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24 (토)

[글로벌-엔터 24] 일 영화계가 주목하는 K-시네마 4편…‘반도’에서 ‘야구소녀’까지 장르도 다양

기사입력 : 2020-12-26 00:19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상 4개 부문에 선정되고 여성 감독 김보라의 ‘벌새’가 일본에서 소극장을 중심으로 ‘롱런’을 기록하는 등 올해 일본과 세계에서 진격을 거듭한 한국 영화. 2021년에도 화제작의 일본 상륙이 속속 결정되고 있다. 그중에는 올해 대히트한 드라마의 인기 배우가 출연하고 있는 작품도. 대작과 사회성 짙은 작품과 코미디, 청춘 드라마 등 내년에 꼭 봐야 할 다채로운 4편을 선정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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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반도' 포스터.


■ 웅장한 디스토피아 세상을 그린 ‘반도’

공유가 부산행 고속열차에서 좀비와 싸운 ‘부산행’의 4년 후의 이야기. 그렇다고 해도 ‘반도’는 아마 많은 사람에게 있어서 예상을 뒤엎을(좋은 의미로) 것이다. 왜냐하면 ‘반도’가 그리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스토리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무대는 이미 현실사회에서 말하는 곳의 일상이 붕괴한 후의 종말 후의 한반도다.

전작부터 더욱 속도감을 높인 진화된 좀비들의 공포 속에 연상호 감독 특유의 휴먼 메시지는건재하다. 감독에게 그의 눈에서 전해지는 생각이 너무 강렬해 그만 빨려 들어간다고 말했던 강동원. 그리고 ‘겨울연가’에서 욘사마의 상사 역으로 인기를 누렸던 권해효가 생존자 일가의 할아버지 역으로 은빛 연기를 보여준다. 여기에 ‘아름다운 날들’에서 최지우가 맡은 여주인공의 여동생 소녀 이정현이 가족을 지키기 위해 몸싸움을 벌이는 엄마 역으로 나온다. 짙은 색 옷을 입고 총을 잡은 늠름한 모습은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엄마 전사 사라 코너를 방불케 한다.

무서운 것은 좀비뿐만 아니라 인간의 소용돌이치는 욕망. 극한 상태에 놓여진 사람들에게 남겨진 미래는, 파멸인가 희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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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남산의 부장들' 포스터.


■ 알려지지 않은 어둠의 40일 ‘남산의 부장들’

‘남산의 부장들’ 사회성 짙은 서스펜스 영화로 한국 현대사 최대 사건 중 하나인 박정희 대통령 암살을 정면으로 포착한 작품이다. 독재자, 경제발전의 일등공신으로 지금도 시각이 크게 엇갈리는 박정희 대통령이지만 이 작품이 초점을 맞추는 것은 단순한 인물평가가 아니다. 전편을 관통하는 것은 대통령에 버금가는 막강한 권력을 가졌다는 중앙정보부 수장이 왜 대통령을 사살했는가 하는 미스터리. 1979년 10월 26일에 이르기까지 40일간 관련된 인물의 행동을 파고들어 역사의 어둠을 증언한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미니멈한 연출’이다. 중앙정보부장인 주연 이병헌도, 대통령 역의 이성민도 절제된 톤의 대사와 동작을 살리면서 눈과 눈썹, 입술의 작은 움직임으로 깊은 감정을 드러낸다. 그것이 더욱 따끔따끔하고 누구나 알고 있는 역사적인 암살의 날을 향해 긴장감을 고조시켜 간다.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에서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고, 2021년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한국 대표로도 뽑혀 명실상부한 올해 한국영화계를 상징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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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 포스터.


■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

2020년 한국은 여성 감독이 잇따라 데뷔한 해였다. 그중 한 사람이 ‘찬실이는 복도 많지’의 김초희 감독이다. 김 감독은 원래 ‘하하하’ ‘우리 선희’ ‘자유의 언덕’ 등 홍상수 감독의 프로듀서를 맡고 있었지만 41세에 그만두고 향후를 고민하고 있던 차에 여배우 윤여정의 영화에서 사투리를 지도하는 일을 얻는다. 그것이 ‘전 프로듀서가 배우의 집에서 가사 도우미를 하게 된다’라는 이 작품의 착상으로 연결되었다고 한다.

영화는 찬실이 함께 일하던 영화감독이 갑자기 죽으면서 시작된다. 직장을 잃은 찬실은 연하의 배우 소피의 도우미가 되지만 소피의 프랑스어 선생님 영에게 마음이 흔들리며, 골드미스의 애틋한 이야기인가 싶더니 살짝 얼빠진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코미디로 바뀐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에 이어 ‘미나리’로 미국 영화상 레이스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연기파 배우 윤여정, ‘영웅본색’의 레슬리 장(장국영)과 꼭 닮은꼴로 나오는 김영민 등 조연들의 연기도 볼 만하다.

‘태양처럼 빛나는 열매’라는 이름처럼 긍정적이고 밝은 찬실의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나고, 둘도 없는 것을 잃는다고 해도 그에 대신할 많은 복이 사실은 가까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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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야구 소녀' 포스터.


■ 스포츠 세계 남녀차별 현실 고발 ‘야구소녀’

먼저 영화 첫머리에 흐르는 글자에 놀란다. ‘프로야구가 시작될 당시 의학적으로 남자가 아닌 사람은 부적격 선수로 분류됐다. 1996년의 규약 개정에 의해 현재는 여성도 프로가 될 수 있다’라고 되어 있다. 여자도 프로야구 선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최윤태 감독의 ‘야구소녀’는 여자들에게 희귀한 프로세계를 지향하는 고교 3년생 수인이 주인공으로 드라마 ‘이태원 클래스’의 트랜스젠더 주방장으로 스타덤에 오른 이주영이 맡았다.

천재 소녀라는 칭송을 들으며 한국에서 고교야구 20년 만의 여자선수로 주목받는 수인. 하지만 동경하던 프로구단에 지명된 이는 동료인 소꿉친구 남자였다. 엄마나 친구, 야구부의 감독으로부터도 꿈을 접으라고 충고를 받고 여자라고 하는 이유로 입단 테스트 신청마저 쉽지가 않다.

감독이 시나리오를 쓰면서 많은 사람을 인터뷰했더니 현실에도 많은 수인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하듯 학창시절에는 남녀평등이었을 것이 사회에 나오면 사실 불공평하다고 하는 것은 일본에서도 있는 일이다. 즉 ‘야구소녀’는 특수한 스포츠의 세계가 아니라 현실에도 많이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다. 자신의 꿈을 똑바로 믿는 수인의 모습에 용기를 주는 코치 진태(이준혁)의 조언도 가슴에 와닿는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