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점을 고치는 데 쏟는 시간·노력만큼 자신의 강점 연마하라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174회)] 영화 「증인」에서 배우는 긍정심리학

기사입력 : 2019.11.27 12:53 (최종수정 2019.11.27 12:53)

정우성 주연의 영화 증인. 동일한 대상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으로 나뉠 수 있으며 그 평가에 따라 결과가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영화다.
정우성 주연의 영화 증인. 동일한 대상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으로 나뉠 수 있으며 그 평가에 따라 결과가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영화다.
21세기 들어서면서 ‘긍정심리학(肯定心理學, positive psychology)’ 분야가 관심을 끌면서 많은 연구 결과들을 양산해내고 있다. 긍정심리학을 짧게 정의하자면, 개인과 사회를 번영(繁榮, flourish)시키는 강점과 장점을 연구하는 심리학의 한 분야이다. 긍정심리학이라는 용어 자체가 암시하고 있듯이 지금까지의 심리학이 ‘부정심리학(否定心理學, negative psychology)’이었다는 반성 위에서 시작되었다. 즉,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부정적인 감정에 관심을 가지고, 이 부정적 감정을 느끼게 되는 원인을 밝혀내 그것을 없애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됐다. 그 이유는 2차 세계대전 이후 크게 발전한 임상심리학과 상담심리학에서 주된 목적이 전쟁의 후유증인 정신질환을 치료하거나 일상생활에서 나타나는 부적응을 제거하는 데 편중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긍정심리학을 이끌고 있는 대표적인 심리학자인 펜실베이니아대학교의 마틴 셀리그만(Martin Seligman) 교수는 국내의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긍정심리학에 관심을 가지고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게 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심리학자들은 고통을 다루는 방법엔 정통합니다. 고통이나 슬픔, 분노 같은 것을 약물이나 상담을 통해서 어떻게 줄이느냐에 대해 수없이 연구했지요. 물론 그런 어두운 측면 역시 우리 일생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삶은 나머지 절반은 어떻게 더 나아지고, 성장하고, 웰빙을 누릴 수 있을지에 대한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극단적인 고통, 불안, 분노 등에 시달리지 않는 사람들, 즉 심리학적인 치료가 필요한 사람이 아닌 일반적인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나은 상태를 지향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에 관한 연구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까지 심리학은 그 분야를 놓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미개척지에 뛰어들게 된 것입니다.”

그는 “약점을 고치려는 데 쏟는 시간과 노력을 대표 강점을 더 연마하고 활용하는 데 쓰라”고 조언했다. 이를테면 셀리그먼 교수가 밝힌 자신의 대표 강점은 학문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학구열이다. 그는 하루도 빠짐없이 이 대표적인 강점을 연마하려고 노력한다. 그가 가장 기쁠 때는 학생들에게 복잡한 개념을 간단명료하게 정리해서 잘 가르칠 때다. 그런 날이면 기운이 절로 솟고 행복해진다. 그러나 사람들을 조직하는 일은 그에게 너무 힘들다. 회의를 마치고 나면 기운이 솟기는커녕 맥이 탁 풀린다. 그는 “이런 내 약점을 보완하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강의를 할 때만큼 큰 보람을 느끼지 못할뿐더러, 회의를 마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에서도 아무런 의미를 찾지 못한다”고 했다.

​긍정심리학을 짧게 정의하자면
개인과 사회 번영시키는 학문

신체적인 질병과 마찬가지로 정신적 건강도 부정적인 측면을 진단하고 그 원인을 찾아내어 없애는 것이 중요함은 물론이다. 그래서 마음의 병의 원인을 찾아내고 치료하는 데 중점을 두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노력이 쌓여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을 치료하는 데 큰 공헌을 하였다. 앞으로도 몸과 마음의 질병에 대해 더 많은 연구와 사례를 통해 더 정확한 원인 파악과 치료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하지만 질병의 치료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예방이다. 생각에 따라서는 치료보다 예방이 더욱더 중요하다. 이런 성찰을 바탕으로 긍정심리학이 발달하게 되었다. 다시 말하면, 긍정적인 장점을 찾아, 그 장점을 더욱 키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모두 원하는 행복한 삶에 이르는 길은 부정적인 면을 제거하거나 부족한 면을 채우는 것을 통해 얻게 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인간은 모두 부족한 면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긍정적인 면을 찾아 그것을 더욱 강하게 만드는 것이 오히려 행복한 삶에 더욱 효과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예를 들면, 정신질환이나 부적응의 제일 원인으로 꼽히는 과도한 불안을 경감시키면 삶의 궁극적 목표인 행복을 증진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가정 위에서 불안이나 우울 등과 같은 부정적 정서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해왔다. 하지만 오랫동안의 임상과 연구의 결과 불안 등의 부정적 정서와 행복과 같은 긍정적 정서는 부적(負的) 상관을 나타내지 않았다. 다시 말하면 부정적 정서를 경감시킨다고 해서 긍정적 정서가 더 고양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불안을 감소시키면 덜 불안한 상태가 되는 것이지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다.

​심리학자들 고통 슬픔 분노 등
약물 등으로 줄이는 방법 연구

긍정심리학은 또 다른 시사점을 제공해준다. 우리가 겪는 다양한 사건들은 100% 긍정적인 측면과 존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다양한 사건이나 상황이 100%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경우도 거의 없다. 대개의 사건이나 상황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혼재되어 있다. 하지만 어느 면이 더 비중이 큰지 또는 어느 면에 더 관심을 가지는 지에 따라 전체적으로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판단하는 것이다.

최근에 거행된 제40회 청룡영화제에서 배우 정우성 씨에게 남우주연상의 영예를 안겨준 영화 「증인」은 동일한 대상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으로 극단적으로 나뉠 수가 있고, 그 평가에 따라 결과가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영화였다. 영화의 내용을 간단히 추리면 다음과 같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지고 있는 여고생 지우와 그를 증인으로 세우려는 변호사 순호이다. 정상인이 아닌 지우는 그 대신 비상한 기억력과 엄청나게 예민한 청각능력을 가지고 있다. 지우는 상대방을 한번 보면 그가 매고 있는 넥타이에 물결방울 무늬가 몇 개가 있는지를 알아낼 수 있는 계산능력도 아울러 가지고 있다.

​질병치료 보다 중요한 것 예방
정확한 원인 등 빨리 찾아야

1차 공판엔 내키지 않는 증인으로 나선 지우에게 큰 로펌을 대표하는 변호사로서 순호는 그녀가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지고 있는 비정상인임을 내세우며 그녀의 증언 신빙성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녀 증언의 신빙성을 깎아내리기 위해 상대적으로 지우가 사람의 얼굴 표정을 읽는데 문제가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그녀의 증언만으로는 유죄판결을 내릴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이 받아들여져 소기의 목적은 달성되지만 이 과정에서 지우는 정신병을 가진 사람으로 매도되고 큰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된다.

결정적인 2차 공판에 자발적으로 증인으로 나선 지우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것을 간파한 순호는 이번에는 그녀의 특별한 능력, 즉 예민한 청각능력을 부각시키면서 지우가 범인이 살해 장면에서 한 말을 기억해내도록 유도한다. 범행이 일어난 날 밤 창문너머로 들렸던 범인의 말을 그대로 재생해낸 지우의 증언에 따라 진짜 범인이 가려진다. 이 장면에서는 지우의 표정을 잘 식별하지 못하는 결점보다는 예민한 청력과 기억력이라는 장점이 이용되고 사건을 해결하는 데 결정적 공을 세우게 된다.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지고 있는 주인공 지우는 사실 우리 모두를 상징적으로 대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 모두 완벽하지는 못 하다. 비록 겉으로 확연히 드러나지는 신체적 장애는 없을지라도 우리도 다양한 종류의 장애를 가지고 있다. 비록 신체적인 장애가 없을지라도 정신적인 장애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아니 조금 과장해서 말한다면 정신적 장애가 없는 사람은 없다. 다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조금 식상한 비유일지 모르지만, 컵에 담긴 물을 보고 “아직도 반이나 남았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고, 또 “반 밖에 남지 않았다”고 부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 둘 다 맞지만 결국 우리는 둘 중의 하나를 택해야 한다.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는 엄청나게 달라질 수 있다.

한성열 고려대 교수
한성열 고려대 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 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명의 심리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 ‘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한성열 고려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