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족문화는 가족·부부끼리 '동일한 생각과 가치' 공유해야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167회)] 부부가 화목하기 위해서는 통합해야

기사입력 : 2019.08.21 13:16 (최종수정 2019.08.25 00:32)

젊은 부부나 연인들은 야구장에서 서로 다른 팀을 응원하기도 한다.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경기 관림의 즐거움과 아쉬움을 나누는 것처럼 부부 사이도 서로의 정체성을 존중하며 화합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사진=뉴시스
젊은 부부나 연인들은 야구장에서 서로 다른 팀을 응원하기도 한다.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경기 관림의 즐거움과 아쉬움을 나누는 것처럼 부부 사이도 서로의 정체성을 존중하며 화합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사진=뉴시스
최근 전남 영암에서 3시간 동안 베트남 출신 아내를 폭행한 남성이 구속됐다. 이 남성은 아내에게 치킨을 시키라고 했는데 베트남 닭 요리를 했다는 이유로 주먹과 발, 소주병으로 무차별 폭행해 아내는 전치 4주 이상의 상처를 입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5월까지 다문화가정 내 폭력으로 경찰에 검거된 인원은 총 427명으로, 이 가운데 159명은 기소됐고 168명은 가정보호사건으로 송치됐다.

다문화가정 내 폭력으로 검거되는 인원은 최근 몇 년 새 계속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5년 806명에 그쳤던 이 수치는 2018년 1340명으로 점차 늘어났다. 그러나 가정폭력이나 성폭력을 경험한 이주여성들은 공식적인 검거 수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들이 외부기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여러 측면에서 살펴보아야 한다. 먼저 좁게는 일반적인 부부간의 가정폭력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비록 한국인끼리 결혼했지만 부부간의 폭력이 점점 늘고 있다는 것을 여러 통계치로 확인할 수 있다. 전에는 남편이 부인을 폭행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부인이 남편을 폭행하는 경우도 점차 늘고 있다. 특히 부부의 연령이 낮을수록 부인이 폭행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다문화가정 내 폭력사건 증가 추세
2015년 806명→지난해 1340명으로

또 다른 측면은 문화가 서로 다른 부부가 만난 경우이다. 대개의 경우는 한국 남편과 외국인 여성과 만남이다. 이번 사건도 베트남 여성과 결혼한 한국 남성의 폭력이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이 경우에는 더욱 다양한 요인이 개입하게 된다.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서로 원만한 의사소통을 못 하는 것이 큰 원인이 될 수 있다. 동시에 결혼생활의 문화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서로 오해를 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겉으로는 다양한 요인들이 복잡하게 얽혀있지만, 핵심은 자기와 다른 생각과 가치를 가지고 있는 사람과 조화로운 관계를 맺는 방식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한국의 가족문화에서는 가족끼리는 특히 부부끼리는 ‘동일한 생각과 가치를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이 ‘부부일심동체(夫婦一心同體)’라는 말이다. 부부는 ‘마음과 몸이 하나다’라는 뜻이다. 이 말에는 바람직한 부부관계는 어떤 것인지에 대한 정의가 내려져 있다. 따라서 이 정의에 어긋나면 그것은 바람직한 부부관계가 아니라는 규범도 깔려있게 된다. 만약 부부가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집은 ‘콩가루 집안’이라는 편견까지 곁들여진다.

부부간에 ‘한마음’을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동일한 문화권에서 성장했든 다른 문화권에서 성장했든지 관계없이 ‘나’와 ‘너’ 사이에 심리적으로는 통일(統一)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통일은 사전적 의미로 “여러 요소를 서로 같거나 일치하게 맞추다”라는 뜻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같거나 일치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같게 만든다는 것은 획일화(劃一化)하고 단일화(單一化)한다는 뜻이다.

​가정폭력·성폭력 경험 이주여성들
도움요청 거의 없어 훨씬 많을듯

같은 부모 밑에서 성장한 형제·자매들끼리도 서로 생각이 다르다. 하물며 서로 다른 가정과 문화에서 생활해온 사람들끼리 만나 한 가정을 이루었을 때 생각과 가치가 서로 다른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당연한 ‘다름’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결할 것인지가 모든 인간관계의 핵심이다.

제일 먼저 두 사람이 동일한 생각을 하도록 서로 상대방을 설득하고 회유하고 협박하기까지 한다. 그리고 가장 과격한 방법이 폭력을 동원하여 강제적으로 두 사람의 생각을 동일하게 만들려고 한다. 이것은 비단 개인 간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국가 간에도 마찬가지이다. 국가 간의 전쟁도 결국은 두 나라 사이에 서로 다른 생각과 가치를 일치시키려는 강제적인 수단에 불과하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화목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하나’가 되는 방법에는 통일과 통합이 있다. 통일과 통합은 비슷한 부분이 많다. 그래서 일상생활에서 통일과 통합을 혼용할 때가 많다. 하지만 통일과 통합은 엄연히 다른 의미가 있다. 통일과 통합은 모두 ‘하나(統)’가 되는 것은 비슷하다. 하지만 통일은 동일한 정체성을 가지면서 하나가 되는 것이지만, 통합은 서로 다른 정체성을 가지면서 하나가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재단은 산하의 남자학교와 여자학교를 ( ) 하기로 결정했다”라는 문장의 괄호 안에 통일과 통합을 넣어보자. 정답은 ‘통합’이다. 남자학교와 여자학교를 통일할 수는 없다. 하지만 두 학교가 남자와 여자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남녀공학’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획득하며 공존하기 위해 통합할 수는 있다. 마찬가지로, 서로 다른 두 회사가 하나로 통합될 수는 있지만 하나로 통일될 수는 없다. 더욱 현실적인 예를 든다면, 현대자동차그룹은 기아자동차를 통합할 수는 있어도 통일할 수는 없다. 만약 두 회사를 통일한다면 한 회사는 독자적인 정체성을 말살당해 합병(合倂)되거나, 또는 두 회사가 기존의 정체성을 함께 버리고 새로운 제3의 법인체로 새로 태어나야 한다.

부부 '마음과 몸이 하나다'라는 뜻
'하나'가 되는 방법은 통일과 통합

한 가정을 화목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통일이 필요한 요소가 많다. 우선 주거지를 통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서로 다른 장소에서 생활하던 두 사람이 동일한 집에서 생활하는 것이 당연하다. 일반적으로 경제적으로도 통일 한다. 남편과 부인의 경제력을 모아 하나의 단위로 경제생활을 하는 것이다. 시간적으로도 통일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까지는 각자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던 일을 해오던 생활방식에서 부부가 함께 공유하는 시간을 가급적 늘리고 함께 하는 활동을 많이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통일이 거의 불가능한 부분이 있다. 그것이 바로 존재의 핵심인 정체성(正體性)과 관련된 영역이다. 다른 말로 하면, 바뀌면 존재 자체가 흔들리는 부분은 통일이 아니라 통합을 해야 한다. 한 사람의 정체성은 개인의 성격과 자라난 문화에 의해 형성된다. 그렇기 때문에 성격과 문화는 바뀌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것이 쉽게 바뀐다면 존재의 기반인 정체성이 쉽게 흔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체성 중에서도 옳고 그름의 가치 판단과 좋고 싫어하는 선호(選好)의 선택은 제일 핵심적 부분이다. 당연히 이 부분을 통일하는 것은 불가능할뿐더러 바람직하지도 않다. 그렇기 때문에 심리적인 영역에서는 통일보다 ‘통합(統合)’을 해야 한다. 서로 다름을 받아들이고, 상대방을 인정하고 수용해야 한다. 그리고 더 큰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합심하여 노력해야 한다.

전통적으로 한국문화에서는 부부간에는 심리적인 부분까지도 ‘통일’을 해야 한다고 가르쳐왔다. 그리고 그 방법은 토론과 합의를 통해 이루기보다는 가장(家長)의 권위로 이루어지는 것이 옳다고 가르쳐왔다. 그렇기 때문에 ‘부창부수(夫唱婦隨)’를 강조하면서 부인은 남편의 말에 순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가르쳐왔다. 하지만 이런 통일은 더는 수도 없고, 또 바람직하지도 않다.

친구나 연인, 또는 부부가 함께 경기를 관람하는 모습은 최근 변하는 문화를 잘 보여준다. 나이가 지긋한 부부가 관람하는 경우 대부분 같은 팀의 유니폼을 입고 ‘한 마음’이 되어 동일한 팀을 응원한다. 하지만 나이가 젊은 부부나 연인, 혹은 친구들끼리는 서로 다른 팀의 유니폼을 입고 자기가 좋아하는 팀을 열심히 응원하는 모습이 이제는 낯설지 않다. 한 쪽이 환호하면 한 쪽은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한 모습은 보는 사람들에게도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리고는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경기 관람의 즐거움과 아쉬움을 서로 나눈다. 중요한 것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좋아하는 경기를 관람한다는 것이지 자기와 같은 팀을 응원하는지의 여부가 아니다.

한성열 고려대 교수
한성열 고려대 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 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명의 심리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 ‘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