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경영 DNA' 심는 구광모 LG그룹 회장…“1위 되려면 대담해져야”

경쟁사와 전면전 피하지 않아…구시대 조직문화·비주력 사업엔 메스 들어

기사입력 : 2019.10.09 06:00 (최종수정 2019.10.09 06:04)

구광모 LG그룹 회장(사진 맨오른쪽)이 지난달 24일 경기도 이천에 있는 LG인화원에서 열린 사장단 워크샵에 참석해 권영수 (주)LG 부회장,(왼쪽) 조준호 LG인화원 사장(가운데) 등 최고경영진과 대화하며 걸어가고 있다.  사진=LG그룹 제공
구광모 LG그룹 회장(사진 맨오른쪽)이 지난달 24일 경기도 이천에 있는 LG인화원에서 열린 사장단 워크샵에 참석해 권영수 (주)LG 부회장,(왼쪽) 조준호 LG인화원 사장(가운데) 등 최고경영진과 대화하며 걸어가고 있다. 사진=LG그룹 제공
지난해 6월 경영 전면에 등장한 구광모(41) LG그룹 회장이 최근 조직에 ‘공격경영 DNA'를 심어 눈길을 모으고 있다.

8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은 최근 삼성, SK 등 경쟁 기업들과 한판 승부를 벌이며 '전투'적인 모습을 보여 지금까지 강조해오던 ‘인화(人和)’를 벗어던졌다.

LG그룹이 그동안 그룹 문화의 대명사로 여겨온 ‘온순하고 착한’ 이미지에서 탈피하고 ‘새로운 LG’ 만들기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영환경에서 살아남고 미래 첨단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착한 기업’ 이미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냉엄한 현실에 따른 것이다.

◇LG화학-SK이노 '전기차 배터리' 소송 뜨거워

대표적인 예가 LG화학이 ‘전기차 배터리 기술탈취’ 의혹을 둘러싸고 SK이노베이션(이하 SK이노)과 벌이고 있는 법정다툼이다.

LG화학은 지난 4월 "SK이노가 LG화학이 개발중인 독일 자동차업체 폴크스바겐 배터리 플랫폼 기술을 탈취하고 LG화학에서 근무한 전지사업본부 연구개발(R&D) 핵심인력 등을 빼갔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와 델라웨어주(州) 연방법원에 SK이노를 제소한 후 SK이노와 5개월 넘도록 고소·공방을 주고받고 있다.

이에 따라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 총괄사장이 지난달 16일 합의점을 마련하기 위해 서울 모처에서 극적으로 만났지만 서로 입장차만 확인하고 빈손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후 LG화학과 SK이노는 상대방에게 또 다시 맞소송 카드를 던지며 극렬하게 대치하고 있다. 심지어 LG화학은 지난달 26일 SK이노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외국기업인 일본 도레이 인더스트리와 연합전선을 구축하기도 했다.

현재 LG화학과 SK이노는 모두 ‘경쟁사가 먼저 항복하지 않는 한 타협은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LG전자 글로벌 가전시장 놓고 상대방에 칼 겨눠

글로벌 가전제품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1·2위를 다투고 있는 LG전자 역시 최근 서로 칼을 겨눴다.

LG전자는 지난달 19일 “삼성전자가 발광다이오드(LED) 백라이트(후방조명)를 사용하는 액정표시장치(LCD) TV ‘퀀텀닷발광다이오드(QLED) TV’를 마치 자발광 기술이 적용된 것처럼 광고하고 있다”라며 삼성전자를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했다.

LG전자는 또한 이보다 앞선 지난달 17일 LG 트윈타워에서 ‘8K 및 올레드 기술설명회’를 열고 “삼성전자 8K TV는 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ICDM) 등 국제적 기준에 못 미친 제품”이라며 맹비난을 쏟아냈다.

LG전자는 그동안 간접화법을 통해 자사 기술력 우위를 드러낸 적은 있었지만 경쟁사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분쟁을 걸어온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같은 일련의 상황을 두고 업계에서는 ‘무엇보다 ‘실리’를 중시하는 구 회장이 LG그룹을 1위 기업으로 도약시켜 놓기 위해 대대적인 기업 이미지 수술에 나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나의 전쟁터'인 시장에서 단순히 ‘착한 기업’ 이미지만으로는 1위를 보장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구 회장은 취임 이후 때때로 대담한 경영행보를 단행해 구성원들에게 ‘완전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미국 제조업체 3M 출신 신학철 부회장을 LG화학 수장에 앉히며 ‘순혈주의’를 타파하고 LG퓨얼시스템 등 비주력 사업부를 과감히 도려낸 것이 대표적인 예다.

재계 관계자는 “구 회장이 경영무대에 본격 등판한 후 기업 실리와 관계가 없는 기존 조직문화를 혁파하며 ‘새로운 LG’ 만들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라며 “구 회장의 공격적인 행보가 LG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지 업계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오만학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h3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