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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칭·역할 커진 감정원에 "정체성 확보·이해충돌 해소" 요구 높아져

기사입력 : 2020-05-28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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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감정원 김학규 원장이 2019년 4월 감정원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감정원
한국감정원이 '한국부동산원'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업무 영역을 넓히지만, 그에 맞춰 공공기관으로서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이해충돌 가능성을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7일 국회와 감정원, 업계에 따르면, 한국감정원 명칭을 한국부동산원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한국감정원법 일부 개정안이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감정원은 올해 말께 한국부동산원으로 명칭을 바꾸게 된다.

특히, 통과된 개정안은 감정원의 기관 목적과 관련해 기존 '부동산 시장의 안정과 질서유지'에 더해 '소비자 권익보호와 부동산 산업발전'이라는 문구를 새로 추가했다. 감정원의 역할이 부동산가격 조사와 통계, 공시를 넘어 부동산산업 전반으로 확대될 것임을 시사하는 내용이다.

실제로 감정원은 지난 2월 아파트 청약업무를 금융결제원으로부터 가져왔고, 지난 18일 리츠(부동산투자회사) 시장질서 조성을 위해 '리츠 신고·상담센터'도 신설했다.

오는 8월에는 공인중개사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허위매물을 감시하는 인터넷 부동산광고 모니터링 전담기관으로 지정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처럼 위상과 역할이 확대되는 것에 비해 감정원의 정체성이 모호하고 업무의 투명성도 미흡하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감정원의 자본금 지분율은 정부 49.4%와 한국산업은행 30.6% 외에, 3개 시중은행(하나·우리·신한)과 개인(19명)이 총 2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감정원과 같은 국토교통부 산하 준시장형 공기업인 한국철도공사는 정부 지분 100%이고, 한국도로공사는 정부 지분 86.85%에 나머지 지분 대부분은 한국수출입은행 등 금융공기업이 보유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정부 지분 86.64%에 나머지 13.36%는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의 지분이다.

국토부 산하 시장형 공기업인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 역시 정부 지분이 각각 100%이다.

결국, 감정원은 국토부 산하 공기업 9곳 중 민간주주 지분 비율이 최고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민간주주 지분율이 높다는 것은 감정원이 공공성 높은 부동산시장 안정과 질서유지 업무를 수행하면서 수익성까지 추구해야 함을 의미한다"며 "감정원의 지배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업계 한켠에서는 감정원의 주택공시가격 산정에 오류가 발생한 사례를 언급하며, 감정원이 비용을 아끼기 위해 감정평가사에게 용역을 맡기지 않고 자체 인력으로 직접 주택가격 산정업무를 수행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과 불신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일례로 국토부가 지난 20일 공개한 '한국감정원 종합감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6월 감정원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 갤러리아포레 전체 230가구의 공시가격을 통째로 수정하는 이례적인 조치를 취했다. 감정원 직원이 실수로 층별 가격 격차를 반영하는 보정률을 넣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당시 국토부는 처분요구서에서 "조망권, 일조권 등 층별 차이를 반영하지 않고 주택가격을 산정한 후 후임 담당자에게 이같은 사실을 인계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하며 연관된 감정원 직원 2명에 징계, 또다른 2명에 경고 조치하도록 했다.

이와 관련해 감정원은 "이의신청 검토 결과 층별 효용 격차, 시장상황 변동에 따른 시세 하락분을 추가 반영할 필요성이 인정돼 공시가격을 적정하게 조정했다"고 해명하며 실수에 따른 조정이 아님을 주장했다.

지난 19일 감사원이 발표한 '부동산 가격공시제도 운용실태' 감사보고서에 대해서도 업계는 비판적인 입장이다.

감사원은 이 감사보고서에서 토지와 주택가격을 합산한 개별주택가격이 해당 토지의 개별공시지가보다 오히려 낮은 비상식적인 '가격 역전' 현상이 발생하는 사례를 지적하면서, 지방자치단체의 토지, 주택 담당부서가 서로 분리돼 있는 점, 표준부동산 표본수가 부족한 점 등을 문제점으로 적시했다.

그러나 업계 일부는 감사원의 이 감사보고서가 감정원의 문제점을 제대로 감사하지 못했고, 오히려 새로운 문제의 소지만 드러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서 감사원은 감사 인력과 기간의 한계로 전수조사방식으로 가격을 산정하는 공동주택은 감사 범위에서 제외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현행법령상 공동주택(약 1339만 가구)가격 산정은 감정원이 전담하며, 전수조사 방식으로 산정한다. 또한, 단독주택 중 표준주택(약 22만 가구)가격 산정 역시 감정원이 전담하고 있는데, 감사원에 따르면 감정원은 지난해 표준주택 가격을 조사·산정하는데 인력 460명을 투입했다. 조사자 1명이 평균 478가구를 조사한 격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실제 오류도 많이 발생하는 공동주택 공시가격 산정과정을 감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국토부와 지자체의 문제점만 지적한 것은 이번 감사원 감사보고서의 한계"라고 비판했다.

또 "주택가격 조사는 실제 현장을 방문해서 이뤄져야 하는데, 이번 감사보고서에서 언급된 조사대상 주택 수와 감정원 직원 수를 감안하면 현장조사가 충실히 이뤄지고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비판과 지적에 감정원은 수십 년 간 축적한 데이터와 조사 노하우,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효율적으로 주택가격을 산정하고 있어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감정원 관계자는 "감정원은 실거래가 등 100억 개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ICT를 활용해 주택가격 산정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면서 "공동주택의 경우 단지 단위로 현장조사를 수행하며 데이터를 활용해 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관 정체성과 업무 전문성을 요구하는 목소리에도 이 관계자는 "감정원은 전문성을 가지고 부동산산업 전반의 질서 유지와 활성화, 육성 업무를 수행해 나갈 방침"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밝혔다.

감정원에 비판적인 정수연 제주대 교수(경제학과)는 "주택공시가격을 산정하는 기관이 공시가격 심사, 검수업무가 포함된 '부동산가격공시 부대업무'까지 국토부로부터 위탁받아 수행하다보니 자기가 만든 주택공시가격을 자기가 심사하고 검수하게 된다. 이는 이해충돌의 소지가 있다"며 "공시가격에 오류가 발생했을 때 과연 감정원이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고 자신을 징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주택공시가격은 부동산 보유세, 건강보혐료 등 조세와 부담금의 산정기준이 되는, 국민 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표라서 주택공시가격에 오류가 발생하면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불이익을 당하는 집주인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미국 등 선진국처럼 감정평가사가 주택공시가격을 '감정평가' 방식으로 결정하도록 하고, 관리감독 기능이 중요한 감정원은 비영리기관인 공단 형태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정 교수는 대안을 제시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