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14 (금)

[시승기] 기아 K8, 숫자만 커졌나 했더니…"독일차 뺨치는 명차"

기사입력 : 2021-04-21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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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는 지난 8일 준대형 세단 'K8'을 출시했다. 사진=기아
단지 이름에 붙은 숫자와 몸집만 커진 게 아니었다. 기아가 회사 이름과 기업 상징(CI)을 바꾼 뒤 처음 내놓은 차량 'K8'은 K7 후속으로 그치지 않았다.

그야말로 환골탈태였다. 겉과 속 모두에서 기존 준대형 세단 K7의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 계보로 따지면 지난 2009년 1세대 모델이 출시된 K7의 3세대 완전변경 차량이지만 확연히 다른 차량이었다.

K8은 내·외장 생김새는 물론 주행 성능, 안전·편의사양까지 세계적인 명차 반열에 오른 독일차를 위협하는 수준이었다.

기자는 지난 12일 기아가 새롭게 선보인 K8을 만나봤다. 기자는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을 출발해 경기 가평군까지 K8을 시승했다. 차를 모는 2시간 남짓한 시간이 유독 아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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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K8'이 주행하는 모습. 사진=기아

◇ 관성 벗어던진 과감한 외관, 날렵하면서 중후한 반전이 매력

K8은 외관부터 남다르다. 시선이 가장 먼저 닿는 전면부 부터 과감한 시도가 엿보였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크롬(금속) 질감으로 장식하는 관성을 벗어던지고 차체 색상을 그대로 썼다. 기아만의 '타이거 노즈(호랑이 코)' 모양을 유지하면서도 범퍼와 일체감을 일궈내 완전히 다른 느낌을 줬다.

차량 옆면은 낮아 보이는 지붕에서 트렁크 끝단까지 완만하게 떨어지는 쿠페(Coupe) 형태다. 최근 세단에서 많이 사용하는 모습으로 날렵하면서 역동적인 인상을 줬다.

차량 뒤쪽으로 넘어가자 좌우로 길게 이어지다 나뭇가지처럼 뻗쳐 나가는 후미등(리어램프)이 눈에 띄었다. 쿠페형 디자인을 적용해 트렁크 윗면 길이가 훨씬 짧아졌다. 뒤쪽 범퍼는 두께감을 살려 중후한 멋을 냈다.

K8에 처음 사용된 신규 CI는 컴퓨터 화면으로 볼 때보다 실제 차량에 들어간 모습이 훨씬 좋았다. K8 외관과 조화를 제법 잘 이뤘다. 확실히 기존 CI보다 '있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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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를 달리는 기아 'K8' 뒷모습. 사진=기아

◇ 대형 고급 세단에 한 발짝 다가선 좌석...고급스럽고 편안해

차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으니 고급 아파트의 거실 소파에 앉은 느낌이 들었다. 기아에 따르면 K8 실내는 공항 1등석 라운지에서 영감을 받았다.

나뭇결 무늬로 평평하게 가로지르는 대시보드 위에 넓게 자리 잡은 12.3인치 클러스터(계기반)와 인포테인먼트 화면은 흡사 거실에 놓인 대형 TV 같았다.

운전석 착좌감은 근래에 나온 다른 차량을 압도했다. 체형에 맞춰 좌석 모양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었다. 엉덩이와 허벅지가 닿는 쿠션 길이까지 늘릴 수 있어 맞춤형 정장을 입은 듯 편했다.

이뿐만 아니라 옆구리를 지지하는 사이드 볼스터(좌석 양 날개 부분)는 상황에 따라 죄거나 느슨하게 풀 수 있었다. 시속 130km 이상 빠른 속도로 주행하면 자동으로 폭이 좁아져 몸을 단단히 잡아줬다.

선택사양인 '컴포트'를 추가하면 이들 기능과 더불어 운전석 안마 기능까지 사용할 수 있었다. 고급차에서나 볼 법한 마사지 기능이 탑재된 점은 K8이 기아 세단 제품군 가운데 어떠한 위치를 맡는지 말해주는 대목이다.

뒷좌석도 앞좌석과 비교해 빠지지 않았다. 전장(차 길이)만 5015mm로 길어졌을 뿐 아니라 축간거리(휠베이스)도 2895mm로 K7 프리미어(2855mm)보다 40mm 늘어나 한층 여유로운 공간을 선사했다.

여기에 몸을 편안하게 감싸는 착좌감은 물론 편의성까지 두루 갖췄다. 앞좌석 헤드레스트(머리받침)는 고리가 마련돼 옷걸이처럼 사용할 수 있었다. 또한 뒷좌석에서도 통풍 기능을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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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K8' 실내. 사진=기아

◇ 주행 성능부터 승차감, 정숙성까지 완벽한 '3박자'

K8의 진가는 달릴 때 드러났다. 전반적인 주행 질감이 굉장히 잘 다듬어졌다. 승차감은 물론 정숙성까지 완성도가 높았다. 편안하게 타고 싶을 때에는 중후하게, 달리고 싶을 때에는 민첩하게 반응했다.

K8은 2.5리터 가솔린 모델과 3.5리터 가솔린 모델, 그리고 3.5리터 액화석유가스(LPG) 모델 등 세 가지로 나왔다. 시승 차량은 3.5리터 가솔린 모델에 사륜구동(AWD)을 뺀 모든 사양이 적용된 '풀옵션' 차량이다.

3.5리터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300마력, 최대토크 36.6kg·m를 냈다. 여기에 8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렸다.

가속 페달을 밟자 부드럽게 속력을 올렸다. 일상적인 주행은 묵직하면서 여유롭게 나아갔다. 가속 페달은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았는데 운전자가 의도한 대로 따라준다는 느낌이었다.

정숙성 역시 전작 K7보다 개선됐다. 정차 중에는 엔진 시동이 걸린 사실을 알아채기 힘들 정도로 떨림이나 소음이 적었다. 시속 100km까지 속력을 높여도 바람 소리나 외부 소음이 실내로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실제로 K8은 K7과 비교해 흡·차음재가 대거 보강됐다. 사방에서 유입되는 소음이 잘 억제된 탓에 상대적으로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리가 부각될 정도였다.

K8이 반환점인 가평에 다다를 무렵 기자는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바꿨다. 가속 페달이 한층 민감해졌다. 가속 페달을 절반보다 약간 더 밟았을 뿐인데 변속기가 곧바로 저단으로 낮춰주며 빠르게 치고 나갔다.

움직임은 재빨라졌다. 5미터 넘는 준대형차가 맞는지 헷갈릴 정도였다. 곡선 구간에서 급하게 운전대를 돌려도 좌우로 쏠리거나 바깥으로 밀려나지 않고 지면을 네 바퀴가 꽉 붙잡은 채 돌아 나갔다. 완전한 스포츠 세단은 아니지만 그 맛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승차감은 최근 현대차·기아·제네시스 차량에서 느낄 수 있는 '탄탄함 속의 부드러움'에 가까웠다. 자잘한 요철까지 훌륭히 걸러 내면서도 너무 느슨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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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K8' 뒷좌석. 사진=기아

◇ 완성도를 더하는 '불빛', 안팎에서 멋스러움 더해

K8은 감성적인 부분도 놓치지 않았다. 외부에는 주간주행등과 방향지시등으로 멋을 더했고 실내는 앰비언트 라이트(무드 조명)로 은은한 즐거움을 가미했다.

전면 주간주행등은 방향지시등 기능까지 갖췄는데 단순히 깜빡이는 데 그치지 않고 켜진 방향에 따라 움직이는 '다이내믹 턴 시그널'로 변했다. 도어 잠금을 해제하면 10개 램프가 무작위로 점등하는 '다이내믹 웰컴 라이트' 기능으로 운전자를 반겼다.

실내 무드 조명은 앞좌석 양쪽 도어와 대시보드에 들어갔다. 대시보드에 새겨진 마름모 무늬의 꼭짓점마다 불빛이 새어 나와 시각적 만족감을 줬다. K8에 적용된 무드 조명은 내비게이션과 연동돼 제한속도 이상으로 달릴 때 빨간 색 불빛을 내며 화려한 느낌을 선사했다.

K8 판매 가격은 상품성을 생각하면 비싸게 느껴지지 않는다. 개별소비세 3.5%, 3.5리터 가솔린 모델 기준 ▲노블레스 라이트 3618만 원 ▲노블레스 3848만 원 ▲시그니처 4177만 원 ▲플래티넘 4526만 원이다.

한편 기아는 1.6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과 전기 모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전기차 모델을 다음 달 중 출시할 계획이다.


성상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g-enews.com