찰참여 사실이 알려지자, 카자흐스탄 뉴스매체 블라스트 등은 "원전을 건설하기 위한 입찰을 발표한 바 없다"는 자국 에너지부의 공식 부인 내용을 보도했다. 더욱이 카자흐스탄 에너지부는 "한수원이 입찰 제안서를 제출했다는 한국 언론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정면반박했다.

12일 카자흐스탄 뉴스매체 블라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정재훈 한수원 사장이 지난 3일 카자흐스탄을 방문해 카자흐스탄 국부펀드 '삼룩카지나'의 에너지담당 최고경영자(CEO) 알마사담 삿칼리예프를 만났다.

현지 언론들은 삿칼리예프 CEO가 "한수원이 원전건설 입찰 제안서를 제출했다는 한국 언론의 기사를 읽고 깜짝 놀랐다"고 전했고, 에너지부 세르게이 쿠야노프 대변인도 "지난 3, 4일 정재훈 사장을 포함한 한국기업 대표단과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단순한 소개 차원"이라고 밝힌 사실을 소개했다.

특히, 쿠야노프 대변인은 "카자흐스탄 남부지역의 전력 부족으로 원전건설 논의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다"고 언급한 뒤 "전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여러가지 있으며 정부는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신규 원전을 짓더라도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러시아, 프랑스 등도 검토 대상인 점을 쿠야노프 대변인은 언급하면서 "결론적으로 원전을 건설하기로 결정한 바 없으며, 따라서 입찰도 발표한 바 없다"고 입찰사실을 일축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다.

한국측의 입찰 제안서 제출 발표와 카자흐스탄 정부의 입찰 전면부인으로 '진실게임' 논란이 불거지자, 국내에서는 카자흐스탄 정부의 '언론 플레이'로 보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통령선거를 치른 카자흐스탄의 불안정한 정국 탓에 민감한 문제인 원전 건설의 이슈화를 막기 위해 카자흐스탄 정부가 '입찰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카자흐스탄은 지난 9일 대선을 실시하고 토카예프 대통령이 새 대통령으로 당선됐다.지난 3월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초대 대통령이 사임하자 당시 토카예프 상원의장은 대통령직을 승계한 뒤 치른 조기 대선에서 여당 후보로 나서 당선됐다. 그러나 카자흐스탄 곳곳에서는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기도 했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으며,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문재인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4개국 국빈 방문 때 만난 자리에서 원전을 짓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한수원은 카자흐스탄 정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원전 건설 사업에 입찰 제안서를 제출한 사실이 맞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새 대통령이 결정됐어도 아직 정국이 불안한 가운데 원전사업 추진이 부각되는 것을 카자흐스탄 정부가 꺼려 공식 부인과 함께 현지 보도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