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06 (토)

인간관계 측면서 인간의 발달은 독립의 성취와 자유 쟁취의 과정

기사입력 : 2021-02-15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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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근친상간의 끈을 벗어던질 때 객관적으로 사물을 바라볼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근친상간에 발목이 잡혀 내편에게는 관대하고 다른편에게는 상식에 벗어나는 엉뚱한 잣대를 갖다대기도 한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지옥에 가서 내 아비를 무슨 눈으로 보겠으며 내 가엾은 어미를 무슨 눈으로 다시 보겠는가. 내 부모에게 내가 저지른 짓은 교수형 따위로 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대사는 고대 그리스의 정치가이자 대표적 비극작가인 소포클레스(Sophocles)의 대표작으로 기원전 429년에 초연된 작품인 『오이디푸스 왕』에 나오는 대사이다. 주인공 '오이디푸스 왕'은 친아버지를 살해하고 친어머니와 결혼하여 자녀까지 두는 천인공로(天人共怒)할 범죄를 저질렀다. 즉, 존속살인과 근친상간이 혼합되어 있는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이 연극이 크게 알려진 것은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Sigmund Freud)가 자신의 성격이론의 핵심으로 이 연극의 주제를 따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Oedipjus complex)'라고 불렀기 때문이다. 이미 너무 알려진 이론이라 아주 간단히 소개하면 성욕을 인간 행동의 가장 핵심적인 동인(動因)으로 이해한 프로이트는 어린 아이들은 동성의 부모를 미워하고 이성의 부모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부모는 절대적이고 힘이 세기 때문에 이루어질 수 없다. 결국 어린아이는 동성의 부모와 동일시하고 이성의 부모를 부모로써 사랑하는 것으로 승화시키면서 이 갈등에서 벗어난다. 그리고 그 결과로 초자아(양심)을 발달시킨다. 하지만 이 갈등을 성공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이 갈등은 무의식에 자리 잡고 한 평생 큰 영향을 미친다.

프로이트의 영향을 크게 받았지만 그 이론을 단순히 개개인의 성격이론으로 국한시키지 않고 사회적 행동에도 그 범위를 넓힌 학자는 프롬(Erich Fromm)이다. 그는 1941년에 명저 『자유로부터의 도피』를 출판하여 일약 세계적인 명성을 얻는다. 다윈(Charles Robert Darwin)의 '진화론'이 단순한 생물학적인 이론을 넘어 사회 문화적인 측면까지 확대 적용되어 큰 영향을 미친 것처럼, 프로이트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도 성욕의 영역으로부터 사회적 관계, 즉 인간관계라는 영역으로 확장해 볼 때만 그 진정한 의미를 깨달을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프롬은 1950년 출판된 『정신분석과 종교(Psychoanalysis and Religion)』에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서 나타나는 근친상간의 본질은 같은 가족 구성원에 대한 성적인 동경만이 아니며 그것은 유아가 가장 원천적이면서도 가장 영향력이 있는 어머니에게 계속해서 고착되어 있으려는 훨씬 더 뿌리 깊고 근원적인 욕구의 표현일 뿐이라고 해석했다.

프롬은 인간관계라는 측면에서 인간의 발달은 '독립'의 성취와 '자유'의 쟁취의 과정이라고 이해한다. 그리고 그런 상태에 이르는 것이 성숙함이라고 주장한다. 태아는 어머니의 몸 안에서 어머니와 함께 어머니의 자양분에 의지하여 산다. 그러다 출산은 자유와 독립을 향한 첫걸음이 된다. 이후 한 사람이 독립된 개체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몇 년에 걸친 과정이 있어야만 한다. 심리적인 의미로 '탯줄을 자르는 것'은 인간발달을 향한 가장 큰 도전이며 그만큼 매우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만약 한 사람이 성인이 되어서도 심리적으로 여전히 어머니나 아버지 혹은 가족 구성원들과 이러한 원초적인 끈들로 연결되어 있다면 그는 보호감과 안전감은 느끼겠지만 그는 아직도 태아인 셈이며 누군가 그를 대신해서 끊임없이 책임을 져주어야 하는 미약한 존재일 뿐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사람을 '성인아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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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글로벌이코노믹

그는 자기 자신을 스스로의 행동에 대해 책임져야 할 의무와 스스로 독립적인 판단을 내려야 할 책무, 즉 '자기의 삶을 자기 손으로 꾸려나가야 할' 책임이 있는 독립된 실체로 인정해야만 하는 불안한 경험을 의도적으로 회피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 그가 치러야 할 대가는 매우 크다. 그는 한 사람의 온전한 인간이 되지 못하며 이성과 사랑의 힘을 발달시키지도 못한다. 그는 여전히 종속적으로 남아있어 이러한 원초적인 종속의 끈이 위협받을 때면 언제라도 자각적으로 나타나게 될 불안감을 안고 살아간다. 그의 모든 정신적 감성적 행동들은 그의 원초집단, 즉 가족의 권위에 연결되어 있어서 그의 믿음이나 설혹 있을지도 모를 통찰력도 이미 자기 것이 아니다.

근친상간적으로 정향(定向)되어 있는 사람은 자기와 안면이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친근감을 느끼지만 '낯선 사람들'에게는 가까이 다가가지 못한다. 이러한 정향구조 아래에서는 모든 감성과 관념들이 '옳고 그름'에 의해서 판단되는 것이 아니라 '친근함과 낯섬'에 의해서 판단된다.

부모에 대한 고착은 비록 그것이 가장 원초적인 근친상간의 한 유형일 뿐이다. 그러다 사회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다른 형태의 고착들이 이를 대신해 나가는데 종족이나 민족, 인종, 국가, 사회계급, 정당 그리고 다른 많은 형태의 제도와 조직들이 가정이나 가족을 대신하게 된다. 인류의 발달은 결국 근친상간이라는 종속에서 벗어나 개체적인 자유에 이르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으며 이는 왜 인류 역사상 근친상간 타부가 그렇게 널리 존재해 있었는지를 설명해 준다.

사람은 근친상간의 끈을 벗어나야만 자기 집단을 비판적으로 판단할 수 있고 또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게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집단은 불행하게도 그것이 원시부족이든 민족이든 종교이든 관계없이 집단 자체의 존립과 지배자의 권력 고양에만 관심을 둔다.

그래서 서로 간에 갈등이 있는 외부집단에 대해서는 구성원들의 내적인 도덕의식을 분기시켜 대항하도록 자극하면서도 구성원들의 집단 자체에 대한 비판능력을 고사(枯死)시키기 위해서는 근친상간의 끈을 이용해 자기 집단에 대해 도덕적인 연대를 유지하라고 다양한 압력을 행사한다. 그래야만 구성원들이 이에 대해서는 비난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는 프롬이 보기에는 근친상간적 유대를 벗어나지 못한 '성인아이'들로 넘쳐나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진영(陣營)으로 나뉘어, 내집단 구성원들의 잘못에 대해서는 턱없이 관대하고 동시에 외집단 구성원들에게는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 비난과 폭언을 일삼고 있다. 이런 현상이 너무 보편화되어 있어, 이제는 자신의 미성숙(未成熟)함을 드러내는 이런 행동 자체를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부끄러워하기보다는 오히려 자기 진영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용감성과 충성심을 과시하는 방편으로 이용하고 있다. 또 진영의 우두머리들은 이런 미성숙한 '성인아이'에게 보호와 더 높은 직책으로 보상해주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이 진영으로 나뉘어 자신이 속한 진영이나 조직의 번영과 힘을 '선악'의 기준으로 삼을 정도로 미성숙한 존재로 남아있을 때 그 진영이나 조직은 결국 멸망하게 된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이런 우매한 조직원들이 쫓겨나고 독립적이고 이성적인 조직원들로 대체될 때만이 또다시 그 조직은 활기차고 융성하게 된다.

기독교 성서 창세기에서 하느님은 최초의 인간 아담과 이브를 창조하시고 "네 부모를 떠나 아내와 한 몸을 이루라"고 명령하신다. 결국 성숙하게 산다는 것은 부모와의 근친상간적인 유대를 끊고 독립적인 개체로서 이웃을 인정하고 사랑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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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열 고려대 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 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명의 심리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 ‘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한성열 고려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