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04 (목)

안팎으로 시달리는 국내 OTT…'타다'보다 고립됐다

기사입력 : 2020-12-14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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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웨이브, 티빙, 왓챠 메인화면.
코로나19로 OTT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됐지만 국내 OTT 기업들은 힘든 시간을 겪고 있다. 저작권 단체와의 갈등에서도 정부가 저작권 단체의 손을 들어준 데 이어 글로벌 OTT 공룡들도 국내 진출을 확정 짓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 정책으로 큰 위기를 겪었던 '타다'를 떠올리고 있지만 '타다'와 비교하면 더 심각한 수준이다.

업계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음원 저작권 요율 인상과 관련한 내용을 담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규정 개정 공고안을 발표했다.

승인된 개정안에 따르면 OTT업체가 서비스하는 영상물 중 음악저작물이 배경음악 등으로 이용되는 영상물에 대해서는 음악저작권 요율을 내년도 1.5%에서 2026년까지 1.9995%까지 확대한다.

또 음악예능이나 공연 실황 등 음악저작물이 주된 목적으로 이용되는 영상물 전송 서비스 요율을 3.0% 지불해야 한다. 이에 따라 OTT 기업들은 총 매출액의 1.5%~3.0%를 음원 저작권료로 지불해야 한다.

OTT업계에서는 현행 방송물 재전송 규정인 저작권 요율 0.625%에 비해 터무니없게 높다며 반발했다. 반면 음저협은 넷플릭스와 계약을 근거로 2.5%를 요구했다. 문체부가 발표한 개정 공고안은 사실상 음저협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OTT업계에서는 음저협과 같은 여러 저작권 단체들이 일제히 음저협과 같은 저작권 요율을 요구할 경우 OTT 사업을 접어야 한다며 우려하고 있다.

OTT 관계자는 "우리나라에는 몇 개의 음악저작권 관련 협회가 있고 각 분야의 협회가 있다. 음저협이 요구한 선을 들어주면 모든 협회에서 비슷한 수준의 저작권료를 요구하게 되고 그러면 OTT는 사업을 접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음악뿐 아니라 미술과 촬영, 제품과 관련한 저작권 단체에서도 일제히 요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상황은 지난해 있었던 타다와 택시업계의 논란을 연상시킨다. 공유차량 서비스인 타다는 지난해 11인승 이상 렌터카 호출 서비스인 ‘타다 베이직’으로 택시업계와 갈등을 빚었다.

국회가 올해 3월 일명 '타다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타다는 주력 사업인 '타다 베이직'을 접게 됐다.

당시 이재웅 쏘카(타다 모기업) 대표는 "요즘 존재하지도 않는 탑승권 검사까지 하도록 만드는 졸속, 누더기 법안이 자율주행 시대를 목전에 둔 지금 또는 미래에, 제대로 작동할 것으로 보는 것인지 의문. 이렇게 모빌리티를 금지해서 국민들이 얻는 편익은 무엇이냐"고 반발했다.

타다는 최근 법인택시와 가맹협약을 맺어 타다 로고를 새기고 운행하는 ‘타다 라이트’를 시작해 활기를 찾고 있다. 당초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운행하던 타다는 '타다 라이트'를 등에 업고 부산까지 진출하는 등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타다의 경우 사업 철수를 고민할 정도로 심각한 시기가 있었지만 새로운 사업모델을 찾으면서 다시 활기를 얻고 있다. 그러나 OTT는 저작권료 갈등 외에 여러 문제를 복합적으로 안고 있어 더욱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다.

영화수입배급사협회(수배협)는 올해 8월 웨이브, 왓챠 등 국산 OTT들을 향해 작품에 대한 정당한 저작권료를 지불하지 않으면 작품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수배협은 OTT 특유의 SVOD(구독형 VOD) 방식이 저작권자에게 정당한 권리를 지급하지 못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왓챠는 "투명한 정산 시스템을 도입하고 매년 엄격한 감사를 통해 공정하고 투명한 정산을 해왔음을 확인했다"며 "수배협의 주장은 왓챠에게 구독형 OTT 모델을 버리고 IPTV가 돼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웨이브는 "수배협의 주장은 우리와 안 맞다. 웨이브는 SVOD과 TVOD(개별 구매 VOD)를 혼합해 제공하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 제공하고 어느 정도 가격을 책정할지 배급사가 결정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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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트디즈니가 넷플릭스 대항마로 내놓은 OTT 서비스 디즈니플러스가 내년 한국 진출을 공식화했다. 사진은 디즈니플러스에서 곧 론칭하는 드라마 '완다비전'과 '팔콘 앤드 윈터솔져'. 사진=디즈니 트위터 캡쳐

글로벌 OTT 공룡의 기세도 매섭다. 그동안 넷플릭스와 경쟁도 벅찼으나 최근 디즈니플러스가 내년 국내 론칭을 확정지었다. HBO맥스와 애플TV플러스 등도 국내 론칭을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한국 콘텐츠가 아시아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한 만큼 한국을 거점으로 아시아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글로벌 OTT의 한국 콘텐츠 계약 및 협력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웨이브는 우선 지상파 3사와 협력한 오리지널 콘텐츠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왓챠 역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 티빙은 실시간 방송이라는 이점을 활용해 국내에서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OTT들도 넷플릭스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자본을 콘텐츠에 투자하고 있어 이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넷플릭스는 한국 진출 후 현재까지 7700억원을 콘텐츠 제작에 투자했다.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플러스, HBO맥스 등도 이와 비슷한 수준의 투자를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OTT업계 관계자는 "국내 OTT들은 큰 폭의 적자를 감내하며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데 정부는 각종 규제이슈나 저작권료 대폭 인상 같은 폭탄을 던지고 있다"며 "정부가 유튜브,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미디어의 시장 장악을 막아줄 수도 없는데 그렇다면 최소한 내부총질이라도 멈췄으면 한다"고 말했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