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23 (금)

삶은 끊임없는 '장애물'과 투쟁…자녀에게 '내부 복원력' 키워줘야

기사입력 : 2021-04-07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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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이나 직장에서 사소한 일로 갈등이 일어난다. 성격이 예민한 사람은 외부에서 일어난 사건에 쉽게 영향을 받는데 마음의 복원력을 키워 상처를 입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사망하기 1년 전인 1938년 영국으로 망명했다. 그해 겨울BBC 라디오는 그와 마지막 인터뷰를 했다. 그 인터뷰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정신분석과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정신분석학을 처음 주장한 이래 나는 많은 이에게 비난과 모욕, 핍박을 받았다. 이제 시간이 흘러 세상은 정신분석이라는 학문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고 인정해주고 있다. 나는 이 사실이 자랑스럽다. 그러나 나의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실제로 그의 인생은 온갖 오해와 비난, 모욕으로 점철되어 있다. 그리고 그 오해와 비난은 사망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오늘날에게 그의 삶과 사상에 대해 끊임없는 오해와 비난과 모욕이 연속되고 있다. 하지만 그는 강한 신념으로 이 고난을 극복해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원한대로 인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뛰어난 인물로 자리잡았다.

프로이트, 강인한 신념으로 모욕 극복

프로이트의 삶과 그의 이론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그의 아버지와의 관계를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 당시로는 중늙은이로 취급받던 40세인 아버지의 두 번째 부인이 된 20세의 젊고 아리따운 프로이트의 생모는 그의 유명한 성격이론 중의 하나인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산실이 되기도 했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프로이트는 결국 20년의 터울을 가진 관계였다. 프로이트는 아버지의 사랑을 많이 받았지만 아버지가 사망할 때까지 '양가감정(兩價感情)'을 가지고 있었다. 즉, 아버지에 대해 사랑의 감정과 미움의 감정을 동시에 가지고 있으면서 힘들어했다.

특히 열한 살 때 프로이트는 아버지에게서 놀라운 이야기를 듣는다. 아버지가 젊을 때, 새 모자를 쓰고 거리를 걷다가 한 독일인에게 모욕을 당한 이야기였다. 독일인은 아버지의 머리를 쳐서 모자를 떨어뜨리며 "이 유대인 새끼, 인도에서 내려가지 못해!"하고 소리를 질렀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소년 프로이트는 당연히 아버지가 맞서 싸웠을 거라 생각하며 물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대답은 기대와는 전혀 달랐다. 아버지는 "차도로 내려가서 진창에 떨어진 모자를 주웠지."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프로이트에게는 아버지의 대답이 큰 충격이었다. 그리고 아버지에 대해 가졌던 무한한 신뢰가 깨지는 절망감을 느꼈다. 프로이트는 그 자신은 어떤 일이 있어도 모욕과 억압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죽는 순간까지 이 결심을 지켰다.

최근에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사건이 연이어 터졌다. 소위 비싼 고급 외제차를 타는 20,30대의 젊은이들이 국산차를 타는 50대의 나이 많은 운전자를 모독(冒瀆)한 사건이다.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면, 운전자의 여자친구가 "어디서 이런 거지 차를 끌고 와서 XX이냐...내 차가 부러워서 그러는거냐, 거지XX야"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들은 운전자를 모독하는데 그치지 않고 동승해 있는 어린 자녀들에게까지 "너희 엄마 아빠 부끄럽지?...거지차 타는 애새끼도 봐야지, 즈그 애비애미가 어떤 사람인지"라며 막말을 쏟아냈다고 한다.

이 사태가 더욱 염려스러운 것은 피해자의 자녀들이 혹시 입었을지 모르는 심리적 피해이다. 이 사건 이후 부모에 의하면, 자녀들이 "우리 차가 왜 거지 차냐?"라고 물어 본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녀들이 "(벤츠 운전자) 아저씨가 다시 와서 아빠를 죽일 것 같다고 한다"며 "애들은 현재 심리 치료와 약물 치료를 하고 있다. 한 달이 지났지만 얼마나 더 치료를 해야 할지 모른다"고도 했다.

무기력하게 당하는 부모 보며 충격도

자녀들이 입었을 심리적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심리치료와 약물치료를 받게 한 것은 부모들이 정말 적절한 조치를 취한 것이다. 무기력하게 당하는 부모를 보며 자녀들은 부모의 무능함에 충격을 받는 동시에 "세상은 나를 못지켜 준다"거나 "세상은 안전하지 못하다"는 그릇된 인지도식을 가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세상과 부모를 믿을 수 없기 때문에 늘 두렵고 경계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 더구나 부모들이 위로해 줄 목적으로 "별 거 아니다"라는 식으로 자녀들이 느꼈을 분노와 두려움에 무관심한다면 자녀들은 자신들이 느끼는 감정이 '부적절'한 것이라고 느끼는 2차 피해를 입게 될 수 있다. 부모뿐만 아니라 이 사건을 접한 일반 시민들이 "애들한테 한 행동은 절대 용서할 수 없다"며 젊은 차량 운전자와 그 일행에 대해 강한 분노를 느끼는 것도 혹시 어린 자녀들이 당한 봉변이 심리적 외상(外傷)으로 작용할 것을 걱정하는 지극히 당연한 반응이다.

자녀들에게 마음걱정 안 시키고 마음도 건강하게 키우고 싶은 것은 부모의 마음이다. 모든 좋은 것만 해주고 싶다. 하지만 발달과정을 보면, 어느 한 사건에 의해 성격이 와해되거나 심한 심리적 외상을 입는 것이 아니다. 정말 해가 되는 것은 일상생활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위해(危害)이다. 권투시합으로 치면, 한 방에 KO가 되는 경우도 물론 있지만, 대개의 경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많이 맞은 잔주먹에 쓰러지는 경우가 많은 것과 같은 이치이다.

외부에서 일어난 사건이 아이들에게 영향을 주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그 사건에 대한 부모의 반응이다. 어린이들은 외부의 사건의 의미나 중요성을 인지적으로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경우, 그 사건에 대한 부모의 반응을 보고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부모의 행동이나 감정을 따라한다. 어린이들이 돌발사건에 처했을 때 제일 먼저 부모를 바라보는 이유이다. 만약 부모가 침착하게 행동한다면 자녀들도 안심하고 자신이 하던 일을 계속 할 수 있다. 반면에 부모들이 당황하고 불안해한다면, 어린이들은 즉각 울면서 부모에게로 달려온다. 따라서 위와 같은 상황에서도 부모가 안정적으로 대처한다면 자녀들은 그 사건이 별것 아니라는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다.

두 번째는 평소에 마음이 건강하게 키우면 된다. 최근에는 마음의 건강을 '복원력'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복원력은 역경이나, 위협, 트라우마 등 어려움에 처했을 때 적응하고 이겨내는 능력이다. 배가 바다를 안전하게 운행하는 데에도 복원력은 필수적이다. 높은 파도와 거센 바람을 헤치고 바다를 항해하는 배는 심하게 흔들리기도 하지만 곧 다시 평형상태를 유지한다. 이런 힘이 복원력이다.

봉변이 심리적 외상으로 작용은 당연

마음의 복원력은 자긍심(自矜心)이다. 자긍심은 '스스로에게 긍지를 가지는 마음'이다. 자긍심은 '존재에 대한 인정(認定)'을 먹으며 자란다. 특히 태어나서 처음 관계를 갖는 부모의 인정을 먹고 자란다. 부모와의 관계에서 인정을 받고 자신에 대한 믿음을 키워왔다면 높은 자긍심(自矜心)을 발달시킨다. 자긍심이 높으면 다른 사람이나 외부사태에 영향을 별로 받지 않는다. 스스로 안전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동시에 장애(障礙)에 굴복하기보다 극복하려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위의 예로든 프로이트의 경우가 바로 그런 것이다. 자녀들이 살면서 역경을 경험하지 않을 수 있다면 정말 다행이다. 하지만 역경 없는 삶은 없다. 자녀들이 살아가면서 겪는 역경도 부모가 다 해결해줄 수는 없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자녀가 복원력을 갖도록 키울 수는 있다. 복원력이 있다고 해서 자녀가 어려움이나 심리적 고통을 겪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정서적 고통이나 슬픔을 피할 수는 없다. 다만 복원력이 있다면 어떤 어려움이나 고통을 맞아도 잘 적응하고 이겨낼 수 있다. 삶은 크고 작은 장애와의 끊임없는 투쟁의 연속일 뿐이다. 굴복하거나 극복하거나 둘 중의 하나일 뿐이다.

장애는 우리가 더욱 강해질 수 있는 '디딤돌'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좌절하고 주저앉게 만드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프로이트의 말대로 "나의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외부의 장애물이 아니라, 내부의 '복원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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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열 고려대 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 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심리학자의 마음을 빌려드립니다』 『문화심리학』 『신명의 심리학』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한성열 고려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