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06 (토)

'경마 독점' 내려놓겠다는 마사회, '선진경마' 귀 막고있는 농식품부

기사입력 : 2021-01-22 08:20

한국마사회가 그동안 독점하던 경마시행 관련 권한을 경마 이해관계자에게 분산 이양하고, 마사회 명칭 개정을 포함해 기관의 조직과 역할을 개편하겠다는 혁신 방안을 내놓았다.

축산업 발전·국민여가 증대 등 마사회의 공익 역할이 큼에도 코로나19 사태로 드러난 마사회 수입의 경마 편중 같은 효율성 낮은 구조를 개선하고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다.

이같은 마사회의 근본 혁신이 실현되기 위해선 '경마의 정상화와 선진화'가 기본 전제돼야 하고, 코로나19 피해로 위기에 몰린 말 산업계도 경마 선진국의 극복 사례를 벤치마킹해 서둘러 국내에 도입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말 산업 활성화를 표방하고 있는 농림축산식품부는 정작 해외 선진제도의 도입을 외면하고 있어 업계로부터 '주무부처 역할'을 방기하고 있다는 원성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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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온라인으로 개최된 '한국경마 상생 거버넌스 구축 및 한국마사회 미래상 재정립을 위한 혁신방안 토론회'에서 삼일회계법인 유옥동 상무가 한국마사회 혁신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국마사회 경마방송(KRBC) 유튜브 채널 캡처


◇ 마사회, 혁신방안 초안 공개 "독점 권한 분산·조직 전면 개편"

마사회는 지난 19일 더불어민주당 이개호·위성곤·김승남·윤재갑 의원과 국민의힘 이만희·정운천 의원이 공동주최한 '한국경마 상생 거버넌스 구축 및 한국마사회 미래상 재정립을 위한 혁신방안 토론회'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이 토론회에서는 지난해부터 마사회의 의뢰를 받아 마사회 현 상황을 진단하고 혁신방안을 컨설팅해 온 삼일회계법인 유옥동 상무가 주제발표를 통해 그동안 수립한 마사회 혁신방안을 소개했다.

마사회 혁신방안의 골자는 마사회가 독점하고 있는 경마시행 관련 권한을 마주·조교사·기수 등 경마관계자에게 대폭 분산 이양해 경마의 공정성과 관계자 권익보호 장치를 마련하고, 경마시행을 통해 적립하는 축산발전기금 등 재원을 효율적으로 집행하도록 조직을 개편해 기존 '경마시행체'에서 '말산업육성전담기관'으로 정체성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세부적으로, 경마운영실무협의회 등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의사결정기구를 상설화하고, 마사회가 경마장 내에 독점 소유·대여하는 마사(마방)을 경마장 외부에도 허용해 경마업계의 폐쇄성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며, 한국마사회를 한국마사재단(가칭)으로 개편해 경마수익을 기반으로 한 말산업육성사업을 주된 사업으로 하되, 현재의 경마시행 업무는 자회사 방식으로 종속시키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

이러한 혁신방안을 제안한 유옥동 상무는 "한국마사회법상 마사회의 목적은 축산발전과 국민의 복지증진·여가선용이고 경마는 이를 위한 수단"이라며 "마사회는 경마 시행을 통해 축산발전기금·레저세 등을 납부하지만, 그 사용은 정부·지자체 등이 주관해 집행 효과가 떨어졌던 만큼, 이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마사회 최원일 부회장은 "마사회 혁신방안의 제1장 제1절이 마사회의 권한을 분산하는 것"이라며 "이것이 마사회 혁신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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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사회 힐링승마 프로그램에서 소방관들이 힐링승마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마사회


◇ 규제기관 사감위 전문위원도 온라인 경마 도입 찬성...농식품부는 여전히 '마이동풍(馬耳東風)'

이날 토론회는 마사회가 이달 말 최종 혁신방안을 확정해 발표하기에 앞서 말생산자, 조교사, 시민단체, 법조계 등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러나 유옥동 상무의 주제발표 이후 토론에서는 자연스럽게 온라인 마권발매(베팅) 도입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뤘다.

모든 마사회의 혁신과 말산업육성 방안은 국내 말산업 순수익의 87%를 차지하는 경마가 정상화되지 않는 한 공염불 불과할 뿐이기 때문이다.

토론회에 참여한 대다수의 각계 전문가들은 온라인 베팅 도입이 불가피함을 지적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준휘 법무·사법개혁연구실장은 "도박중독은 주로 불법경마에서 발생하는데, 불법경마의 공급 차단은 해외 서버 운영, 암호화폐 사용 등으로 매우 어렵기 때문에, 공급 차단과 병행해 수요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합법 온라인 경마도 과몰입 등 부작용이 있으나 이는 불법 온라인 경마와 달리 관리가 가능한 만큼, 수요 관리 차원에서 온라인 발매를 통해 불법 온라인 경마 이용자를 합법시장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옥동 상무 역시 사견임을 전제로 "말산업계가 어려워서가 아니라 시대적 흐름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경마라는 산업을 폐지할 것이 아니라면 비대면 시대 흐름에 따라 온라인 경마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여전히 아무런 납득할만한 이유나 근거는 제시하지 않은 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해 사실상 부정적인 태도를 고수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박정훈 농식품부 축산정책과장은 "우리나라처럼 경마 환급률이 낮고 레저세가 높을수록 불법경마가 성행한다"며 "이를 감안하면 온라인 경마를 도입한다고 해서 불법경마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합법경마와 불법경마간 환급금 차이가 크기 때문에 온라인 합법 경마를 도입해봐야 어차피 불법경마 수요는 여전할 것이라는 의미이다.

그러나 이는 근거가 미약하고 온라인 경마 도입을 회피하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2019년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의 불법도박 이용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불법도박에 참여하는 이유로 '시공간의 제약이 없어서'이라는 응답이 25.4%를 차지해 '높은 환급률'(19.2%)이나 '무제한 베팅'(11.1%)보다 더 많은 비중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이는 온라인 합법경마가 도입되면 '온라인의 편의성' 때문에 불법경마를 하는 사람을 합법경마로 옮겨올 수 있고, 그만큼 불법경마를 줄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더욱이 말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코로나19로 국내 경마가 중단된 이후 일본 경마 등을 기반으로 하는 국내 불법 경마가 더 늘었다. 온라인 경마를 금지함으로써 오히려 불법 경마 확산을 부추긴 꼴이 된 셈이다.

박준휘 실장은 "규제기관인 사감위의 전문위원으로서, 이전에는 온라인 경마 도입에 부정적이었으나, 온라인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것을 인지하게 됐다"며 "농식품부가 너무 조심스러운 것 같다"고 일침을 놓았다.

말산업계 관계자는 "최근 마사회는 경마 종주국인 유럽에 한국경마 수출계약을 신규 체결했으나, 국내 경마가 열리지 못해 계약을 성사시켜 놓고도 수출을 못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온라인 경마 도입을 반대하고 말산업 붕괴를 방관하는 것은 말산업의 경제적, 사회적 가치를 간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