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03 (수)

[리뷰] 넷플릭스 '미드나이트 스카이'…코로나19 시대에 제시하는 삶의 방향

기사입력 : 2020-12-16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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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이트 스카이'. 사진=넷플릭스
프로야구 전설 양준혁 선수는 슬럼프 극복 방법에 대해 "더 떨어뜨린다"라고 말한다. 기량이 올라오지 않을 때 더 바닥을 찍어서 치고 올라오게 한다는 의미다.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진 입장에서도, 글이 써지지 않을 때는 아예 노트북을 접어두고 다른 일을 한다. 그러다 보면 얼마 뒤 글을 쓰고 싶어진다.

코로나19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서고 절망감이 더욱 커질 때 이런 이야기가 위로가 될지 모르겠다. '코로나 블루'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우울감이 커질 때 오히려 ‘더 우울하게’ 만들어 보는 것은 위험한 해결책일 수 있다.

넷플릭스 영화 '미드나이트 스카이'는 코로나 시국에 사람들에게 보여도 되나 싶을 정도로 절망적이다. 지구는 이미 심각한 대기오염으로 멸망했고 살아남은 유일한 인류인 어거스틴(조지 클루니)는 북극 우주 통신센터에 혼자 머무르기로 했다.

어거스틴은 신장병을 앓고 있다.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임무를 하겠다는 의지다. 그는 우주에서 임무수행 중인 우주선을 검색하던 중 지구를 대체할 행성 K-23을 탐사하고 귀환하던 에테르호를 발견한다.

오랜 시간 지구를 떠나있던 에테르호의 승무원들은 지구의 현재상황을 알지 못하고 귀환해 가족과 다시 만날 날을 고대하고 있다. 어거스틴은 그런 에테르호에 지구의 현재상황을 알려야 한다. 지구는 더 이상 인류의 유일한 희망이 아니다.

'미드나이트 스카이'는 릴리 브룩스돌턴의 소설 '굿모닝 미드나잇'을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의 각본을 쓴 마크 L. 스미스가 각색했고 영화의 주연을 맡은 조지 클루니가 연출한 작품이다.

영화는 시작부터 "지구가 끝장났다"는 전제를 두고 시작한다. 북극 관측소에서 지하 대피소로 향하는 연구원과 어거스틴의 대화에서 안전지대인 북극에 사는 말기 신장병 환자가 먼저 죽을지 대피소로 향한 건강한 사람이 먼저 죽을지 나누는 농담은 결코 유쾌하게 들리지 않는다. 특히 코로나19의 시대를 사는 입장에서는 어거스틴의 마른 기침조차 무섭게 들린다.

절망스럽기는 에테르호도 마찬가지다. 지구로 귀환하던 에테르호는 통신 장애로 경로를 이탈했고 이를 재탐색하던 중 위기에 처하게 된다. 더군다나 그들에게는 이미 돌아갈 집과 다시 만날 가족의 생사 여부를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절망과 죽음이 확고한 와중에도 이들은 삶을 위해 저마다 발버둥을 친다. 코로나19 시국인 스크린 바깥보다 더 절망스럽지만 삶을 내려놓지 않는다. 이는 다음 세대가 살아갈 터전을 물려줘야 한다는 부모 세대의 의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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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이트 스카이' 사진=넷플릭스

'미드나이트 스카이'에서 인류가 멸망한 결정적 이유는 대기오염 때문이다. 이는 지진이나 혜성충돌, 바이러스 창궐 등 불가피한 재해가 아니라 인류 스스로 자처한 재난이다. 어거스틴이 에테르호의 승무원에게 "우리가 지구를 잘 돌보지 못했다"고 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미 인류는 다음 세대가 살아갈 터전을 앗아가는 씻을 수 없는 죄를 저질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미드나이트 스카이'는 그 최후의 순간에서도 인류는 어른 세대로서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다음 세대가 살아갈 땅으로 길을 열어주고 그 긴 여정을 책임지고 떠나야 하는 것이 어른 세대가 속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미드나이트 스카이'는 환경에 대한 메시지가 확고한 영화다. 이전 아포칼립스 영화의 경우 황폐화된 지구에서도 살아가는 사람들이 인간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반면 '미드나이트 스카이'는 이미 인류는 끝장났으니 새로운 세대를 열라고 말하고 있다.

환경학자들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북극 생태계의 파괴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고 말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인류세(Anthropocene)'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인류는 지구의 환경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인류세'는 지질시대의 새로운 개념으로 인류의 자연환경 파괴로 인해 지구의 환경체계는 급격하게 변하게 됐고 그로 인해 지구환경과 맞서 싸우게 된 시대를 말한다. 이미 코로나19로 전에 없는 삶을 살고 있으니 이런 환경변화는 충분히 체감할 수 있다.

학자들의 말처럼 지구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을지도 모른다. 인류세는 이미 시작됐고 지구환경과 인간은 대립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인류는 살아가고 있고 지구는 다음 세대가 살아갈 땅이다. 이 같은 환경에서 어른 세대가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미드나이트 스카이'는 그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미드나이트 스카이'는 지독하게 절망적이고 고통스런 영화지만 이는 세대 간의 교감을 위한 인내의 과정이다. 코로나19로 우울함이 극에 달했지만 '미드나이트 스카이'는 그 가운데서도 희망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미드나이트 스카이'는 코로나19 시대에 어른 세대가 살아갈 방향과 의무를 제시하는 영화다. 이는 영화가 아무리 우울하고 절망적이도 봐야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이런 이유를 차치하더라도 영화는 꽤 재미있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터스텔라'를 재미있게 본 관객이라면 그와 같은 감동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미드나이트 스카이'는 9일 멀티플렉스 3사와 일반 극장에서 동시에 개봉했으며 23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