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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남자가 흘리는 진정한 '눈물'은 때로 진한 감동을 준다

기사입력 : 2020-07-01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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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3년 창단 후 처음으로 황금사자기 우승컵을 거머쥔 김해고. P감독은 우승 후 감독실에서 10여분 동안 동계훈련을 견뎌낸 선수들이 대견하다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사진=뉴시스
지난 6월 22일 끝난 제74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는 2003년 창단 이래 한 번도 전국대회에서 우승은커녕 4강 안에도 들어본 적이 없어 만년 하위팀으로 불렸던 무명의 김해고등학교가 우승하는 파란을 낳았다. 이틀 전인 20일 준결승전에서 승리한 김해고의 P감독은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선수들에게 보이지 않기 위해 성급히 감독실로 향했다고 한다. 감독실에서 10여분 동안 계속 눈물을 흘리던 P감독은 "이런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이면 안 되는데 눈물이 그치지 않는다"면서 "여느 해보다 힘들었을 올해 동계훈련을 견뎌낸 선수들이 정말 대견할 따름이다. 마치 우승을 한 듯 기뻐하는 아이들을 보니 울음이 터져 나왔다"며 멋쩍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고 한다. 홈스틸도 감행하던 배짱 좋은 P감독의 또 다른 모습이다.

올해 48세로 중년에 접어든 P감독은 별로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왜냐하면 그는 현역 시절 한 번도 1군 무대를 밝아보지 못한 채 은퇴한 무명 선수였기 때문이다. 오랜 무명 생활과 몇몇 고등학교에서 지도자 경력을 거친 뒤 지난해 김해고 지휘봉을 잡은 지 꼭 1년 만에 무명의 김해고등학교 야구팀을 지휘하여 창단 이래 처음 우승컵을 거머쥔 소감이야 이룰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당연히 눈물이 흐를 만 했다.

하지만 그는 학생들에게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 눈물을 참으며 감독실로 가서야 10여 분 동안 울었다. 아마도 그는 감독은 학생 선수들 앞에서 울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왜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는 눈물을 보이면 안 될까? 힘든 동계훈련을 견뎌낸 선수들이 대견해서 울음이 터져 나왔다면 그냥 눈물을 보이면서 "너희들이 대견해서 눈물이 흐른다"고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면서 선수 한 사람 한 사람을 안아주었다면 선수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황금사자기 대회서 우승한 무명 김해고
'만년 하위팀'이 우승하는 파란 일으켜

아마도 학생들 앞에서, 또는 자녀들 앞에서 울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는 부모나 교사는 비단 P감독뿐만이 아닐 것이다. 상담을 하다 보면 대부분의 어른이, 특히 성인 남성들은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어려워할 뿐만 아니라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나쁜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한결같이 "남자는 울면 안 된다"라는 말을 한다. 특히 자녀 앞에서 아버지가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부터 "남자는 평생 세 번만 운다"는 것을 당연시하고 살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는 남자와 여자의 성 역할을 철저하게 구분하였다. '남녀칠세부동석(男女七歲不同席)'이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지금의 중년이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는 남학교와 여학교가 분리되어 있었다. 공간적으로만 남녀를 분리한 것이 아니라 행동적으로도 남녀의 차이를 강조했다. '남자는 남자답게 여자는 여자답게' 행동하여야 한다고 교육을 받았다. '남자답다'는 것의 요체는 한 마디로 '여자답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여자다운 행동을 하면 '계집애 같다'고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거나 '유약(柔弱)하다'고 어른들에게 꾸중을 들었다. 여자는 원래 약하기 때문에 당연히 남성은 '강해야' 했다.

'우는 것은 약한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남자들은 절대로 울면 안 된다고 배우면서 성장한다. 그리고 여자의 유약함은 잘 우는 것으로 드러난다고 보았다. 그래서 남자애가 울면 "남자는 일생에 세 번밖에 울지 않는다"고 야단을 치거나, "울면 **가 떨어진다"는 위협적인 언사도 마다하지 않았다. 당연히 남자는 아무리 아프거나 슬프거나 힘들어도 '입을 꾹 다물고' 참아야 했다. 그것을 '남자다움'의 상징으로 여겼다.

가장으로서 남자는 무엇보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 밖에 나가서 다른 사람들과 경쟁하면서 생계에 필요한 경제적인 자원을 공급해야 하므로 약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경쟁에서 낙오될 뿐만 아니라 가장으로서의 권위를 인정받지도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남자다워야 하고 가장 강해야 한다. 자신 속에 있는 여성적인 특성은 강하게 억압시키고 오로지 남성적인 특성만을 부각하며 생활해야 한다. 가장들은 밖에서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서 집에서는 내색하지 않고 항상 강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배우면서 성장한다.

​P감독은 하염 없이 흐르는 눈물 삼켜
홈스틸도 감행한 배짱 좋은 다른 모습

우리나라에서 그 강도가 더 셀뿐이지 사실 남자들에게 자연스러운 정서적 표현을 억제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다른 나라에서도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직에 있거나 존경받는 인사가 공개적으로 눈물을 흘리는 것은 '나약함'의 증표로 받아들여진다. 2018년 미국 연방대법원 판사로 지명된 브렛 캐버노(Brett Kavanaugh)가 청문회에서 눈물을 흘린 것으로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세간의 여론은 긴박한 상황에도 냉철한 이성을 견지해야 할 대법관에는 너무 정서적이고 유약한 것이 아니냐는 자질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처럼 남자들에게 속마음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것을 금하다 보니 병적으로 표현되는 경우도 종종 나타난다. 소위 '가면우울증(假面憂鬱症)'이라는 병명으로 나타나는 '가장된 우울증'이다. 가면우울증은 우울한 감정이 마치 가면을 쓰고 있는 것처럼 겉으로 별로 드러나지 않는 우울증을 말한다. 가면 우울증은 우울감과 무력감이 잘 드러나지 않지만 식욕 부진이나 피로감 따위의 신체화 증상이나 지나친 명랑함, 약물이나 알코올중독, 도박, 행동과잉 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중년의 남자에게서 나타나는 진정한 '눈물'은 때로는 진한 감동을 준다. 고 노무현 대통령은 눈물로 성공한 경우다. 지금은 '노무현의 눈물'로 불리는 그 유명한 눈물을 2002년 대선 TV 광고에서 나왔다. 그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눈물을 흘려 많은 사람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진정성이 느껴지는 중년 남자의 '눈물'이 감동을 주는 이유는 남자가 아니라 한 인간에게서 볼 수 있는 '완숙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자신의 남성적 성향뿐만 아니라 이성(異性)인 여성도 한 인간으로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 성숙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가 요구하는 남성으로서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한 존재로서 원래의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개선장군의 당당함과 여유가 함께 묻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최근 한 명문 프로야구팀 Y감독이 경기 중에 의식을 잃고 쓰려져 급하게 병원으로 이송되는 불상사가 일어나 큰 충격을 주었다. 응급실에서 정밀검진을 받은 결과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식사와 수면이 부족했고, 심신이 극도로 쇠약해졌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금년 52세인 그는 최근 팀의 성적이 최하위를 맴돌아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성인 남성들 감정 자연스레 표현 어려워
"남자는 평생 세 번만 운다" 당연시 생각

'스트레스'는 적응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할 때 느끼는 심리적·신체적 긴장 상태이다. 이런 긴장상태는 빨리 원인을 찾아 해결하고 편한 상태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의 호소이다. 만약 긴장 상태가 장기적으로 지속되면 심장병 위궤양 고혈압 등의 신체적 질환을 일으키기도 한다. 또 잠을 못 자거나 신경증 우울증 등 심리적 부적응을 나타내기도 한다. 스트레스는 너무 없어도 사는 것이 무미건조하고 재미가 없는 무료한 상태가 된다.

과도한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방법은 자신의 속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친밀한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다. 친밀한 인간관계는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지는 관계이다. 의사소통이 잘 된다는 것은 대화가 잘 된다는 것이다. 대화를 통해 '감정'을 나누는 것이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기 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고, 또한 상대방의 감정을 잘 이해하는 것이 친밀한 인간관계를 맺는 지름길이다. 수치심이나 쑥스러운 감정을 느끼지 않고 자신이 지금 얼마나 기쁜 지를 또는 얼마나 힘든 지를 솔직히 나눌 수 있는 지인(知人)이 있다는 것은 험난한 세상을 성공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불가결한 자산이다. 그리고 억압하거나 억제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는 훈련이 어렸을 때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비단 프로스포츠 감독뿐만 아니라 남녀를 불문하고 모든 조직의 관리자들은 올바른 선택을 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져야하는 특성상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자신의 삶에 책임을 져야하는 관리자이다. 따라서 모든 삶 자체가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눈물을 보이는 것은 약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참모습을 두려움 없이 공개하는 것이 한정된 심리적 에너지를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성숙한 방식이다.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 심리적으로 건강하고 진정 행복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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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열 고려대 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 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명의 심리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 ‘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한성열 고려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